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급식 어린이집 엄마의 한 마디 "또 속을 뻔했다"

[국·공립 개선방안 세미나] 내부고발 교사는 눈물 "민원을 넣은 제가 문제인가요?"

등록 2019.12.13 23:57수정 2019.12.1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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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의 한 시립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전직 보육교사가 강원대 LINC+사업단·춘천시민연대·공공운수노조 보육1지부 강원지회가 20일 오후 춘천시 담작은도서관에서 연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개선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춘천시 시립 어린이집 비위를 고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성욱

"어린이집 비리가 일어난 다음, 한 가지 해결방안으로 이런 얘기가 들렸다. (부모님들이) 어린이집을 협동조합으로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 그런 방법도 있었나? 속을 뻔했지만, 와 이게, 국가가, 진짜는, 아이들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구나."

시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라고 했다. 부실 급식 관련 보육교사들의 내부고발을 접하고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부모들에게 공동 육아를 제시했다고 했다.

최근 춘천시 일부 국공립어린이집 사이에서 '원장 갑질'과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 개선방안 세미나'가 20일 지역 담작은도서관에서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지부 강원지회, 춘천시민연대, 그리고 강원대 LINC+사업단(지역 산학 협력 거점 사업)이 공동주관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았다.

엄마의 입에서는 "또 속을 뻔했다"는 말이 나왔고, 내부고발에 나섰던 보육교사는 내내 눈물을 쏟았다. 앞서 지난 11월 6일 춘천시청 앞에서는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바 있다. 당시 A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보육 업무 배제 등 원장 갑질로 인해 올해 3월부터 퇴사한 교사만 8명에 이른다"고 증언했었다. 또 지난 8일에는 부실 급식 관련 B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내부고발을 접한 학부모들이 원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춘천시에 제출하기도 했었다.

"제가 그 곳에 아이를 맡겼던 엄마입니다"

"최근 춘천시 어린이집에서 급식비리가 있었습니다. 아동학대가 있었고 갑질 논란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 곳에 아이를 맡겼던 엄마입니다."

엄마의 그 심정이 어느 정도 느껴졌다. "정말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일이 내 일이 될지 몰랐다"고 했다. 세미나에서 춘천시 B어린이집 학부모 노○○씨의 문제 의식은 해당 어린이집 원장보다도 오히려 춘천시로 향해 있었다. 그는 "관할 행정기관에서 미리 알고 있었는데 왜 아무 지도 조치가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학부모 간담회 요청도 거절하여 (문제를) 알 수 있는 기회도 무산됐다"고도 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엄마들이 어린이집 운영방침대로 급식이 이뤄진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 결과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제공됐던 우유나 쥬스는 영·유아용이 아니었고,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었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중국산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쓰다가 감사가 나오면 국산을 배치했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노씨는 "수시로 점검을 한다면서 그간 6개월 간 어느 곳에서도 적발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발언문에는 이렇게도 써 있었다.

"급식 관련 비리 문제가 발생한 국·공립어린이집인데도 춘천시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위탁계약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 위탁계약이기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시행령으로 행정 처분만 가능하지 다른 벌칙을 적용을 못한다는 점을 공무원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이러니 원장의 사유화와 독점적 운영 방식이 가능하며 이 또한 담당 관할이 알면서도 묵인하는 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노씨는 "문제가 있어도 개선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곳도 정확치 않고, 해당 기관이 묵인하는 모습에 불신이 생겼고, 신뢰가 떨어졌으며, 어린이집 비리가 이렇게 이뤄지는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내부고발 교사의 눈물 "민원을 넣은 교사가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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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LINC+사업단·춘천시민연대·공공운수노조 보육1지부 강원지회가 20일 오후 춘천시 담작은도서관에서 연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개선방안 모색 세미나' 모습. ⓒ 김성욱

보육교사는 눈물을 흘렸다. 앞서 지난 6일 '원장 갑질'을 내부 고발한 보육교사였다. 이날 그는 세미나에서 자신의 실명으로 "춘천에서 내부고발자로 떳떳이 살고 싶습니다"란 제목의 발언문을 통해 4가지 요구사항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경숙 교사는 먼저 "처음 보조교사로 민간어린이집에 근무했을 때는 초임이라는 위치에 12시간 근무하는 열악한 조건으로 불합리한 지시에 아무 말 할 수 없다"고 돌아봤다. "정교사로 근무할 때는 운영자의 딸이나 친인척 등의 각종 갑질에 힘들어 서둘러 나와 다른 곳으로 가기도 했다"고도 회상했다. 그리고 내부고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증언이 이어졌다.

