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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고당한 뒤 사라진 아내... 그가 품고 있는 진실

[리뷰] 영화 <우상> 대중이 열광한 정치인의 '진짜' 모습

19.03.26 10:41최종업데이트19.03.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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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영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이 지난 20일 개봉했다. 2014년 첫 작품 <한공주> 이후로 5년 만이다. 실화(2005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진 <한공주>를 보는 동안 가슴이 떨리다 못해 저렸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온몸의 근육이 마치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관객으로 하여금 어디에도 도망가지 못하고 한공주(천우희)가 처한 현실과 우리의 잔인한 맨얼굴을 직시하게 만들어 관객을 힘들게 하는 영화였다.

<한공주>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 영화에서 이미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준 이수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우상>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세 남녀의 운명이 얽히고설키게 되는 묵직한 스릴러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나 마주하기 힘든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영화 <우상>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한의사 출신의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도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차기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점잖고 바른 이미지, 캐도 캐도 미담뿐인 그에게 선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그의 아들이 군대 휴가를 나와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는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이다. 아들은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두려움은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아내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구속될까 시체유기라도 할 태세다. 반면 명회는 놀랍도록 침착한 모습으로 답은 하나밖에 없다며, 아들에게 자수를 종용한다. 

사망자는 유중식(설경구)의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로 사고 당시 그의 아들은 신혼여행 중이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에서 사고를 당한 것도 수상한데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현장에 있었어야 할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상하다. 그녀는 왜 사라진 것일까? 그녀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명회와 중식은 각자 다른 이유로 련화를 찾기 시작하고,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파도에 떠밀리게 된다. 
 

영화 <우상>의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

 
영화는 뜻밖의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세 명의 전혀 다른 인물들, 명회, 중식, 련화를 통해 그들의 본질과 그것을 대하는 타인들, 즉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명회가 아들의 음주 운전 사실을 본인이 직접 밝히고 사죄를 구하자 대중들은 그를 자신의 흠을 드러내는 일이 있더라도 바른길로 가려하는 믿음직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라며 치켜세우고, 그의 가족들은 그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연극을 벌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야망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것을 위해 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관객은 물론이고 그 역시 알지 못하지만 아들의 음주 운전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구멍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행동은 한계를 두지 않는다. 
 

영화 <우상>의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

 
명회가 아들의 사건을 덮으려고 애쓰는 동안 중식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지체장애 아들을 혼자 키워낸 중식의 아들 사랑은 명회의 출세욕 이상으로 강하지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을 마주한다. 명회가 신분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있다면 중식은 가장 아래에, 힘의 균형에 있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애처롭다. 그렇다면 련화는 어디에 있을까? 그녀는 구조 밖에 있는,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인물이다.(그래서 셋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오직 생존을 위해 불물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온 조선족인 그녀에겐 오직 자신만의 룰이 존재할 뿐, 권력도 형제도 위협이 되지 못한다.   

세 사람을 엮은 것은 하나의 사고지만 각자가 가지고 들어오는 이야기의 부피가 꽤 커서(러닝타임이 무려 144분이다!) 디테일한 묘사와 연출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이야기들이 산만하게 흩어진다. 감독의 욕심이 과했던 것은 아닌지, 조금 힘을 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우상 설경구 천우희 이수진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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