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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전 크로스 적중률 11.1%, 8강 패배 이유 보여준 수치들

[2019 AFC 아시안컵 8강] 한국 0-1 카타르, 한국 축구가 기억할 교훈

19.01.26 10:27최종업데이트19.01.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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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 적중률'이 20%(2/10개), '크로스 적중률'은 그보다 더 심각한 11.1%(2/18개)에 그쳤다. 이처럼 우리 실력이 모자라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했는데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황의조의 재치있는 발리슛을 동점골로 인정해주지 않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을 탓할 것인가?
 

▲ 황의조, '제발'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후반 황의조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당연히 위로받아야 한다. 하지만 준비 과정이나 중요한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적절하게 고치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곱씹고 넘어가야 한다. 4년 후가 아니라 그보다 더 가까운 시일에 계속되어야 할 축구에 더이상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5일 오후 10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카타르와의 8강 대결에서 후반전 뼈아픈 결승골을 얻어맞고 따라잡지 못해 0-1로 패하고 돌아오게 됐다.

모양새는 비슷했지만 차이는 분명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카타르는 30분 동안 신중하게 수비에 치중했다. 쓰리 백 시스템을 기본으로 두고 양쪽 윙백들이 웬만해선 공격에 가담하지 않은 상태에서 5-3-2 포메이션처럼 3줄을 적절히 유지하며 한국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이 흐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닌 벤투호도 조급하게 두들기려고 덤비지 않았다. 무리하게 빠른 템포의 공격만 감행했다가는 아크람 아피프, 알모에즈 알리가 중심을 이룬 카타르의 역습에 먼저 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김민재 '안 풀려요'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양 팀 선수들이 공중볼 경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안컵 8강 세 번째 경기의 진짜 게임은 30분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카타르 쪽에서 30분 이후 3줄 간격을 조금씩 넓히면서 공격적 움직임을 펼친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역습이나 과감한 전진 패스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34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한국 미드필더 황인범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후반전에도 이렇게 치고받는 양상이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동료들과 함께 커버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상대 선수들이 들어오면 거칠게 압박하여 실수를 이끌어내 역습을 전개하는 패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의 허리에 부담을 주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원 살림꾼 정우영이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공을 빼앗겨 역습을 당하는 순간 고의적인 반칙을 범하여 라브샨 이르마토프(우즈베키스탄)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는 이미 조별리그를 치르며 1장의 카드가 있었기에 이 게임을 이긴다고 해도 준결승전에 못 뛰게 된 셈이다.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정우영이 패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회 첫 게임을 치르며 햄스트링을 다친 기성용이 대회 중간에 소속 팀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돌아가야 했기에 정우영의 비중은 공격의 키 플레이어 손흥민 그 이상으로 어깨가 무거운 입장이었다. 이미 전반전에 핵심 센터백 김민재가 먼저 경고를 받은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은 수비 밸런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거짓말처럼 바로 그 자리, 정우영이 지켜야 할 그 자리에서 한국은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78분에 이용의 머리에 맞고 떨어진 공을 잡은 카타르의 간판 공격형 미드필더 아크람 아피프가 왼쪽 옆줄 가까이에서 공을 잡고는 가운데 쪽으로 몰고 가다가 동료에게 횡 패스를 넣어주었다. 

이 때 정우영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너무 넓게 벌어지고 말았다. 아크람 아피프의 패스를 받은 압델라지즈 하템은 비교적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왼발 중거리슛을 과감하게 날렸다. 뒤늦게 정우영이 접근하며 다리를 내뻗었지만 그 사이로 빠르게 빠져 나온 공이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김승규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하템의 왼발에 제대로 맞은 공을 막기에는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카타르 하템에게 실점 후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슛' 적중률, '크로스' 적중률 데이터를 보자

실점 직전 한국은 이청용이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왼발잡이 풀백 김진수가 날카롭게 감아넘긴 공이 카타르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며 나가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렇기에 예상 못한 실점에 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실점 후 2분 만에 반대쪽 골문 안으로 동점골이 들어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골문 앞으로 날아가 황의조의 오른발 발리슛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제1부심의 깃발이 높게 올라가고 말았다. 이용의 발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황의조가 아주 미세한 차이로 오프 사이드 라인에 걸린 것이다. 

라브샨 이르마토프 주심은 최종 판정을 유보하고 VAR 룸의 조언을 들었지만 오프 사이드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한국의 벤투 감독은 85분부터 센터백 김민재를 공격수로 올려세우는 극단적인 방법을 썼지만 높이 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81분에 가운데 미드필더 주세종을 빼고 비교적 키가 큰 지동원을 들여보낸 바 있지만 역시 높이 싸움에서 특별한 효과를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나갈 때 크로스가 지동원의 머리를 향했지만 그는 바로 앞 카타르 수비수의 어깨를 누르며 점프하는 바람에 반칙이 선언되어 허무하게 시간만 잡아먹는 꼴이 되고 말았다. 
 

