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세 결집' 성공한 김진태... 한국당은 '졌다'?

[게릴라칼럼] 각종 논란에도 '태극기 부대' 지지 얻는 김진태... 한국당의 '우경화'

등록 2019.02.16 20:16수정 2019.02.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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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달라" 호소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진태 후보가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우리당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김진태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김진태 의원은 이제 대한민국 전역에서 춘천닭갈비보다 더 유명한 인사가 되었고, 일부 춘천시민들은 춘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과 모욕감을 느낀다고도 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이 '5.18 망언' 행보를 이어가는 김진태 의원 의원을 향해 쏟아낸 논평이다. 춘천 시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춘천닭갈비보다 김진태'라니. 표현이 착착 감기는 것은 둘째치고 어쩌다 저 지경까지 됐나 쓴웃음을 짓게 하는 논평이 아닐 수 없다.

강원영동 MBC도 같은 날 이 같은 춘천 시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김진태 국회의원 사퇴 요구 빗발쳐>라는 제목의 리포트였다. "춘천의 '괴물 정치인'"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날 김진태 의원의 춘천 지역구 사무실 인근에서 피켓 시위에 나선 춘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김진태 추방 범시민 운동본부'를 구성,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탄핵 정국 당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사퇴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 진태 의원 지지층은 환호했고,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19%의 지지율로 홍준표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영동 MBC 리포트 인용)
 

김 의원이 재선 의원이라는 사실과 그간의 발언 논란, 또 시민들의 사퇴 요구가 탄핵정국 때에 이어 두 번째라는 점, 무엇보다 지난 2017년 조기대선 국면에서 김 의원이 한국당 내에서 무려 19%의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까지. 짧은 강원영동 MBC의 리포트는 이리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공안검사 출신의 춘천 정치인 김진태는 '극우' 지지자들을 자양분 삼아 춘천닭갈비를 넘어서는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를 키운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한국당과 그 전신인 새누리당이었다. 그리고 오는 27일 김진태 의원은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국당에서 흘러나온 '문재인 탄핵' 목소리

"저는 문재인을 탄핵시키기 위해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려고 합니다. 지금 문재인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사라지고 북한 김정은의 지배를 받는 노예 국가가 됩니다.


(중략) 만약 위대하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저에게 90% 이상 투표를 해 주시면 종북 좌파 문재인을 반드시 탄핵시켜 버리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롭고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2018년이 문재인 탄핵을 준비하는 한 해였다면, 2019년은 문재인 탄핵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14일 열린 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러한 '문재인 탄핵' 발언으로 관심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돌발' 주장이 아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문(재인)탄(핵) 라이브'를 통해 한 달여 전 이미 유사한 내용을 담은 출마의 변을 내놨고, 연설회장에서는 훨씬 더 정제되지 않은 '말'을 내뱉었을 뿐이다. 김 후보는 이 '문탄라이브'에 태극기 집회에 참석, 연단에 올라 발언하는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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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교의 문탄라이브 동영상 목록 갈무리. '김진태 당대표는 문재인 탄핵의 지름길!'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눈에 띈다. ⓒ 유튜브 갈무리


그렇다면 김 후보가 지지하는 당 대표 후보는 누구일까. 김준교 후보는 열렬하게 김진태 당 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중이다. 김 후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김진태가 당 대표가 안 되면 나라 망할 것 같아 목숨 걸고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태 당대표는 문재인 탄핵의 지름길", "언론이 외면하는 김진태, 트럼프처럼 당선된다!"는 제목의 영상도 본인의 유튜브에 여럿 게재한 상태다.

보기 드문 열혈 '태극기 청년'이라 할 만하다. 1982년생으로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출신인 김 후보는 2007년 이회창 대선 후보의 사이버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 후보로 서울 광진갑 선거구에 출마했고, 19대 총선에선 역시 자유선진당 대전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김 후보의 이러한 궤적과 발언은 마치 청년 보수 정치인이 어떻게 '극우화'되어 가는가를 넘어 한국당 자체가 어떻게 '극우'를 이용하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국당 내 극우 지지자들이 자극적이고 거친 언행들을 바탕으로 스피커를 키워가고, 한국당은 이를 방치한다는 데 있다. 이를 두고 당면한 지지율을 눈이 멀어 극우 세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연설회를 장악할 만큼 태극기 부대는 이미 한국당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김진태 의원의 출마 선언식장에 엄청난 양의 서류 뭉치가 쌓였습니다. 태극기 부대들이 모아 놓은 한국당 입당원서 3만 장입니다. 이들은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기 위해 조직적으로 입당 운동을 벌였습니다. 유권자인 책임당원은 현재 34만 명 수준인데, 작년 하반기부터 급증했습니다. 태극기 부대가 당밖은 물론 당내에서도 무시하기 힘든 세력이 된 겁니다."
 

