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도 전기 생산... 기발한 태양광 발전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42] 태양광 현황과 과제 (하)

등록 2018.12.21 14:58수정 2019.01.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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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 기자말

세종시에서 대전시 유성구 쪽으로 가는 8차선 도로 중앙에는 3.9미터(m) 폭의 자전거길이 있다. 도로 한복판에 자전거길이 있는 것도 특이하지만 약 8.8킬로미터(km) 구간 중 4.6km에 지붕처럼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선 것은 더 이채롭다. 바닥에서 3m 높이에 50~100센티미터(cm) 간격으로 설치된 총 7502개의 패널은 설비용량 1.9메가와트(MW)의 햇빛발전소를 이룬다. 이 발전소는 연평균 2200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연료비(햇빛) 무료'에 '무공해'로 만들어 세종시내 가로등과 전광판 등에 보내고 있다.

자전거길·기차역 햇빛발전 등 '새로운 발상'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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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LG전자
 
세종시의 태양광 자전거도로처럼 전력의 주 소비처인 도시 안팎의 유휴공간에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새로운 발상이 국내외에서 속속 퍼져나가고 있다. 태양광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부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소하는 흐름이다.

영국 철도청은 증기기관 시대인 1886년 건설된 런던의 블랙프라이어스(Blackfriars) 철도역을 '솔라 브리지(태양광 다리)'로 만들었다. 테임즈강의 빅토리아 브리지 위에 있는 열차 플랫폼 지붕에 4400개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했다.

이 솔라 브리지는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봄에 완공됐다. 설비용량 1.1MW인 이 햇빛발전소에서 연 90만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만들어 역에서 쓰는 전력의 절반을 충당한다. 당시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재생에너지 활용의 생생한 교육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제는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 가는 명물이 됐다.
 
 
길바닥을 패널로 덮는 태양광도로 속속 등장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시의 크롬메 지역에서는 길바닥에 패널을 설치한 '세계 최초의 태양광 자전거도로'가 2014년 11월 개통됐다. 노르트홀란트주 정부와 네덜란드융합연구소(TNO) 등이 건설한 이 태양광도로는 2.5m×3.5m 크기 콘크리트 모듈에 태양광전지를 장착해 70m 길이 바닥에 줄지어 깔고, 그 위에 1cm 두께의 강화유리를 얹었다. 여기서 연간 9800kWh의 전력을 생산해 가로등과 신호등에 공급한다.

프랑스의 태양에너지국립연구소(INES)는 콜라스그룹(Colas Group)과 함께 2016년 12월 노르망디의 오른(Orne) 지역에 세계 최초의 태양광 자동차도로인 '와트웨이'를 개통했다. 500만유로(약 65억 원)를 들여 길이 1㎞, 2800제곱미터(㎡)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이 길에서 지역 주민 5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280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이 생산된다.
 
 
최근 들어 태양광도로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순환고속도로 남단에 1120m 구간의 태양광도로가 설치됐다. 5875㎡(약 1777평)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연간 100만㎾h의 전력을 생산한다. 약 8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광도로에서 생산된 전기는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데 쓰이거나 감시카메라, 터널 조명 등의 전력으로 사용한다.


중국은 2022년까지 동부 저장성의 항저우와 샤오싱, 닝보를 잇는 161㎞ 구간에 6차선 태양광 고속도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태양광도로는 주행 중인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하고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기능도 갖출 것이라고 항주일보 등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고속도로 방음벽을 햇빛발전소로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시와 베니스시 중간에 있는 이세라(Isera)시는 브레너 고속도로의 방음벽 1067m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높이 5.6m인 이 방음벽 햇빛발전소의 전체면적은 약 5036㎡다. 총 3944개 태양광모듈이 연간 68만9000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태양광 방음벽은 1989년 스위스 쿠어(Chur) 지역 고속도로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사옥, 공장, 매장을 거대한 햇빛발전소로

세계 정상급 기업들은 사옥과 공장, 매장 등을 태양광 생산기지로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기업 애플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에 완공한 사옥 '애플파크'의 지붕 약 21만평(약 69만㎡)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 17MW 설비용량의 햇빛발전소로 만들었다. 1만3000여명이 일하는 이 건물의 전력공급은 햇빛발전소가 약 80퍼센트(%)를 담당하고 나머지도 바이오가스,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4MW)로 충당한다.

