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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아니어도 괜찮아… 아이즈원을 주목해야 할 이유

[리뷰] '아이즈원' 미니 앨범 2집 < HEART*IZ > 발매를 지켜보며

19.04.04 14:51최종업데이트19.04.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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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걸그룹 '아이즈원'이 미니 앨범 2집 < HEART*IZ >를 들고 컴백을 개시했다.

< HEART*IZ >는 전체적으로 '아이즈원'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팬송'으로 만들어진 '하늘 위로'나 '응원'을 주제로 한 '비올레타'는 물론이고 위로와 격려, 성장 등의 맑은 에너지를 뿜는 'Really Like You', 'Airplane' 등의 노래들이 담겨있다.
 

'아이즈원' 미니 앨범 2집 쇼케이스 중 한 장면. ⓒ 서정준

 
이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모두가 날 주목'한다며 자신감 넘치게 등장한 데뷔와 달리 팬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팬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아이돌의 본분을 다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앨범 판매량 역시 미니 1집 < COLOR*IZ >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대중적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현재 약 8백만으로 미니 1집 < COLOR*IZ >의 타이틀곡 '라비앙로즈' 뮤직비디오보다 2시간 빠르게 5백만 뷰를 돌파했다.

그러나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미니 2집 타이틀곡 '비올레타'의 순위는 18위다. 여타 사이트에서도 '볼빨간 사춘기'를 비롯한 음원 강자들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요구되는 음원 순위에서만큼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하지만, 음원 순위가 조금 아쉽다 하더라도 '아이즈원'은 충실히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도리어 지난 앨범보다 성장세를 보인 음반 판매량이나 유튜브 조회수 등 긍정적인 수치와 연계해서 바라봐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아이돌의 '성장'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만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품이 아닌 열두 명의 '사람'이 모인 집단이기에.

멤버들은 착실히 흐르는 시간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조금씩 성숙함을 쌓아가고 있다. 이 점은 한일 멤버가 서로 우정을 쌓아가며 언어적으로도 성장한다거나 일본 활동과 병행하자면 사실상 휴식기 없는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록곡의 작사에 참여한다거나 하는 면에서도 드러난다. 다소 뻔하지만 꼭 필요한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착실히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이즈원' 미니 앨범 2집 쇼케이스 중 한 장면. 한국어곡 'Really Like You'의 작사에 참여한 일본인 멤버 혼다 히토미 ⓒ 서정준

 
게다가 '아이즈원'에게 가장 호평하고 싶은 것은 전작으로부터 일관성을 지닌 앨범의 완성도에 있다. 이번 앨범 < HEART*IZ >는 앞서 말했듯 전반적인 가사에서 < COLOR*IZ >와 확연히 달라진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타이틀곡인 '라비앙로즈'와 '비올레타'를 봐도 '라비앙로즈'가 나(아이즈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라면 '비올레타'는 너(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런 가사의 차이와 달리 음악적 색깔이나 퍼포먼스는 '아이즈원'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예컨대 멤버들의 음색을 마음껏 날뛰게 한다거나, 곡 후반 메인보컬의 파워풀한 애드립을 즐기는 형태를 넘어 전체적으로 세련된 음악적 구성을 통해 '라비앙로즈'와 마찬가지로 '듣는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한 것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무대 퍼포먼스는 K-POP 아이돌이 추구하는 칼군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12명이라는 대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대형을 선보인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킬링파트'를 만들기보다는 '아이즈원'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곡 전체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아마도 일본에서 바라보는 아티스트로서의 한국 아이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아이즈원' 미니 앨범 2집 쇼케이스 중 안유진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서정준

 
다만 대중들이 가장 많이 듣는 타이틀곡 '비올레타'에서 오토튠의 활용이 분명히 엿보이는 점으로 인해 멤버들의 고유한 음색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개별 멤버들을 존중하는 방법은 예능에서의 활용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기에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멤버가 어린 나이고 보컬로서 뚜렷한 특장점보다는 고른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자칫하면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었으나 도리어 뚜렷한 그룹의 색깔을 만들어내 강점으로 만든 셈이다. 오히려 앞으로도 '1명 같은 12명'의 음악을 지속한다면 청중들이 받아들이기는 더 쉬울 수도 있다.

최근 청하, 선미 등의 인기가 반영하듯 대중들은 소규모의 그룹을 넘어 12명이 가진 개별적인 케미와 쌓여가는 서사, 세계관을 모두 받아들이기엔 과부하 상태기 때문이다. 꾸준히 좋은 곡과 퍼포먼스를 만들고 있는 '이달의 소녀'가 개별 멤버, 유닛의 싱글을 연이어 발매하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하는 것엔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지점까지 파악해 멤버 개개인을 내세우기보다는 '아이즈원'과 '아이즈원의 음악'을 청중에게 건네고 있다면 이는 꽤 성공적인 전략이 아닐까 싶다. 브랜드 이미지는 설립 초기에 형성되기 마련인데 이미 <프로듀스48>을 통해 '아이즈원'이 가지고 있는 비주얼을 충분히 어필한 상태기에, 음악적 색깔까지도 효과적으로 입혀낼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아이즈원' 미니 앨범 2집 쇼케이스 중 권은비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서정준

 
끝으로 '아이즈원'에게 주어진 기회 역시 지금이 최절정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미 <프로듀스 X 101>의 방영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이즈원'은 태생적으로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후광을 등에 업은 그룹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그룹의 활동 기간은 2년 반이지만, 실질적으로 <프로듀스48>의 간판과 함께 서있을 수 있는 시기는 이번 활동이 마지막이다. 오히려 <프로듀스 X 101>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수록 '아이즈원'의 활동에도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데뷔곡 '라비앙로즈'는 지난해 그룹의 선호도와 관계 없이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으며 각계각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는 '비올레타'를 통해 이들이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모습이 우연한 '대박'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으니 <프로듀스 X 101>과 혹은 그 이후의 <프로듀스>시리즈까지도 관계 없이 열두 명의 소녀들이 보여줄 성장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아이즈원 HEART*IZ 비올레타 IZ*ONE アイズワ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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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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