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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 없는 태극전사, '세대교체' 타이밍 왔다

[아시안컵 결산] 안일함과 단순화된 전략이 가장 문제

19.01.27 18:31최종업데이트19.01.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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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아쉬움도 없었다. 4강에 가고 싶다는 간절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팀 능력을 간과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가정이라도 한 듯, 킥오프와 동시에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월드컵 때 공은 둥글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증명한 팀이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매 경기 사활을 걸고 뛰었다. 그래서 이번 실수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변명할 거리조차 없었다. 상대가 침대축구를 하지도 않았고, 그냥 '못 해서' 진 경기였다. 카타르 전을 돌아볼 그 이상의 표현은 없다.

모든 요소들을 떠나서 가장 큰 문제는 '안일함'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 선발한 시점부터 지금에 오기까지, 단 한순간도 피드백을 내놓지 않았다. 문제점이 생기면 고치기보다는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또 다른 실험을 하거나 문제점이 보이지 않기만을 기다린 게 결국 화가 됐다. 전술도 마찬가지다. 토너먼트는 언제든지 짐을 쌀 수 있는 단계다. 이미 상대팀은 충분한 전력 보고서를 갖고 있는 상태고, 그들이 파악하지 못한 허를 찔러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상대팀의 손에 있던 전술과 전략 만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보다 더한 안일함은 없을 것이다.

물론 벤투호와 선수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싶지는 않다. 아직 벤투호가 결성된 지는 몇 개월에 불과하다. 단 몇 개월간의 훈련과 경기로 완성된 팀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한 팀의 지주인 기성용이 이탈했고 여러 선수들이 부상을 입어 완전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아시안컵이 무언가 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번 아시안컵을 반면 교사 삼아서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대표팀에 총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면 벤투호는 충분히 아시아에서, 어쩌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카타르전 김민재 ⓒ KFA

 
1. 더욱 다양화된 전술과 전략
2. 손흥민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할 것
3. 천천히, 그러나 완벽한 세대교체

# 피드백 1 - 헤더 김민재, 고독한 황의조, 다른 방안은 없었나

가장 첫 번째로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였던 문제점은 단순화된 경기 전략이었다. 5경기에서 6골을 넣었으나 공격면에서는 성공적인 전술이 없었다. 손흥민에게 경기 내외로 의존되어 있었고, 공격은 황의조가 혼자 이끌었다. 심지어 6골 중 3골은 수비에서, 한 골은 PK로 넣었다. 나머지 두 골도 여러 번 찬스를 만든 끝에 넣은 득점이었다. 6골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다만 어떤 공격 전술을 갖고 경기를 진행했는지에 의문이 생긴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은 우루과이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수비 상황 직후 역습을 하거나 오버래핑 플레이를 하는 데에는 효과가 컸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등 상대적 약팀에 고전했다. 공은 갖고 있으나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잘 몰랐다. 국민들이 이승우를 찾았던 이유도 그중 하나였다. 이승우가 스탯 상으로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답답함이라도 풀어줄 선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코너킥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재를 겨냥한 크로스는 두 골을 낚아내며 성공했지만 그게 다였다. 또 다른 전술 플레이는 없었고 토너먼트에서 단계를 거듭할수록 상대는 우리의 플레이를 읽었다. 마지막 카타르전에서는 답답함에 김민재를 최전방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게 답이 되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헤더 플레이에 유용한 공격수를 뽑지 못 한 실수를 방증하는 데에 그쳤다.

이번 아시안컵에 뽑힌 정통 스트라이커는 단 두 명, 황의조와 지동원이었다. 황의조가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항상 지동원은 후발 주자로 뒤에 나섰다. 공격 전술은 이게 다였다. 아마추어 분석가들이 경기를 보더라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전략에 그쳤다. 심지어 지동원은 투입 후에도 보여준 바가 크게 없었다. 무색무취,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탓에 김민재는 최전방에 갈 수밖에 없었다. 김민재가 아니고서는 헤더로 싸워줄 공격수가 없었고 별다른 전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황의조 1인 체제로 공격진을 구성한 게 문제였다. 그나마 나상호를 선발했지만 부상으로 팀에서 낙마해 실험할 기회조차 없었다. 단 한 명의 공격수는 상대에게 분석당하기 쉽다. 황의조는 대회 내내 최전방에서 분투했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스피드를 잘 이용할 수 없었다. 매 경기 상대는 황의조를 쉽게 막아냈고 벤투호는 이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 피드백 2 - 절실했던 손흥민 투입, 효과는 있었는가

결국 지쳤던 손흥민이 한 마디 꺼냈다. 카타르전 이후 "대회 내내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국민들의 질타뿐이다. 에이스는 결과에 대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큰 열정을 갖고 팀에 합류했지만 대회 내내 고전했다. 또 마땅히 쉴 타이밍도 없이 합류 후 전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그렇다면 효과는 있었을까. 효과는커녕 최하점 평점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흥민의 체력 고갈은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다. 박싱데이를 전후로 토트넘의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 아시안컵 합류 직전까지도 엄청난 활동량을 소화했다. 그랬기 때문에 중국전에 투입을 우려했다. 하지만 결국 벤투는 손흥민을 투입했다. 감독으로써 상황을 보고 할 수 있던 마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조 1위를 차지한 보상으로 5일간의 휴식이 주어졌으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컨디션 회복에 실패했다. 체력적으로도 문제를 보였고 결국 16강 120분 출전에 이어 8강에서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손흥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은 지쳐 있었고 풀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었다. 왜 컨디션 회복에 실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표팀은 손흥민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빠질 수 없는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그 없이도 팀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우리는 손흥민의 자리를 빼어둔 채로 팀을 구성해왔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손흥민 없이 뛰어야 할 때는 큰 실수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이 없다는 전제하에서도 팀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결국 이 피드백 또한 1번 피드백과 일맥 상통한다. 손흥민이 없는 전술도 만들어 전술의 다양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베테랑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 어쩌면 또 다른 선수들까지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쉽긴 하지만 당연한 순리다. 누군가가 등장하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이들이 팀을 떠나가는 한편, 유럽에서는 이강인과 정우영을 비롯해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물론 성급한 세대교체는 팀과 선수들에 모두 악영향을 끼친다. 천천히, 그러나 완벽한 세대교체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과거의 스타 선수들이 전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세대교체 시기가 왔음을 제대로 알렸다. 언제까지나 이들에 의존할 수는 없다. 벤투 역시도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평가와 피드백이 필요할 것이다. 확실한 경계를 두고 새 판을 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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