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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도경수 캐스팅 이유? 소경수라서"

[인터뷰] 탭댄스에 담긴 유머 "특별한 위로 전하고 싶었다"

18.12.10 17:01최종업데이트18.12.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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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윙키즈' 강헝철 감독 흥행감독이라 불리는 강형철 감독이 신작 <스윙키즈>로 관객과 만난다. ⓒ 이정민

 
시대적 비극에서 탈주하고 싶었던 개인들의 유쾌한 일탈. 영화 <스윙키즈>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포로수용소에 갇힌 한국, 북한, 중국인 그리고 이들을 관리 감독한 미국인 사이에 흘렀던 감정적 교감을 강형철 감독이 화면으로 구현해냈다. 

전작 <써니>에서 십분 보였고 제목에서 분명히 말하듯 음악, 특히 탭댄스가 중심이었다. 춤 영화를 하고 싶었다던 강형철 감독에게 우연히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이 뮤지컬 <로기수>를 권했고, 강형철 감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원작임을 직감했다.

디스코와 할머니

왜 하필 춤이었을까. 그것부터 물었다. "산책하며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디스코에 꽂혔다"며 "그 안에서 희로애락이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춤 영화가 떠올랐다"라고 운을 뗐다.

"칙(chic), 퀸시 존스, 비지스 등 되게 옛날 노랜데 세련되게 느껴졌다. 유치함에서 오는 청년 같은 느낌도 있더라. (신나는) 디스코임에도 되게 슬픈 감정을 느낀 적도 많았다. 제게 음악은 하나의 배우다. 하나의 시나리오이기도 하고. 물론 영화화 결정 후 실제로 완성하기까지 시간(약 3년)이 좀 길었다. 제가 게을러서 그랬다. 배우들을 많이 보려 했고, 스스로 검증의 시간도 필요했다. 

뮤지컬에서 무얼 살리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는 오히려 처음부터 선명했다. 사실 큰 틀만 가져왔을 뿐 영화는 매우 다르다. 원작이 로기수와 로기진의 이야기로 신파 요소도 강하다면, <스윙키즈>에선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리자와 포로의 버디 무비로 가고 싶었다. 완성된 영화가 한 편의 재즈같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다섯 캐릭터의 5중주처럼 느껴지면 좋겠다 싶었다."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춤 중에서 정확히는 탭댄스다. 강형철 감독은 "이 영화에서 춤은 인물 같은 존재"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소년 영웅, 남한 민간인 포로, 중공군 포로, 여성 가장, 그리고 이들에게 탭댄스를 가르치게 된 흑인 장교 등 다섯 캐릭터가 각자의 지분을 나눠 가진 채로 완급 조절을 해나가야 했다. 

"춤 영화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뜯어보니 그거더라. 우리가 익히 대사로 하거나 배우의 얼굴로 하는 감정 표현을 춤으로 해야 하겠더라. 우리 영화 대사가 적은 편이다. 슬픔 등을 표현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동작을 해야 했고, 그래서 콘티가 컷마다 필요했다. <스윙키즈> 속 춤은 장기자랑이 아닌 감정전달의 효율적 도구이자 언어라고 생각한다."

시대성과 재치를 고르게 표현할 배우들이 필요했던 만큼 캐스팅이 절대적이었을 텐데 강형철 감독은 오정세나 도경수를 제외하곤 박혜수, 김민호 등 스크린에서 아직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을 배치했다. 발굴의 미라면 미다. "도경수 역시 사실 처음부터 생각한 배우는 아니었다"며 강 감독이 당시를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도경수씨를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배우인지 잘은 모르던 때였다. 소년과 청년이 다 들어있는 캐릭터로 10대인지 20대인지 모를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도경수씨를 만난 순간 마치 로기수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 눈이 송아지 눈이었다. 소경수? (웃음) 모든 캐릭터는 적역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녀 가장 양판래 역의 박혜수씨를 만난 순간도 그랬다. 만난 이후 계속 눈에 밟혔다. '이 캐릭터의 주인이구나' 속으로 생각했지.

양판래는 특히 의미가 있었던 게 제 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다.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70세까지 살다 돌아가셨는데 너무 억울하잖나. 미인이셨고, 재주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전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존재가 돼서 그렇게 살다가 돌아가셨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이렇게 앞에 계신 기자님들처럼 멋진 커리어우먼이 됐을 텐데. 할머니를 달래드리고 싶었다. 자신의 재능을 열심히 활용하며 노력하는 캐릭터를 통해 과거로 보내드리고 싶었다."
 

