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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시샘하는 오빠... 호소다 마모루의 기발한 선택

[현장]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언론 시사, 일상의 소중함 전해

18.12.27 18:04최종업데이트18.12.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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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 얼리버드픽쳐스

  
육아 담당 아빠와 일하는 엄마, 그리고 새로 태어난 여동생 사이에서 고민 많은 어린아이 쿤짱(키미시라이시 모카)의 성장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는 역시 가족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전하는 이야기였다. 27일 국내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감독이 영화 관련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내년 미국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도 꼽인 해당 작품은 감독이 겪은 실제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 영화의 주인공인 쿤짱과 여동생은 실제 호소다 마모루 감독 부부의 자녀를 모델로 삼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작은 가족 이야기인데 보다 보면 엄청나게 큰 단위의 가족 이야기도 나온다"며 "작은 인연의 끈들이 우리 모두에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실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기성세대가 가장 공감할 법한데 감독은 정작 "젊은 세대 관객들이 많이 이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호소가 마모루 감독은 "많은 젊은 친구들이 억압당하며 산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일상이 재미없다고 생각하기에 영화 속 판타지나 액션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애니메이션 < 미래의 미라이 > 언론 시사 이 영상은 애니메이션 < 미래의 미라이 > 언론 시사 현장을 담고 있다. (취재 : 이선필 / 영상 : 정교진) ⓒ 정교진

 
"그렇기에 좀 더 화려한 장소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미래의 미라이>는 전혀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상의 소중함, 일상의 대단함을 말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판타지만 바라보고 그걸 쫓으면 이 세상은 아마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일상 속에 멋진 것들이 들어있고, 인생엔 멋진 순간으로 넘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젊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었으면 한다."

일상의 소중함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 얼리버드픽쳐스

  
제목처럼 작품에서 미라이는 쿤짱의 동생이면서도 동시에 미래에서 나타난 존재기도 하다. 청소년기인 미라이가 유아인 쿤짱에게 이런저런 진실을 알려주며 온 가족이 함께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작품엔 완벽한 어른들이 나오지 않는다"며 "쿤짱의 부모 역시 육아를 하면서 인생을 배워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이 성장할 수 있게 이끄는 존재가 미라이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만들 때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상태에 이르면 변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전혀 감정 없던 사람을 좋아하게 될 때 혹은 열정적이던 사람의 마음이 갑자기 식었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해본다. 아이들을 보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그 변화 폭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른은 이미 생각과 영혼이 굳어서 작은 일엔 반응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다. 매일 신선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다이내믹함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작품에 인간의 성정 변화를 꾸준히 그리려 했다." 

이어 감독은 영화의 모델이 된 아들과 아내가 직접 영화를 보고 남긴 평을 전했다. "아들의 실제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부끄러워할 줄 알았는데 다른 아이들처럼 재밌게 보더라"며 감독은 "아내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뒤 제게 '당신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말해줘서 기뻤다"고 밝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데뷔한 이후 지난 12년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끊임없이 가족과 공동체를 작품에 녹여왔다. 때론 부모와 자식으로 이뤄진 전통가족의 형태로, 때론 우연히 만난 인물이 서로 연대하는 식으로 작품 속 인물은 위기를 넘고 성장해왔다. 그만큼 공동체 개념이 감독에게 중요한 화두였던 걸로 볼 수 있다. 

"현대에서 가족이란 무엇일까. 제 작품에도 가족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가족의 형태가 계속 변하고 있기에 다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가족이 전통적 형태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영화화가 의미 없지. 최근까지도 가족의 의미와 역할이 바뀌고 있다. 근대 사화에선 아버지다움, 어머니다움을 규정짓고 그런 모습이 되길 요구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는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미라이>에선 엄마가 일 나가고, 아빠는 육아를 담당함으로써 젠더를 역전시켰는데 가족이 사는 모습에 따라 역할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가족의 의미와 역할은 스스로 찾아가야 하지 사회가 규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 얼리버드픽쳐스

 
다만 차기작 역시 가족 혹은 아이가 주인공인지 묻는 말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반드시 가족이나 아이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며 "<미래의 미라이>와는 전혀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기자간담회 말미 한국팬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올해 칸영화제, 내년 미국 골든글로브에 초청을 받았다며 축하해주시는데 사실 제가 가장 처음으로 해외영화제에 나가게 된 건 부산영화제였다"며 그는 "12년 전 제 작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랑해준 곳이 한국이었다. 지금도 한국 팬분들이 응원해주시기에 제가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는 오는 1월 16일 개봉한다.
호소다 마모루 미래의 미라이 애니메이션 골든글로브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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