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서평] 서보혁, <한국 평화학의 탐구>

등록 2019.01.14 21:59수정 2019.01.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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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평화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별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 "전쟁의 반대말"이라고 대답한다. 혹은 "그냥 평화로운 상태가 평화가 아니냐"는 동어반복적 답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순간 내적으로 마음의 평화상태가 깨져 혼란의 상태가 왔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평화의 개념은 내적이든, 외적이든 개인적으로 처한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평화란 '평온하고 화목한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평화는 말 그대로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평화학은 평화의 상태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모색하는 학술활동이다. 최근 평화학 이론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평화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인권, 민주주의, 발전, 불평등, 차별 등 인간사회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범위로 확장되어 논의되고 있다.
   
한국적 평화가 필요하다    


평화학이라는 학문적 발전 추세를 반영하여 평화학이라는 주제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해석할 수 없을까? 2018년 한반도에서 평화가 도래했다고 하는데, 과연 진정한 평화가 왔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와 방향이 무엇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분단정전체제로 인해 발생된 한반도 내외부적 문제에 대해 평화학적 관점에서 대안을 찾고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정치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정신적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발생된 폐해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적 평화학의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분단상황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 속에 내재된 폭력적이고 적대적 상황을 극복하여 평화, 공존, 화해, 협력이 실현되는 통일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가 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평화학의 탐구』(2019, 박영사), 서보혁 지음 표지 ⓒ 황수환

  
서보혁 박사의 <한국 평화학의 탐구>(2019)는 한국적 평화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모색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한국 평화학의 필요성과 가능성, 한국적 평화에 대한 이론적 탐구, 평화와 통일의 관계 등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실현을 위한 전략과 방향에 대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문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기존의 국가안보 패러다임과 민족통일 패러다임 모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평화주의(pacifism)'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즉 한반도 미래의 한 주체인 북한에 대해 국가안보 패러다임에서는 적대시하거나, 민족통일 패러다임에서는 우호시하는 상호 편파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평화주의 시각에서 북한의 입장과 행태를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평화를 위해서는 적대적 시각이 아닌 평화적 시각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 평화학의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한반도에서 모두가 평화를 지향하면서도 평화주의 관점과 평화학이 발전하지 못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 하지만 여전히 반세기 이상 남북 분단상황이 지속된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 평화학의 탐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여 진정한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와 방향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담고 있다. 단순히 안보적 차원에서 극복된 평화가 아닌 인권과 민주주의 친화형 평화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한반도 내외부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각종 위협에 대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학술적 고민과 운동적 실천방향을 모색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한국적 평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으로 조망하길 원하는 분, 모호한 평화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 분, 통일과 평화의 관계에 대해 혼란을 가지신 분들이면 이 책을 통해 시각적 확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평화'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셨던 분들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논의되던 평화의 개념에서 벗어나 평화학의 인식과 지평을 확장시키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9년 현재 한반도에서 평화를 창출하기 위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즉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창조적 시간인 카이로스(Καιρός)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반도에서, 전세계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평화'라는 개념이 사용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 진정한 평화가 아닐까 자문해 본다.
#평화 #평화학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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