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송년회'가 있어 다행입니다

책읽는사회 송년 시낭송의 밤 열려

등록 2018.12.28 10:34수정 2018.12.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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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사회 성년 시낭송의 밤’ "잘 가라 2018" ⓒ 이명옥

  
해마다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송년회가 있다.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책 읽는 사회 송년 시낭송의 밤'이다. 시낭송과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으며 거친 세월의 한 토막과 회한없이 작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26일 열렸다.
 
"저무는 해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밤
촛불을 켜고
거친 세월의 한 토막과 작별하는
송년 시 낭송회"

촛불 아래서 시낭송을 하는 이들을 통해 비로소 저무는 한 해 속에 깊이 가라앉은 슬픔과 아픔, 어두운 기억들과 거친 세월의 자락자락을 털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번 시낭송회에는 황규관 시인, 이영경 그림책 작가, 황주리 화가, 임옥희 경희대 후마티타스 교수, 윤의식 건축가,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조금주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 석진 신백아동도서관 관장, 김경희, 최경아 독서동아리 길잡이, 한성희 그림책협회 대표, 한명희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 대표, 김윤정 독서동아리 청년취재단, 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등이 참여해 시를 낭송하고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시낭송을 한 참가자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시낭송에 참여했다. ⓒ 이명옥

 
시를 통해 한 해를 떠나보내는 일은 분주하게 먹고 마시는 여느 송년과는 다르다.

물기 배인 목소리로 낭송하는 시에 함께 울컥하고, 유쾌하고 발랄한 목소리에 함께 유쾌하게 웃고 눈물짓는 사이 거친 세월의 한 토막이 조용조용 작별을 고하며 가슴에서 슬그머니 멀어져 간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처럼 그저 비에도 바람에도 눈에도 여름의 무더위에도 지지 않고 살아낸 한해, 혼자만 손해본 것 같은 조금 더 내어준 시간에도 아쉬움 없이 한해를 털어내고 소박한 또 한해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를 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 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부르지 않은 노래 하나, 읆지 않은 시 한 편쯤 묻어두고 살 것이다. 저무는 한 해 자기만의 방에서 조용히 일어나 부르지 못한 노래 한소절, 읆지 못한 시 한편을 읇조리거나 수첩에 옮겨 적으며 거친 세월의 한 토막과 이별을 해도 좋으리라.

혼자 거친 세월과 이별하기 힘들다면, 가족이나 지인과 조촐한 시낭송을 통해 한 해와 작별을 고하는 송년은 어떨까.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이 1997년부터 시작한 송년시 낭송회는 2018년으로 12주년을 맞이 했다. 첫해 박완서 선생을 시작으로 정희성, 맹문재, 이문재, 도종환 시인 등 수많은 작가와 시인이 함께 했다.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은 책읽는 운동을 통해 '사람의 사회, 성숙한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민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인 조직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주요활동은 확교도서관, 작은 도서관, 병원 도서관, 기적의도서관건립 등 도서관 활동과 북스타트, 책날개, 청소년북스타트 등 책읽기  운동, 독서동아리지원, 병영독서 정책/교육/연구 등 책읽기 관련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보다 스마트 폰이 가까운 사회, 시가 읽히지 않고 시집이 거의 팔리지 않는 사회에서 꾸준히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책읽는 이들이 성숙한 사회, 깨어있는 사회의 주인이 된다는 신념으로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책읽는 사회문화운동. 이들이 차려놓은 다양한 밥상을 즐기고 나누는 동안 당신은 어느새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http://www.bookreader.or.kr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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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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