남북관계의 급변
 

"다른 전쟁영화들처럼 피 흘리고, 싸우는 장면은 많지 않고 잠깐 나오지만 무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쟁이라는 게 이렇게 끔찍한 것임을 보이고 싶었다." ⓒ 이정민

 
극단의 대립이었던 당시를 통해 <스윙키즈> 제작 무렵을 바라보면 꽤 흥미롭다. 보수 정권 아래에서 남북관계가 매우 얼어붙었던 당시였기 때문. 그러다 영화가 관객과 만날 때가 된 요즘의 남북관계는 또 급변했다. 강형철 감독은 "영화를 구상하던 때는 이념 갈등이 소용돌이치던 때였다"며 "세대갈등을 넘어 성직자들도 이념으로 갈라지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충격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영화의 메시지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게 아주 극소수의 사람이 이념으로 우릴 조종하지 않나 경각심 가져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영화에 춤도 나오고 전반적으로 재밌고 유쾌한 분위기지만 마냥 그렇게 그릴 수는 없었다. 다른 전쟁영화들처럼 피 흘리고, 싸우는 장면은 많지 않고 잠깐 나오지만 무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쟁이라는 게 이렇게 끔찍한 것임을 보이고 싶었다. 

동시에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볼 때 어떤 예상을 하실 텐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까 재즈 같은 영화라고 한 것이다. 또한 한국 전쟁을 언급한 여러 소설, 책을 봤는데 그 중에서 박완서 작가의 책이 가장 남았다. 예전에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이야기가 다 들어있더라. 개인들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춤과 메시지 말고도 <스윙키즈>엔 여러 재즈 및 디스코, 특히 비틀스의 노래를 담는 등 음악 선곡에 매우 공을 들였다. 비틀스의 노래 한 곡을 그대로 영화에 담은 건 한국에선 첫 사례다. 강 감독은 "예전부터 마이클 잭슨, 퀸과 비틀스 이 세 뮤자션은 건드리지 말자고 음악감독과 얘기하곤 했는데 이번에 건드리게 됐다"며 "음악 감독에게 떼를 썼는데 운이 좋았다"고 일화를 전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권리를 잘 안 풀어주는데 시나리오를 보냈다. 우리 영화의 메시지를 잘 읽어주셨더라.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신묘한 이야기
 

"양판래는 특히 의미가 있었던 게 제 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다. 전쟁통에 남편을 잃으시고 70세까지 살다 돌아가셨는데 너무 억울하잖나. 미인이셨고, 재주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전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존재가 돼셔서 그렇게 살다가 돌아가셨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이렇게 앞에 계신 기자님들처럼 멋진 커리어우먼이 됐을 텐데. 할머니를 달래드리고 싶었다." ⓒ 이정민

 
<써니> <타짜2> 등의 연이은 성공, 게다가 <써니>는 아시아 여러 국가와 미국 등에서 리메이크를 하는 등 여전히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선 이미 흥행감독 수식어가 붙은 그다. 혹여나 그런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지 묻는 말에 강형철 감독은 "딱히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을 이었다. 이미 지난 <타짜2>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이렇게 하면 흥행하고 저렇게 하면 안 하는 건지 전 잘 모른다. 영화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게 아닐지. 그냥 만들어 보고 싶은 것, 여러 사람이 함께 재밌게 볼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이번 작업이 특히 전 재밌었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뛰어났다. 신인 배우들이 많았는데 스태프들은 굉장한 베테랑을 붙여놨더니 그 시너지가 엄청나더라. 

잔향을 가지고 극장 문을 나가셨으면 좋겠다. 극장에 최적화된 사운드로 만들었다. 언론 시사 이후에 좀 더 영화를 만졌다. 극장에서 보시기에 좋게 만들었으니 가급적 사운드 시설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보헤미안 랩소디>는 싱어롱 상영을 하던데 우린 탭어롱을 할 수도 없고(웃음).

<써니> 리메이크 현상에 대해 사실 관심이 크진 않았는데 인터뷰하면서 확 생기더라. 아시아권은 우리가 익숙한 문화권이니 예측이 가능한데 개인적으론 <써니>를 우리가 잘 모르는 문화권에서 리메이크 하셨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 등 말이다. 우정이나 추억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신묘한 이야기. 강형철 감독이 꿈꾸는 영화였다. "건방진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그는 "차기작이 있는 건 아니고, 다만 인간관계, 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은유적 유머를 넣어 뭔가 얘기하고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강제퇴장 당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는 감독이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었다. 
 

"이렇게 하면 흥행하고 저렇게 하면 안 하는 건지 전 잘 모른다. 영화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게 아닐지. 그냥 만들어 보고 싶은 것, 여러 사람이 함께 재밌게 볼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 이정민

 
강형철 스윙키즈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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