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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일상이 기적이 될 수 있다는 이 남자의 믿음

[미리보는 영화] <미래의 미라이>가 그린 정반대 현실, 우리가 놓친 건

19.01.03 16:14최종업데이트19.01.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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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포스터. ⓒ 얼리버드픽쳐스

  
갈수록 결혼과 육아가 각박해지는 요즘 사회다. 자신의 삶이 희미해질까봐 혹은 또다른 인생의 짐이 될까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면 우선 이 애니메이션을 권해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동시기에 호소다 마모루 역시 가족과 공동체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것이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영화인지의 차이 정도다. 3대 이상이 모여 살던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빠르게 바뀌어 오고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족을 바라보는 한국, 일본 사람들의 관념도 그만큼 바뀌었던 것 같다.

급격히 팽창하는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 구조로는 견디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던 건 아닐지. 그래서 내로라하는 양국의 문학가들 중 다수는 개인주의를 주장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곤 했다.

배운다는 것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 얼리버드픽쳐스

  
개인주의 관점에서 볼 때 호소다 마모루는 그 반대 지점에 서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 아이> 등에서 그랬듯 그는 꾸준히 '함께 하는 것', '함께 사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스스로 여러 차례 밝혔듯 "결혼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고, 일본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사는 형태의 젊은 세대가 다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말보다 작품에서 보인 이야기의 깊이는 좀 더 깊은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미래의 미라이>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일관되게 지켜온 '공동체 주의'에 대한 결정판이 될 듯싶다. 4살짜리 아이 쿤(카미시라이시 모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갓 태어난 동생의 모습이 새해 초부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실제 생활에서 따왔다.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것처럼 느낀 큰아들이 투정과 심술을 부리는 걸 보면서 쓴 이야기. <미래의 미라이>는 제목처럼 미래에서 온 쿤의 여동생 미라이(쿠로키 하루)가 일종의 안내자가 되어 한 집안에 얽히고설킨 가족의 역시를 소개하는 작품.

가족의 역사라 했지만 실은 각 개인의 역사기도 하다. 여동생, 아빠, 엄마에게 싫은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쿤에게 나타나는 미라이는 순차적으로 엄마의 유년 시절, 아빠의 청년 시절, 나아가 쿤의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의 청년 시절과 만나게 해준다. 모든 것이 서툴고 신기하며 호기심 많은 쿤은 선뜻 과거의 가족들에게서 하나씩 뭔가를 깨닫게 된다. 

일상의 환기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 얼리버드픽쳐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젖을 먹이는 동물 중에서 인간의 유아기는 매우 긴 편이다. 두 발로 설 수 있다고 해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겐 배워야 하고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가족은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혈연으로 이어졌든 아니든 매우 중요한 울타리인 게 맞다. 

만약 <미래의 미라이>가 위와 같은 관점에 그쳤다면 그저 그런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됐을 것이다. 영화는 쿤의 성장과 함께 아빠나 엄마의 성장 역시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보통 아이를 교육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아이를 통해 배우는 게 더 많다"며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변화에 반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매번 깨닫는다"는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심리는 물론이고 안아주는 것에도 서툴렀던 아빠는 어느새 영화 말미엔 안정적으로 아이를 품을 줄 아는 존재가 되어 있다.

사실 이야기의 규모나 설정만 놓고 보면 절대 영화화를 생각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일본 어느 구석의 작은 가족의 일상에 각 구성원들의 과거를 덧댄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감동의 크기가 남다르다.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화면 곳곳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장면도 눈길을 끈다. 내가 존재하고 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건 수많은 우연이 모인 결과물이라는 것. 그렇기에 지금 보내는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걸 영화는 은유적으로 말한다. 십중팔구 눈시울이 붉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 얼리버드픽쳐스

 
한 줄 평 : 일상 수집가가 전하는 감동의 결정체
평점 : ★★★★☆(4.5/5) 

 
영화 <미래의 미라이> 관련 정보

감독 : 호소다 마모루
출연 : 쿠로키 하루,  카미시라이시 모카, 야쿠쇼 코지, 후쿠야마 마사하루 등
수입 : 얼리버드픽쳐스
배급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러닝타임 : 98분
상영등급 : 전체관람가
개봉 : 2019년 1월 16일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육아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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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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