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증인> 포스터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8년 전 500만 관객을 울린 반항아 완득(유아인)과 오지랖 선생 동주(김윤석)의 특별한 시선과 멘토링을 기억하는가? 당시 느꼈던 따뜻함을 몸과 마음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그때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우성-김향기 주연의 영화 <증인> 이야기다.
<증인>을 만든 이한 감독은 과거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만들었을 때부터 사람과 사람간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 이야기를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의 영화를 볼 때면 마치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빠'가 떠오를 만큼, 가슴 속에서 뭉클함이 올라온다. 그의 영화들이 주목 받은 건, 담담하게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 우리 사회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증인>에서도 이한 감독은 자폐 소녀 지우와 변호사 순호를 통해, 자폐 소녀를 바라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들을 중심으로 달라지는 변호사 순호의 모습 등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비타민'을 공급할 예정이다.
<증인>은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가 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의 무죄를 입증해야 할 변호인 순호(정우성)는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면 재판에 유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우의 한 마디는 순호의 그런 계획에 작은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생각입니까?" 경제적 이익과 권력을 위해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자신의 위치를 통감했던 것일까, 순호는 지우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갈등에 빠지게 된다. 순호의 현재 처지 역시 그 갈등을 증폭시킨다. 순호는 아버지 빚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 순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다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 영화 <증인>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폐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처음이 아니다. 멀게는 조승우 주연의 영화 <말아톤>부터, 아주 가깝게는 박정민 주연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 있다. <말아톤>의 초원이와 <증인> 속 지우가 겪는 일은 아주 흡사하다. 두 주인공 모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상처를 받는다.
<증인>에서 지우는 자폐 소녀로 낙인찍혀 놀림의 대상이다. 지우 엄마 현정(장영남)은 지우가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또래의 친구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온갖 수단을 다 써보지만 그 벽은 너무나도 높다. <증인> 속 지우 엄마 현정과 <말아톤> 속 초원 엄마 경숙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다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성격과 행동하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도 있고 완전히 다른 사람도 있다. 영화는 자폐 소녀와 변호사가 만나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순호에게 지우가 던지는 질문,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는 관객 모두에게 던지는 것과도 같다.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있을까. 다만 서서히 무너지고 권력과 탐욕의 유혹에 빠져 순수함을 잃어갈 뿐이다. <증인>은 선과 악의 기준을 순수함을 잃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우가 던진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만든다.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그들을 이용해서 이익을 보려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감독이 던지고 싶은 질문이 바로 이것일까? 지우가 가끔씩 질문을 던질 때마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영화 속 순호 또한 대형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때를 묻혀야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회사 선배의 조언에 수긍하나, 지우를 만날 때마다 찝찝함을 느낀다. 그는 과거 자신의 원칙과 소신이 확고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정우성부터 염혜란, 박근형까지 명품 배우들의 연기
▲ 영화 <증인>장면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멜로, 액션 장르를 넘나들며 독보적 존재를 과시하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다. <더킹>에서 검사장 후보 한강식, <강철비>에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그리고 이번엔 민변 출신의 변호사 순호를 연기했다. 여기에 배우 김향기가 가세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제대로 주목은 받은 그녀는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영주>에서도 주연으로 열연하여 계속되는 성장세를 기록하는 배우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비밀의 숲> 등에서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호평을 받은 배우 이규형 역시 눈에 띈다. 그는 사건 담당 형사 희중 역을 맡았다. 순호가 지우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지우와의 소통을 마스터한 인물이다.
<도깨비>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염혜란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가정부 미란 역을 맡았다. 순호의 오랜 친구이자 민변 변호사 수인 역은 배우 송윤아가 연기한다. 이외에도 장영남(지우 엄마), 박근형(순호 아빠)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들이 명품 연기로 몰입감을 높여준다.
<증인>을 보기 전,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장면에 대해 알고 가면 좋다. 영화에는 법정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지우가 질문을 할 때마다 관객들 스스로 질문을 받는 듯하게 만들기 위해 특별한 앵글을 구사했다. 그리고 자폐 소녀의 시각을 잘 표현하기 위해 POV(Point of View)기법을 도입했다. 배우 김향기의 머리에 카메라를 달아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영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를 이용해 자폐 소녀 지우가 혼란을 겪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2월 13일 개봉한다.
한줄평 : 소통 결핍의 시대에 필수 비타민과 같은 영화 <증인>
별점 : ★★★☆(3.5/5)
영화 <증인> 관련 정보 |
제목 : <증인>
감독 : 이한
각본 : 문지원
각색 : 이한, 홍용호
출연 : 정우성, 김향기, 이규형, 염혜란, 장영남, 정원중, 김종수
특별출연 : 박근형, 송윤아
제공/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 ㈜무비락, ㈜도서관옆스튜디오
개봉 : 2019년 2월 13일
상영시간 : 129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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