15일 MBC <뉴스데스크>의 <'태극기'가 연설회 장악…'수만 명' 조직적 입당> 리포트 중 일부다. 14일 합동연설회장 안팎을 담은 현장 리포트를 보면, 오직 김진태 의원만 태극기 부대가 내뱉는 욕설과 야유를 피해가는 듯하다.

MBC는 이를 두고 "한국당의 우경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5.18 망언 파문은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경화'의 그림자가 당 대표 토론회에서도 수시로 어른거렸다.

우경화 그림자 어른거리는 토론회

김진태 의원만 태극기 세력을 끌어안은 건 아니다. 유력 후보인 황교안 전 총리도 공공연하게 "애국심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위해서 헌신해왔던 이런 분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태극기 세력과 극우를 안고 가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중이다. 같은 날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OBS TV토론회에서도 황교안, 김진태 두 후보의 극우 세력을 향한 애타는 시그널은 그칠 줄 몰랐다.

"(태극기 세력은) 정말 이 나라를 위해서 지금까지 헌신하신 분들입니다." (황교안 후보)
"지금 정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이 바로 태극기 세력이다. 이분들 정말 열정 있으십니다." (김진태 후보)
 

황교안, 김진태 두 후보는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고, 오세훈 후보는 말을 아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세 후보는 사안에 따라 협공과 진흙탕 싸움을 오가는 이합집산을 보여줬다. 그 중심엔 물론 색깔론을 위시한 이념 공방과 극우 세력에 대한 선명성 경쟁이 있었다. 오 후보에게 "촛불인지 태극기인지 두 개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신 건지 답변을 부탁했는데, 간단하게 어떤 거였습니까?"라던 김진태 후보의 '검증'이 대표적이었다.

절정은 역시나 김진태 후보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김 후보는 "부인께서는 러시아 막심 고리키 사회주의 혁명 작가의 작품을 연출했다"라며 심지어 연극 연출가인 오 후보의 아내가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가인 막심 고리키의 작품을 연출한 것을 걸고 넘어졌다. 오 후보는 "사리에 맞지 않는 유치한 질문"이라며 요목조목 반박했지만, 후보 검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질문이었다.

또 5.18 망언과 관련해서는 황교안, 오세훈 후보가 김진태 후보를 공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직접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공청회 발언은) 주관적인 의견이고 이것은 앞으로 향후 과정에서 다소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여유롭게 피해갔다. 물론, 사과는 없었다. 전날 합동연설회에서 "진태 없으면 진퇴양난, 행동하는 우파, 보수의 아이콘 김진태"라며 웃으며 인사했던 여유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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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TV토론 참석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후보가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 OBS 경인TV 사옥에서 열린 후보자 TV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김진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다시 10%대로 하락했다. 1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한 19%였다.(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7%.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13일 성인 1507명을 상대로 조사, 14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한국당 지지율은 1주 전보다 3.2%포인트 떨어진 25.7%로 나타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30%를 향해 가던 지지율이 급락한 셈이다. 두 기관 모두 이러한 하락 요인으로 '5,18 망언'의 여파를 꼽았다. 시작은 '5.18 공청회'에서 나온 망언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폭발한 한국당 내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까지 돌려 세운 형국이다.

한국당 당대표 선출을 두고 '친박+통합'(황교안)과 '탈박+비박'(오세훈), '친박+극우'(김진태)의 싸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15일 OBS 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는 "안타깝다"로 대변되는 특유의 관망자적 화법으로 뒷짐을 지고, 오세운-김진태 후보가 난타전을 벌였다. 그 사이 한국당의 보수적 색채는 자연스레 극우로 덧칠되는 듯하다. 홍준표 전 대표 등 여타 후보들이 퇴장하면서, 좀 더 단순해지고 선명해졌을 뿐이다.

'망언 3인방' 제명을 놓고 국민적 실망감을 안겨준 한국당은 결국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다 못해 '계륵'과도 같은 '극우 끌어안기'를 허용하는 데까지 이르는 걸까. 당 대표 선거 이후 분당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우경화를 용인한 셈이 된 듯하다. 이 과정에서 김진태 의원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호위 무사'를 자처했던 춘천의 정치인은 그렇게 전국구가 됐다. 당 대표 레이스에 맞춰 5.18 공청회를 공동주최하고 5.18 유공자들과 피해자들, 광주와 춘천시민들, 또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 대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당 윤리위 조치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로 남을 것이다. 

"... 센 김진태는 살려두고, 김순례하고 이종명은 의원 총회를 통해서 퇴출시킬 겁니다. 제명시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시영)

15일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한 박시영 윈지코리아 부대표는 이렇게 전망했다. 공감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우경화와 극우 세력의 세 확장 이후 몰려올 후폭풍을 한국당 새 지도부는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차라리 '김진태 당 대표, 김순례 최고위원, 김준교 청년최고위원'을 옹립, 분당 수순을 밟는 것이 빠를지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세 결집에 120% 성공한 김진태 의원이 이겼고, 극우 세력을 키워낸 한국당이 졌다.
#김진태 #한국당 #태극기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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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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