▲ 항의하는 파울루 벤투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상대 반칙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체 선수가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고, 남은 시간을 고려하여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감독의 지시와는 무관하게 기본적인 상황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저 귀중한 시간에 지동원의 행동은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목표에 근접하지도 못하고 일찍 돌아오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복잡할 것도 없이 바로 그것은 경기마다 제공되는 주요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슈팅 숫자 대비 유효 슛 기록인 '슛 적중률'과 '크로스 적중률' 이 두 가지 지표만으로도 한국의 이번 대회 다섯 경기 기록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벤투호의 아쉬운 퇴장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이 응원단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의 '슛 적중률''크로스 적중률'
※ 슛 적중률=유효 슛 기록 ÷ 전제 슛 기록
※ 크로스 적중률=크로스 성공 ÷ 전체 크로스 

1) 한국 vs 필리핀
슛 적중률 : 31.2%(5/16개)
크로스 적중률 : 30.8%(8/26개)

2) 한국 vs 키르기스스탄
슛 적중률 : 36.8%(7/19개)
크로스 적중률 : 24%(6/25개)

3) 한국 vs 중국
슛 적중률 : 47%(8/17개)
크로스 적중률 : 27.3%(3/11개)

4) 한국 vs 바레인
슛 적중률 : 12.5%(2/16개)
크로스 적중률 : 8.6%(3/35개)

5) 한국 vs 카타르
슛 적중률 : 20%(2/10개)
크로스 적중률 : 11.1%(2/18개)

◎ 한국의 다섯 경기 합산 기록
슛 적중률 : 30.7%(24/78개)
크로스 적중률 : 19.1%(22/115개)

한국은 조별 리그 세 경기 기록에 비해 바레인과의 16강과 카타르와의 8강 두 경기 기록이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바레인과 만나서 왜 연장전까지 진땀을 흘렸는가는 이 기록(슛 적중률 12.5%, 크로스 적중률 8.6%)이 증명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타르와의 이번 경기 기록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모두 10개의 슛을 날린 한국은 유효 슛이 단 2개뿐(후반전 황의조, 손흥민 각 1개씩)이었다. 김진수의 왼발 프리킥이 골대를 때리고 나간 것은 유효 슛 기록에 포함하지 않는다. 크로스도 18개 중에서 우리 선수들이 따낸 숫자는 2개에 그쳤다. 

물론 이 중요한 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상대 팀 수비수들이 더 안간힘을 쓴 것도 감안해야 한다. 반대로 카타르의 이 경기 슛 적중률은 36.3%였고, 크로스 적중률도 25%로 나왔다. 단순 비교해도 한국의 공격력보다 정확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단 1개밖에 안 되지만 그들은 바로 그 골을 넣어서 이겼고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 답답해 하는 손흥민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경기가 잘 안풀리자 답답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보다 하루 먼저 8강 게임을 치러 준결승전에 가장 먼저 올라간 일본은 베트남을 상대로 54.5%에 이르는 슛 적중률을 만들어냈고 크로스 적중률도 35.3%를 찍었다. 비록 일본에 패했지만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도 슛 적중률이 33.3%, 크로스 적중률이 27.3%로 나왔다. 

조별리그 세 경기 기록을 지우면 한국의 이 지표들이 더 떨어진다. 축구의 승리 공식인 골에 직결되는 이 기록들에서 이렇게 모자랐으니 꿈꿨던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축구에서 후방 빌드 업도 중요하고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 중요한 지표를 끌어올리는 일, 흔히 말하는 골 결정력을 높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선수들의 피지컬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책임도 분명히 따져야 할 일이다. 대회 첫 게임에서 중원의 살림꾼 기성용을 근육 부상으로 잃었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검증된 실력자 이재성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019 AFC 아시안컵 8강 결과
(1월 25일 오후 10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아부다비)

★ 한국 0-1 카타르 [득점 : 압델라지즈 하템(78분,도움-아크람 아피프)]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이청용(84분↔이승우), 황인범(74분↔구자철), 손흥민
DMF : 정우영, 주세종(81분↔지동원)
DF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이용
GK : 김승규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60.3%, 카타르 39.7%
유효 슛 : 한국 2개, 카타르 4개
슛 : 한국 10개(박스 안 2개), 카타르 11개(박스 안 3개)
패스 : 한국 540개, 카타르 362개
롱 패스 : 한국 87개, 카타르 46개
패스 성공률 : 한국 87.2%, 카타르 80.7%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한국 75.6%, 카타르 72.1%
크로스 : 한국 18개, 카타르 4개
크로스 성공률 : 한국 11.1%, 카타르 25%
가로채기 : 한국 18개, 카타르 8개
오프 사이드 : 한국 2개, 카타르 2개
코너킥 : 한국 5개, 카타르 1개
태클 : 한국 6개, 카타르 9개
파울 : 한국 16개, 카타르 14개
경고 : 한국 2장(김민재, 정우영), 카타르 2장(압델라지즈 하템, 바삼 알 라위)

◇ 8강 이후 토너먼트 대진표
45번(8강) ★ 베트남 0-1 일본
46번(8강) ★ 이란 3-0 중국
47번(8강) ★ 한국 0-1 카타르
48번(8강) ☆ 호주 vs 아랍에미리트(26일 오전 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49번(4강) ☆ 일본 vs 이란(28일 오후 1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50번(4강) ☆ 카타르 vs 호주-아랍에미리트 승리 팀(29일 오후 11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아부다비)

51번(결승전) ☆ 49번 승리 팀 - 50번 승리 팀
(2월 1일 오후 11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아부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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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컵 파울루 벤투 손흥민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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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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