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한국당행, 대선 노리는 그의 무기는 기독교?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현실 정치 경험 없지만... 정치 입문하려는 '전도사'

등록 2019.01.14 11:06수정 2019.01.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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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 출판기념회 황교안 전 총리.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가 2018년 9월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 권우성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합니다. 황 전 총리는 11일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입당 의사를 밝혔고, 15일 오전 한국당 입당식과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황 전 총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걷게 되는 정치인의 길이다, 개인적으로 걱정도 된다"라면서도 "하지만 나라가 흔들리고 국민이 힘들어하고 계신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입당 이유를 밝혔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후보 출마를 하지 않으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듯했지만, 지난해 책 <황교안의 답>을 출간하면서 정치 입문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습니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당권에 도전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의 한국당 입당이 주는 의미와 여파를 알아보겠습니다.

도로 친박당? 한국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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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축이는 심재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2018년 10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는 모습. ⓒ 남소연

 
보수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인물이 당에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서는 정당지지율 상승세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도로 박근혜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친박계와 TK(대구·경북), 전통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지만, 친박 내부에선 마냥 환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심재철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 정권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이 공격당하고 탄핵소추당할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라면서 그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심 의원은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입당은 환영하지만 당 대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입장도 궁지에 몰렸습니다. '진박 공천'에 관여한 사람이나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까지 받으면서 인적쇄신을 꾀했는데,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가 당권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친박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박근혜씨의 의중도 반반 정도로 봐야 합니다. 친박이 힘을 얻을 수 있거나 결집하는 계기도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황교안 개인의 정치적 욕망으로 토사구팽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친박과 비박 그리고 보수층의 지지 여부가 확실하게 나올 것입니다.

왜 하필 지금 입당할까
  
이미 지난 대선 때도 후보로 거론됐던 황교안 전 총리는 왜 하필 지금 시점에 한국당에 입당할까요?

당시 황 전 총리는 "출마를 위해 권한대행의 대행을 만들 수는 없었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탄핵 정국에서 출마를 한다고 해도 결과가 썩 좋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뚜렷한 보수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선호도 1위가 지속되니 해볼만 하다고 느꼈을 듯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당에 입당해 오는 2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가 돼야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에서 공천권이란 권력으로 이어지고, 차기 대선까지도 영향력을 끼칩니다. 한국당은 오랜 비대위 체제의 진통 속에서 새로운 도로를 만들었고, 황교안 전 총리는 개통하자마자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등장하자, 기독교인이 들썩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간증집회를 하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 구글에 검색해보니 그동안 다녔던 간증집회 모습을 볼 수 있다. ⓒ 임병도

 
황교안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에는 또다른 이슈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기독교인의 결집입니다. 황 전 총리는 기독교인이 결집하는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전국 수십 곳의 교회를 돌아다니면서 간증 집회를 했습니다.

기독교의 특성상 간증집회를 하면 참석한 교인 대부분이 그를 지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특히 그는 성경 속 인물에 비유돼 '요셉 총리'라고 불리는데, 이는 종교적 믿음이 정치인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 성경 속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해 형제들의 질투로 노예로 팔렸다. 노예로 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누명을 쓴다. 감옥에 있던 중에 왕의 꿈을 해몽해 결국 이집트의 총리까지 오른다.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형제들이 먹을 것이 없어 찾아왔지만, 벌을 주는 대신에 용서를 한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로 이주하는 계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갖은 고난을 겪지만 하나님을 믿어 성공하는 사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요셉이다. - 기자 주)
 

▲지난 2018년 12월 9일 춘천에서 열린 황교안 전 총리 간증집회 기념 사진 ⓒ 침례신문 화면 캡처

 
태극기집회나 보수집회를 보면 교회 다니는 50대 이상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황교안 전 총리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우선 법무부 장관에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각종 간증집회를 통해 종교적 신념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본보기로 비칠 수 있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중도 보수와 기독교를 묶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그는 '황교안 전도사'라며 기독교 내부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이는 그가 정치에 입문하려고 하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서를 낭독하고 있다. ⓒ 기독교TV(www.cts.tv) 화면 캡처

 
기독교인이 줄었다고 하지만 개신교 인구만 무려 1000만 명에 가깝습니다. 이들이 정치인 한 명을 몰아주듯 지지하면, 대권을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과거 '이명박 장로'는 선거에서 기독교인의 맹목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기독교인의 지지는 쉽게 넘길 수 없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정당 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정치적 성과를 냈다기보다는 권력자의 뒤를 따르거나 타인이 추켜세워주는 코스를 밟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을 두고 '정치적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평가도 내놓습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태극기집회와 보수층을 구성하는 기독교인들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한동안 보수 대선주자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입당 #총선 공천권 #이명박 장로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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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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