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문화재 복원, 이대로 괜찮은가?

[주장] 문화재의 잘못된 복원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 훼손

등록 2019.01.17 09:44수정 2019.01.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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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연속으로 문화재 복원 사업의 실태를 보도하고 있다. 흥복전 복원에 당시의 건축자재가 아닌 시멘트가 쓰였고 경주 월정교 복원은 청나라 다리를 모방했다고 한다.

문화재 복원의 기본 원칙은 원형 보존이고 훼손될 가능성이 높을 때만 부득이하게 복원을 실시한다. 역사 속에서 완전히 소멸된 건축물을 복원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건축이다.


문화재는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 유산이다. 석탑의 아름다움에서 전통 건축미의 연원을 찾을 수 있고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에서 우리 속에 침전된 전통적인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고유성이 미적으로 승화된 문화재를 통해 세계인을 감동시킨다.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왜곡되었다면 문화재로부터 이런 감동을 받지 못한다.

문화재 복원 사업은 역사적 가치 이외의 목적으로 이루어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1973년 완성된 불국사 복원 사업은 참사 수준의 문화재 훼손이었다.
역사적 가치보다 정권 홍보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보여주기식 사업이었다. 지금도 경복궁 복원은 정궁 회복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경주 월정교 복원은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문화재를 유흥산업 등 상업적 이익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거나, 번영과 자긍심만 기억하고 쇠퇴와 수치심은 지우려는 천박한 역사인식을 지닌 대중과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이 만날 때 복원 사업은 졸속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는 건전하고 지속적인 관광산업이 뿌리를 못 내린다는 것이다.

건축뿐만 아니라 소멸도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역사다. 문화재는 과거의 영화와 자긍심뿐만 아니라 소멸의 비애와 무상함도 전해준다. 폐사지나 무너진 성터. 궁궐터는 그 존재만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고려시대에 소실된 신라 황룡사는 소실된 터 자체만으로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복원처럼 문화재 복원사업은 원형보존의 원칙 아래 철저한 고증으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의 시간을 회복한다는 이름으로 지나온 세월을 지우는 잘못된 복원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 훼손이다.



#문화재 #복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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