"보육교사들과 소통이 아니라 무조건 '네'를 강요하였으며, 취업규칙에도 사인 안 하면 여기 직원 아니라고 사인을 강요하여 보육교사들을 줄사직하게 되었고... (중략)... 원장이 참여해야 하는 춘천시 위·수탁자 개인정보 보호 교육도 보육교사가 대신 다녀오기도 하였으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고 서류로만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들이..."

그리고 그는 이렇게 물었다.

"내부고발, 민원을 넣은 교사의 문제인가요?"

이어 이 교사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가 보고 있다"면서 다시 눈물을 떨구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개인 위탁을 직영 운영으로 전환하십시오", "내부고발자를 보호해 주십시오", "아동 안전을 위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고 복수 담임제를 만들어주십시오", "운영위원회에 교사도 참여할 수 있게 개방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의 낭독이 끝나고 박수가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지숙 춘천시의원은 원장 보수 교육 대리 참가 증언과 관련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에서 개선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제대로 장치가 만들어지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공립어린이집 카르텔, 아무나 못 들어가는 불편한 진실"

앞서 주제 발표에서 김호연 보육시설 비리고발센터장은 "지금 엄마들의 분노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원장이 될 수 있냐는 것"이라면서 "운영 철학도 없고 비리나 부실 급식 문제가 발생하는 시설장이 어떻게 위탁받았는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국·공립어린이집 카르텔"이란 말로 설명했다. 그는 "국·공립어린이집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면서 "A에 근무했던 원장이 B로 가고, B에서 근무했던 원장이 C로 가는 식이라 새로운 원장이 나타나지 않는다.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탁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점수표로 어떻게 위탁을 심의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불투명하니까 모두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탁 심의 과정이 투명해지면 좋은 어린이집 원장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국·공립어린이집의 위탁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면서 "일본의 경우 공공 설립 보육소(어린이집)가 9,887개(40.3%)이며 이중 9,306개 보육소가 시정촌(기초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이라고 소개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인이 운영하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말도 이어졌다.

김 팀장은 주제발표문을 통해 "국·공립어린이집도 다수가 민간 위탁 개인 원장에 의하여 사유화되는 사례가 드러난 이상,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원장이 피고용인으로 순환근무를 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어린이집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팀장은 "대다수가 개인 운영이라 문제점이 내부 고발 아니면 드러날 수 없다"면서 보육 교사의 조직화와 내부 고발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관련기사①] 시립어린이집 교사의 눈물 "원장 갑질 방관하는 시청"
[관련기사②] 춘천시 시립어린이집 '내부고발' 유출 논란
[관련기사③] "반찬으로 손톱 반 만한 오이 2개, 아이들 '개'취급"

[정정보도문] 

본보 2018년 11월 6일자 기사 △시립 어린이집 교사의 눈물 "원장 갑질 방관하는 시청" △춘천시 시립어린이집 '내부고발' 유출 논란 및 2018년 12월 20일자 기사 △부실급식 어린이집 엄마의 한마디 "또 쏙을 뻔했다" 관련 정정보도문.

본보는 2018년 11월 6일자 △시립어린이집 교사의 눈물 "원장 갑질 방관하는 시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장이 교사들이게 불필요한 업무를 지시하고 보육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갑질을 벌여왔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고, 2018년 11월 6일자 △춘천시 시립어린이집 '내부고발' 유출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장이 고의적인 업무 배제, 부당 업무 지시 등 갑질을 하고 교사를 부당해고하였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으며, 2018년 12월 20일자 △부실급식 어린이집 엄마의 한마디 "또 속을 뻔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육 업무 배제 등 원장 갑질로 인해 올해 3월부터 퇴사한 교사만 8명에 이른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부당한 업무 배제 및 업무 지시를 하고 보육교사를 부당해고 하였다거나, 원장의 불필요한 업무 지시 및 보육 업무 배제 등 갑질로 인하여 퇴직한 보육교사가 8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끝.
#어린이집 #급식비리 #국공립어린이집 #내부고발 #보육의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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