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방영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 MBC
요즘 토요일 밤 예능의 강자는 단연 MBC <전지적 참견시점>이다. 지난 23일 방영분에는 인기 보이 그룹 세븐틴의 전영환 매니저를 중심으로 아이돌 그룹의 일상이 담겼다. 앞서 선미처럼 솔로 가수로 활약 중인 아이돌의 매니저가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그룹이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틴은 지난 2015년 데뷔해 10~20대 여성팬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으로 무려 13명이란 초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이제 팀을 담당한 지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전영환씨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직 취침 중인 멤버들을 깨우고 식사 주문을 챙기는 등 두 곳의 숙소를 오가며 진땀을 흘렸다. 총 3명의 전담 매니저가 업무를 나눠서 일하고 있지만, 13명의 인원을 감당하기엔 다소 힘겨워 보이는 장면들도 있었다.
한 팀 움직일 때 30여 명 이상 인원 동원돼
▲ 지난 23일 방영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 MBC
13인조 대형 그룹답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 역시 대규모였다. 한 끼 30만 원 이상, 하루 평균 100만 원 이상의 식대가 나오는 건 기본이고, 한 곳의 헤어샵에선 모든 멤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2개 업체에서 파견 나오는 게 일상일 정도라고 한다. 매번 녹화 및 공연을 위한 소품 역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관리를 위해 멤버 전원이 자신의 번호를 외치며 인원 점검을 하고 화장실 가기 위해 단체로 이동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대기실 한쪽 구석에서 쪽잠을 자던 멤버 민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MBC <쇼! 음악중심> 생방송 도중 잠시 비는 시간이 있을 때, 멤버들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도 했다. 이때 매니저는 한 귀퉁이에서 멤버들을 지켜보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는 <전참시> 스튜디오 녹화에 참석한 승관, 민규 등 세븐틴 멤버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까지 안쓰러움을 자아낼만한 장면이었다. 오후 4시에 진행되는 생방송을 위해 아침 6시부터 일정을 시작해야 했는데, 매니저는 이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준비에 나선다.
지금은 방영 시간대가 오후 4시대로 늦춰졌지만 한동안 낮 12시 무렵 방송되던 SBS <인기가요>를 준비하기 위해선 당일 자정 무렵부터 매니저들은 대기 상태에 돌입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음반을 발표하고 활발히 방송 활동에 돌입하는 시기에는, 가수뿐만 아니라 매니저들도 고작 2~3시간 안팎의 수면으로 버티고 있었다.
오래 버틴 매니저가 6개월... 이쯤되면 진짜 '극한 직업'
▲ 지난 23일 방영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 MBC
이날 <전참시>는 그간 화려하게만 보이던 아이돌 그룹의 무대 뒤 그림자를 보여주면서, 재미와 더불어 씁쓸함도 동시에 선사했다. 화면을 지켜보던 스튜디오의 이영자, 전현무를 비롯한 고정 패널들은 한편으론 걱정 어린 눈길로 이들을 바라봤다.
"매니저는 언제 쉬어요?"라는 이영자의 질문에 세븐틴 멤버 승관 역시 "거의 일주일 내내 그런 패턴으로 가니까 이 형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데뷔 이래 15명 이상 매니저가 거쳐갔고 오래 있던 분도 6개월 정도였다"는 그의 말은 아이돌 매니저가 얼마나 '극한 직업'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세븐틴을 관리하기 위해 동원되는 인원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 이후 매니저들이 감당하고 있는 업무 양을 고려하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세븐틴 멤버 수의 절반에 불과한 다른 7인조 그룹에게도 매니저가 3명 이상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회하다가도... 책임감으로 이겨내는 그들
▲ 지난 23일 방영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 MBC
"매니저를 (직업으로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 없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전 매니저는 "활동 기간에는 아침 눈 뜰 때마다 후회하지만 막상 멤버들을 만나면 다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환경에서 근무하면서도 이들은 생방송 현장에서 1위를 차지하자 함께 기뻐했고 또 다른 매니저는 눈물을 살짝 보이기도 했다. 책임감과 의지로 버티고 있는 모습에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멤버 승관은 이날 방송에서 "농담 삼아 이번 활동만 버텨달라고 했는데 계속 쭉 함께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6개월 후에도 세븐틴 멤버들이 지금의 매니저들과 계속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그동안 6개월을 버틴 사람이 최장기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회사의 여건이 어떤지 시청자들이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세븐틴이 소속사 플레디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나은 업무 환경을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였다.
15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 <극한직업>이 떠오르는 방송이었다. 진짜 현실의 '극한 직업'인 아이돌 그룹 매니저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아티스트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한류 열풍을 몰고 온 지금의 'K팝'도 있었던 게 아닐까.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고 있을 매니저들에 대한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온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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