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김용균 빈소 조문... 이정미 "기업살인법 통과시키겠다"

[현장]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대표단 조문

등록 2019.02.07 18:43수정 2019.02.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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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성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충남 태안화력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숨진 고 김용균씨의 장례가 사고 58일 만에 민주시민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 유성호

 
고 김용균씨가 떠난 지 59일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됐다. 지난 두 달 동안 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강조했던 '설 전 장례'는 안됐으나 지난 5일 정부와 여당이 대책을 내놓으면서 장례를 치르게 됐다. 용균씨의 시신이 안치됐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서 7일부터 용균씨의 민주사회장이 진행되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가족을 향한 비난 여론도 거세졌다. 기사마다 달린 댓글엔  '아들 죽었는데 장례 미루고 도대체 무슨짓이냐'라는 말부터 '엄마는 민주노총이 과연 고인을 위해 행동하는지 생각해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김미숙씨는 이 모든 비난을 이겨내고 결국 정부 대책을 이끌어냈다.

김미숙씨는 7일 오전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왜 이렇게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들의 죽음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부터 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 용균이 동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두 달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김미숙씨는 이 자리에서 울지 않았다.

이날 오후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빈소를 찾아 연이어 조문했다.

떠난 김용균이 만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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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시민대책위 6명은 지난달 22일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했다. 보름째 접어들자 시민사회가 연대했다. 노동자 수백 명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의 교수들도 동조단식에 나섰다. 하나같이 '설 전에 용균씨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면서 한목소리를 냈다.

설 당일인 지난 5일 김미숙씨는 아들을 위한 차례상을 준비하다가 "사고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해당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오는 6월 30일까지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내용으로 당정이 발표한 대책을 들었다.

이날 발표된 합의안에는 "향후 공공기관 사업장 내 발생하는 중대 사고는 원‧하청을 불문하고 해당 기관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기로 했다"면서 "김용균씨가 일한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에 대하여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매듭짓기로 했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또 "사고 예방을 위해 2인 1조 근무를 긴급 안전조치로 이행하고 적정 인원을 충원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당정은 가칭 '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TF'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시민대책위와 한국서부발전 사이에 부속합의도 마련됐다. 장례비용 일체를 서부발전에서 부담하며, 민·형사와 징계 책임을 일절 묻지 않고, 조합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설비, 휴게 시간 및 공간의 보장 등의 조처를 하기로 했다. 또 서부발전은 공식 사과문을 2월 8일자 중앙일간지와 모든 사업장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로 했다.

'고 김용균 재단'도 만들어져 "서부발전이 하청노동자 등 산업재해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 및 차별해소를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3억 원의 출연금을 기부한다"라는 내용도 합의문에 명시됐다.

합의안 실행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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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7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분향 후 어머니 김미숙 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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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남은 과제는 명징하다. 당정의 합의와 시민대책위가 서부발전과 맺은 부속합의가 약속대로 이행될지 여부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김미숙씨에게 "아드님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당정이 여러가지 종합 대책을 잘 만들어서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외주업체들이 비정규직을 채용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운영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하나 하나 바로 잡는 일을 해나가겠다"라면서 "진상조사를 철저하게 잘하고 우선 급한 곳부터 안전시설 보강하는 것도 시급하다, 적극적으로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함께 빈소를 방문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위험의 외주화를 없앨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당정 협의에 임했는데 이해관계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이제는) 원·하청을 불문하고 산업재해 발생 시 기관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라고 합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는 우 의원의 말과 관련해서는 시민대책위가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기업에 똬리를 틀고 발전 산업의 민영화와 외주화를 추진해온 적폐 세력의 공고한 카르텔, 그것을 핑계 삼는 정부의 안일함을 뛰어넘지 못했다"라고 지적한 바가 있다.

민주당 대표단에 이어 빈소를 찾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용균씨의 빈소에서 김미숙씨의 손을 꼭 잡은 채 "김용균씨가 간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이제야 장례를 치른다는 게 죄송스럽다"면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기업들이 무엇보다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이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우선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살인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숙씨도 빈소를 방문한 각 정당의 의원들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연신 건네며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정규직화 말씀한 게 실제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기업처벌법도 만들어 사람 죽이는 기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8일 오후 7시 '고 김용균 추모 촛불집회'를 장례식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9일 오전 4시에는 고 김용균씨의 발인이 예정돼 있다. 이후 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노제와 영결식이 열린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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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고인을 기리며 쓴 추모글이 붙여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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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고인을 기리며 쓴 추모글이 붙여 있다. ⓒ 유성호

 
#김용균 #이해찬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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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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