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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완벽한 타인'이 이뤄낸 또하나의 반전

11월 영화산업 결산, 여성 관객 티켓 파워 돋보여

18.12.13 12:03최종업데이트18.12.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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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비수기인 11월 흥행을 이끈 <보헤미안 랩소디>와 <완벽한 타인> ⓒ 20세기폭스코리아,롯데컬처웍스

 
전체 52주를 기준으로 11월이 시작되는 44주 차는 2010~2017년까지의 흥행 순위로 보면 40위에 위치한다. 대학 수능이 끝나는 시점에 조금 관객이 늘어나지만 52주의 흥행 순위 중 하위권에 위치하기에 비수기 시장으로 평가한다. 대학가의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시즌이라 아무래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올해 11월은 달랐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완벽한 타인>이 크게 흥행하면서 전통적 비수기인 11월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두 영화가 11월 시장에 활기를 넣으면서 전년 동기 대비 관객 수는 30.3% 증가했고, 매출액은 39.5% 늘어나는 이례적 환경을 만들어 냈다.
 
쌍끌이 흥행에 비수기 무색
 
영화진흥위원회가 12일 발표한 11월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8만 명 늘어나며 27.7%의 증가율을 보였다. 매출액은 185억 원이 늘어나며 37.1% 증가했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21만 명이 늘어났고 증가율은 32.9%였다. 매출액은 41.7%가 상승했다.
 
11월 전체 관람객은 모두 1715만 명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9만 명 증가한 것이고, 최근 5년 동안의 11월 평균 관람객 수인 1469만명 보다 246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전적으로 <보헤미안 랩소디>와 <완벽한 타인>이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두 영화는 11월 한 달간 각각 531만 명과 473만 명을 동원하며, 비수기를 무색하게 만든 반전 흥행의 주역이 됐다.

12월 12일 현재 <보헤미안 랩소디>는 730만 관객을 넘어섰고, <완벽한 타인>은 524만 관객을 기록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 롯데컬처웍스

  
같은 날 또는 같은 주에 개봉한 2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이른바 쌍끌이 흥행은 주로 성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관객이 급증하는 성수기는 극장가의 파이가 크기 때문에 경쟁작들이 동 시기 개봉하는 것에 따른 위험요소가 크지 않다.
 
그런데 성수기가 아닌 가을 비수기에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나타나면서 비수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완벽한 타인> 뿐 아니라 지난 10월 3일 동시 개봉한 <베놈>(누적 388만 명)과 <암수살인>(누적 376만 명)까지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성수기 중 하나인 추석 시장에서 대부분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참패한 가운데 비수기에 영화들이 흥행해 성수기의 부진을 메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그는 요소다. 9월 성수기인 추석 시장의 부진을 11월 비수기가 만회한 셈이 됐다. 두 달 연속 쌍끌이 흥행이 극장가의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여성 관객 힘과 여성캐릭터의 선전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진위는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난 12월 2일 집계 기준으로 북미와 영국 다음으로 한국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관객이 선호하는 실화 영화이자 음악 영화라는 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록그룹 퀸에 대한 향수를 지닌 중장년층 여성 관객이 초반 흥행을 견인하고, 이후에 빠른 입소문을 바탕으로 20대~30대 관객층이 합류하며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11월 실적에 마음 졸이던 극장들도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 짓게 했다. 지난 6일 열린 CGV 미디어포럼에서도 CGV 측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기존 흥행 공식을 모두 무너뜨렸다"며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특화된 상영과 입소문에 따른 팬덤 현상이 작용했다는 게 CGV의 결론이었다.
 
CGV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사 회원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주말 '싱어롱' 상영의 경우 객석의 80%가, 스크린X의 경우 61.3%가 찼다. 연 5회 미만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유입도 최상위권에 속했다.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관객들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흥행분석가인 이하영 전 시네마서비스 이사는 "최근 몇 년 사이 11월과 12월 초가 좋은 시장은 아니었는데, 올해는 예전과 다르게 시장이 활기를 띄었다"며 "한국영화의 선전도 있지만 그 보다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30%대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힘이 시장을 좋아지게 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국가부도의 날> 한 장면 ⓒ CJ ENM

 
영진위는 또한 "한국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던 <완벽한 타인>의 경우는 근래의 주류 코미디가 남성 서사였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여성'과 '감성'을 부각시켰고, 이에 화답한 여성 관객층의 지지가 흥행의 밑바탕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가부도의 날> 역시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영화"라며 "올 가을 비수기에는 여성 캐릭터 비중이 큰 한국영화들이 여성 관객층의 지지를 얻으며 선전했고, 여성 관객층의 티켓 파워가 돋보였던 11월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개봉영화들은 그간 남성에 밀렸던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양상이다. 저예산 영화 <미쓰백>의 한지민부터 최근 개봉한 <도어락>의 공효진까지 여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들의 흥행 성적이 좋게 나오고 있다. 
보헤미안 햅소디 완벽한 타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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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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