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

[현장] 고 김용균씨 영결식 열린 광화문광장, 시민 3000명 추모 행렬

등록 2019.02.09 14:42수정 2019.02.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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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어머니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용균아, 오늘 마지막으로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 이 엄마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는 거니(고 김용균씨 어머니)."

영하 7도였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장례를 치르는 9일, 기온은 뚝 떨어졌다.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도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다. 하지만 김씨가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김씨의 장례식은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오전 11시 40분께 김씨의 관을 옮기는 운구 행렬이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운구 행렬에 함께한 사람은 15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하얀색 조끼와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또 운구행렬 앞쪽에 선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은 '김용균의 마음으로 싸우겠습니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란 피켓을 들고 있었다.

김씨 장례식의 상징색인 보라색 리본을 한 사람도 눈에 띄었다. 보라색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색이다. 보라색 풍선을 든 노동자들도 속속 영결식장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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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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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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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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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우원식·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윤소하·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도 그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아래 장례위)에 따르면 이날 영결식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3000여 명이다.

1500여 명의 운구 행렬이 광화문광장 중앙에 멈추고, 고 김용균씨의 영정과 위폐가 단상 위에 올려졌다. 영정사진 속 24살의 어린 청년은 단정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숨진 청년의 이력서로 쓰였어야 할 사진이었다.

"돈밖에 모르는 사회가 용균이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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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어머니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시민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초 밝히기와 분향, 민중의례가 끝난 뒤 고 김용균씨의 동료이자, 같은 이름을 가진 김용균씨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같은 이름을 가진 김씨를 유달리 아꼈다. 김씨가 사고로 사망하기 5일 전, 김씨와 밤새 술자리를 가졌던 기억은 선명했다.


"기억나니? 태안에서 동료들과 3차까지 술 한 잔 하고, 12시를 넘기며 생일이라 해, 다시 축하주로 4차까지 마시던 날이었지. 5일 후 처참한 사고 소식을 전화로 전해들었어. 나는 불과 몇 시간 전 교대근무하며 너의 어깨를 토닥여주었지."

그는 이어 "네가 온몸으로 남긴 숙제를 이제 우리가 풀어나갈 것"이라며 "너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게"라고 강조했다.

백기완 장례위 고문도 단상에 섰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두 사람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기력이 쇠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자 이내 분에 찬 목소리를 쏟아냈다.

"용균이가 목숨을 빼앗겼다는 얘기를 듣고 내 첫마디가 '돈이 주인이고 돈밖에 모르는 이 사회가 용균이를 학살했다'고 했어요. 누가 죽였어요? 돈이 주인이고 돈밖에 모르는 애들이 죽였다. 이런 독점자본주의, 뒤집어엎어야 합니다"

이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수억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지회장, 고 이한빛 PD의 어머님 김혜영씨도 김씨의 죽음을 철저히 규명하고, 죽음을 외주화하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 김용균씨의 부모님인 김미숙, 김해기씨가 단상에 올라왔다. 억울하게 떠나보낸 김씨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62일에 걸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간 탓일까. 두 사람의 얼굴은 많이 상해있었다. 어머니 김미숙씨가 김용균씨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는 너의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했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단다. 정부와 서부발전, 그리고 네가 속했던 한국발전기술에서 어제 너한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서 너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선포했단다"

어머니는 북받치는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용균아, 오늘 마지막으로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는 거니.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엄마는 어떻게 살지 모르겠구나.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로 가게 될 때, 그때 엄마가 두 팔 벌려 너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줄게.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

영결식이 모두 끝나고, 영정 앞 헌화 행렬이 이어졌다. 헌화 행렬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도 계속됐다. 오후 1시 반 고 김용균씨의 운구차량은 화장터로 향했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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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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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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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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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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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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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제 운구행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운구행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을 지나 영결식이 거행되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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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어머니 김미숙씨와 이모 김미란씨가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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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고인을 애도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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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박홍근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고인을 애도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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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고인을 애도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김용균 #비정규직 #민주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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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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