애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건물은 환기장치 등을 특수하게 설계해 1년 중 9개월은 냉난방이 필요 없다. 사원들은 거대한 숲을 둘러싼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에서 자전거를 주 이동수단으로 삼는 등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와 대형할인매장 타겟(Target),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등은 국내외 매장의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조성, 매장의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의 2018년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서 자체 태양광발전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타겟'으로 2017년 기준 204MW를 국내외 매장 옥상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2위는 월마트로 미국 내외의 371개 매장에서 약 149MW를 발전한다. 이케아는 71개 매장에서 약 45MW를 생산, 매장 전력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하며 가정용 태양광 패널과 각종 절전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전 세계 매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자체 생산 전력으로 매장을 가동하고 가정용 태양광패널 판매도 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이케아 고양점 옥상에 설치된 4446개의 태양광 패널. ⓒ 이케아 코리아

 
구글, 애플, 지엠(GM), IKEA 등 154개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전량을 오는 202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으로 충당하자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100% 운동(RE100)'을 이끌고 있다. 이 운동은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주도로 지난 2014년 시작했다.

삼성 등 국내 기업도 재생에너지 활용 '기지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의 압력과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6월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원, 화성 등 국내 사업장에도 옥상과 주차장 등에 6만3000㎡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은 그러나 '2018 지속가능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열악해 202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미국 등 세계 70여개 나라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12개 기업은 이와 관련,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과 환경운동연합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달 22일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이 모임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석탄·원전 등 다른 발전원과 구분해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이진선(31)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지난달 2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전력시장은 송전·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어 전기의 에너지원을 구분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을 구분해서, 발전사업자와 전력사용자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물 옥상만 모두 활용해도 44GW 설비용량

이헌석(44)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지난달 22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태양광 시설을 확대하려면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농촌보다) 대도시 건물의 옥상과 도로, 주차장 등 유휴 부지를 1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등이 이런 부지를 찾기 위해 더 강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어 "건물옥상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더 주는 등 유인 장치가 이미 있지만 정부나 민간사업자 모두 넓은 땅에 대규모로 재생에너지사업을 하는 게 '쉽고 편하기' 때문에 도시 유휴 부지를 찾으려는 노력이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48) 소장은 지난달 2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런 지적을 수긍하면서 "정부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지붕형 태양광 설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에너지공단, 산업단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한 '산업단지 협동조합형 태양광 사업'은 경남 김해 골든루트산업단지와 나전농공단지,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 등의 25개 입주기업 지붕에 2019년 상반기까지 7MW 규모 발전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 소장은 "주택과 건물지붕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시행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공장지붕과 주차장 등 유휴 부지에 오는 2022년까지 3.2기가와트(GW)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산자부에 따르면 국내 공장, 아파트, 사무용빌딩, 창고 등 활용 가능한 건물의 옥상에 모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원전 44기 규모에 해당하는 44GW의 설비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 있을 때만 가능하므로 전력생산량은 같은 설비용량의 원전보다 적다.

이상훈 소장은 최근 정부가 새만금 지역에 조성하기로 한 2.8GW 규모의 태양광 단지도 유휴 부지 활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는 새만금방조제 안쪽 일대(38.29㎢)에 오는 2022년까지 태양광(2.8GW)과 풍력·연료전지(0.2GW) 발전시설을 세우고, 새만금방조제 바깥에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1.0GW)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는 새만금 전체면적(409㎢)의 9.36%이며, 아직 매립되지 않은 공간에 수상태양광 등을 설치하는 것이어서 기존의 관광레저 및 상업시설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새만금 태양광사업은 새만금 부지 전체의 약 9%인 37㎡면적에 2.8GW 설비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이 중 300MW만 육상태양광이고, 나머지는 산업용지로 활용할 수 없는 지대에 수상태양광패널을 설치한다. 지도에서 1~4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새만금개발청


전력 송배전망 개선 등 체계적 대응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유휴 부지 활용과 함께 전력시스템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대표는 "태양광을 확충하려면 송배전망 구축 등 전력시스템을 재생에너지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62·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한전 국정감사에서 "현재 2.4GW에 달하는 태양광설비가 한전의 인프라 미비로 송전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 에너지전환포럼

이유진(44)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도 지난 7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실제로 전북 부안, 고창에 갔더니 이미 발전설비가 되어 있지만 계통 연결이 안 돼 대기 중인 용량이 엄청 많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이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진출하면서 계통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변전소 설치 등 송배전망과 전력 계통 연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전 배전연계부 곽필목 차장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전의 송배전 용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력계통 접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배전 선로를 추가하고, 변압기와 변전소 등을 증설해 계통 접속을 원활하게 하려 노력 중이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상훈 소장은 그러나 "독일 등 에너지전환 선진국에서도 송배전망 문제가 있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계통접속이 지연되지는 않는다"며 "송배전망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면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주는 등 한전이 전향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유인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전영환

홍익대 전영환(57·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지난 9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향후 원전과 석탄발전소 가동 정지 계획을 고려해 송배전계획을 종합적으로 짜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단위 용량이 적고 환경에 미치는 요인이 작기 때문에, 건물 등에 소용량으로 분산해 설치하는 게 전력계통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이미 국토 면적당 송전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풍력·태양광 건설을 소비지역 중심으로 제한하고, 앞으로 운용 정지하는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소 인근에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해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양광 #단비뉴스 #에너지대전환 #태양열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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