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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김남길의 분노, '분노 사회'에 날리는 통쾌한 한 방

[TV리뷰] 박재범 작가의 핸디캡 히어로 명맥, '열혈사제'로 이어간다

19.02.17 16:38최종업데이트19.02.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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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금요일 밤 10시 방송되던 <정글의 법칙>이 토요일로 시간을 옮기고, 그 자리에 금토드라마 <열혈 사제>를 편성했다. 김순옥 작가의 <언니가 살아있다> 이후로 이렇다 하게 주목받은 주말드라마가 없었던 SBS는, 토요드라마를 금토드라마로 변화 주며 주말드라마 격전지에 한 시간 빠른 도전장을 냈다.

<열혈 사제>의 첫 방송은 1회 10.4%, 2회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정글의 법칙>을 기대하며 채널을 돌렸던 시청자들의 후광 효과일까? 토요일 방송분은 3회 8.6%, 4회 11.6%로 앞서 방송된 1, 2회에 비해 떨어진 수치를 보였지만, 앞서 방송된 주말드라마 <운명과 분노>가 자체 최고 7.7%로 종영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포스터. ⓒ SBS


박재범 작가의 핸디캡 히어로 

'편성의 한 수'도 있었지만, <굿닥터> <신의 퀴즈> <김과장> 등을 쓴 박재범 작가의 필력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간 박 작가는 <굿닥터> 박시온(주원 분), <신의 퀴즈> 한진우(류덕환 분), <김과장> 김성룡(남궁민 분)까지, 저마다의 핸디캡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악과 맞서 히어로적 활약을 보이는 내용을 주로 써왔다. 물론 <블러드>라는 예외적 사례도 있지만, 그리고 이러한 박재범 작가의 서사는 대부분 시청률과 작품성 두 가지 면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즉 대중적 장르물에 있어 가장 성공한 작가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박재범 작가가 <펀치> <귓속말>의 이명우 피디와 만났다. 이번에 박재범 작가가 내세운 히어로의 핸디캡은 '분노'이다. 

2014년 정지우 작가는 <분노 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 책을 펴낸 그때만 해도 '분노 사회'라는 말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생경하던 때, 하지만 그로부터 5년 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분노'와 그로부터 비롯된 '증오'가 팽배해있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n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현실'이다. 사랑조차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현실,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며, 부모 세대보다 결코 잘 살기 힘든 자녀들의 세대, 그런 자녀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들, 그렇게 현실에서의 팍팍한 삶이 '사랑'을 포기한 자리에 분노를 자리하게 한다. 

그런 현실적인 분노에, 변화하지 않는 남녀 차별, 가부장적 구조, 상명하복 위계적 질서 등 구조적인 사회적 문제들이 뒤얽혀 서로가 서로를 경원시하다 못해 '증오'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히어로라니 기가 막힌 선택이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었던 김해일(김남길 분), 테러 작전 중에 의도치 않은 폭파 사고로 민간인, 아이들을 살상하게 된 그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 술에 의존도도 높다. 그런 그를 이영준 신부(정동환 분)가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포스터. ⓒ SBS

분노 조절 장애 안티 히어로와 흥미로운 조연진 

하지만 첫 장면, 조폭들을 거침없이 '손봐주던' 김 사제는 예의 '조절되지 않는 분노'의 구원 행위(?)로 인하여 그가 속한 교구의 정의 구현을 실현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구담시를 찾게 되고 그런 그를 피붙이처럼 이영준 신부가 피붙이처럼 따스하게 맞아주지만, 그만 그 아버지 같던 이영준 신부는 '자살'한 사체로 발견된다. 심지어 세상은 그를 부도덕한 신부로 몰아가기까지 한다. 

'사고 치지 말아라' 두 손을 꼭 잡고 당부하던 이영준 신부의 명을 어떻게든 거스르고 싶지 않지만, 김 사제는 분노를 누를 수 없다. 대신 집전한 미사 시간에 몰래 빵을 먹던 요요한(고규필 분)을 내쫓고, 하느님께 죄를 사해달라기 전에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찾아가 먼저 용서를 빌라는 말로 신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심지어 고해하러 온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를 내치기까지 한다. 

이미 <김과장>에서 사기꾼에 가깝지만 어쩐지 정이 갔던 김성룡 이래, 막무가내 분노 조절 환자지만 어쩐지 그의 분노가 공감되고, 막말이지만 그 말이 통쾌한 또 한 명의 '반 영웅적(안티 히어로) 히어로'의 탄생이다. 

이렇게 2019년에 가장 공감할 만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은 <열혈 사제>는 <김과장>에서처럼 매력적인 조연진을 통해 주연의 캐릭터를 보완한다.

우선 대범무역 대표 황철범 역의 고준이 눈에 띈다. 영화 <변산>에서 어수룩한 동네 조폭 용대 역, 드라마 <미스티>에서 김남주를 유혹하는 케빈 리 역을 맡아 주목받은 고준은 이번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마저 눈 깜짝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인물을 맡았다. 

여기에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가 된 이하늬의 코믹 연기는 첫 회부터 펄펄 난다. 모처럼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한 구대영 역의 김성균, 이 사람이 <슬기로운 감빵 생활>의 그 사람이 맞나 싶은 쏭삭 역의 안철환도 벌써부터 활약이 기대된다. 김인경 수녀 역의 백지원, 요요한 역의 고규필, 구담구청장 정동자 역의 정영주나, 부장검사 강석태 역의 김형묵, 경찰서장 남석구 역의 정인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쟁쟁한 조연진이 포진되어 있다. 

<열혈사제>는 첫 회부터 분노조절장애 캐릭터 김해일의 원맨쇼에 가까운 만화적 설정과, 조연진들의 개성 있는 호흡으로 관심을 모았다. 앞으로의 전개 역시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열혈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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