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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군 간첩설' 반박한 영화... 영화제 대상 받았다

[현장] 2018 서울독립영화제 폐막... <김군> <사수> <졸업> 등 수상

18.12.08 15:35최종업데이트18.12.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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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1관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에서 대상을 받은 <김군>의 강상우 감독(가운데)과 시상자로 나선 조영각 영진위 부위원장(왼쪽) 심사위원인 민규동 감독. ⓒ 송기영

   
서울독립영화제의 선택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김군>이었다. 최우수상은 10년에 걸쳐 사학비리와 싸운 상지대 학생들의 투쟁의 과정을 담아낸 박주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졸업>이 차지했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 노조원들의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수>는 '새로운 선택상'을 수상했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가 9일 간의 행사를 마치고 7일 저녁 폐막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경쟁에서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나타냈고, 관객 수는 1만 관객을 넘기며 예년 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김혜나 배우와 서현우 배우의 사회로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1관에서 열린 폐막식은 올해의 행사보고와 함께 시상식 순으로 진행됐다.
 
총 상금 7200만 원 규모의 본상 6개 부문과 새로운 선택상 2개 부문, 특별상 3개 부문의 수상작 발표는 폐막식의 하이라이트인데, 국내외 영화제 수상작들이 대거 포진한 경쟁부문 은 개막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부산영화제 수상작인 <군대>, <메기>, 전주영화제에서 공개후 해외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한 <겨울밤에> 등 10편의 영화가 벌인 경쟁은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대상과 최우수상을 휩쓸면서 마무리됐다. 사회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로보고자 하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지향점이 수상 결과를 통해 드러난 모습이다.
 
문제 외면하지 않는 독립다큐 지지
 

2018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강상우 감독의 <김군> ⓒ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5.18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무장 시민군의 행방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보수인사 지만원 씨가 주장한 북한군 개입설을 반박하는 작품으로 그 실체를 추적해 지만원 주장의 허구성을 밝혀내면서 광주의 아픔을 되돌아보는 영화다.
 
본선 심사위원들은 "비극으로 뭉쳐진 원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살육의 현장에 존재했던 수많은 '김군'들의 개별 클로즈업을 통해 영화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호령하는 새로운 시각과 다른 방식을 제시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김군>의 수상은 보수 세력들의 5.18 폄훼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국독립영화 진영의 의지로 풀이된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졸업>도 긴 시간 사학비리 척결 투쟁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문제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독립영화의 카메라를 지지하는 의미로 읽힌다.
 
최우수단편상은 오성호 감독의 <눈물>이 차지했다. 오성호 감독은 전작 <연애경험>을 주목받았는데 <눈물>을 통해서는 가난한 20대 연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 단편상을 수상하게 됐다. <눈물>은 카톨릭영화제에서도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전북독립영화제에서는 배우상을 수상할 만큼 올해 여러 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상은 김세인 감독의 <컨테이너>에 돌아갔다.
 
단편에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수상이 돋보이는데, 오성호 감독과 김세인 감독은 올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34기 동기이고, 두 작품은 올해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다. 안지호 배우가 독립스타상을 <보희와 녹양>도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이다.
 
노조파괴에 싸운 유성노조 다큐 <사수> 수상
 

2018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시선상을 수상한 <사수> 유성기업 노조이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 서울독립영화제

 
신진 감독의 작품세계를 응원하는 '새로운 선택상'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수상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4년을 배경으로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가정과 학교에서 자라는 '은희'가 겪는 마음의 파장을 밀도 있는 연출력으로 보여준 것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시선상'은 노조파괴에 맞서 싸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오랜 시간 담아낸 김설해, 정종민, 조영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사수>가 수상했다. 최근 유성기업 노조의 회사 간부 폭행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간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노동자 탄압의 실상을 다룬 다큐가 수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해 보인다.
 
<사수> 프로듀서를 맡은 박배일 감독은 SNS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아 더없이 기쁘다"며 "자본과 언론이 왜곡해도 노조파괴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유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두 말 할 것 없이 정당하고 그들의 투쟁 덕에 우리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로운 선택 부문 심사를 맡은 박현진, 이수정, 이종필 감독은 '개성 넘치는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라는 평과 함께 박근영 감독의 <한강에게>와 장윤미 감독의 <공사의 희로애락>이 특별언급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하는 '독불장군상'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상영된 조민재 감독의 <작은빛>이 수상했다. 작년에 부활하여 그해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인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집행위원회 특별상'은 <벌새>의 김새벽 배우에게 돌아갔으며,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투표를 통해 선정되는 관객상은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던 조현민 감독의 <종말의 주행자>와 이옥섭 감독의 <메기>가 각각 수상했다.
 
기획프로그램으로 상영된 '2018 한반도 평화와 통일 영화제작지원' 프로젝트로 제작된 단편영화 4편은 관객투표를 통해 부지영 감독의 <여보세요>가 통일부장관상, 이태훈 감독의 <판문점 에어컨> 영화진흥위원장상을 수상했다.
 
1만 관객 넘기고 배우 프로젝트 성황
 

서울독립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모습 ⓒ 서울독립영화제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전체 관객 수가 1만 2000명을 기록하며 예년보다 관객의 참여가 한층 높았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주말 10회의 상영이 매진됐고 처음 시도한 '배우 발굴 프로젝트' 독립영화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김동현 집행위원장 체제가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다.
 
다만 올해 개막식에서 오석근 영진위원장이 제안한 방향성처럼 독립영화 마켓이나 국제적인 독립영화제와 아시아독립영화인들과의 연대 문제 등도 독립영화 내부에서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영진위의 예산 지원이 늘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독립영화의 폭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들은 내년 순회상영회를 통해 전국의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2018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자)

대상: <김군> 강상우
최우수장편상: <졸업> 박주환
최우수단편상: <눈물> 오성호
심사위원상: <컨테이너> 김세인
독립스타상: 배우 안지호 <보희와 녹양>, 배우 김재화 <다운>
열혈스태프상: 김보람 (촬영) <밤빛>
새로운 선택상: <벌새> 김보라
새로운시선상: <사수> 김설해, 정종민, 조영은
(※ 특별언급 <한강에게> 박근영, <공사의 희로애락> 장윤미)
집행위원회 특별상: <벌새> 배우 김새벽
독불장군상: <작은빛> 조민재
관객상: 단편 <종말의 주행자> 조현민, 장편 <메기> 이옥섭
서울독립영화제 다큐멘터리 김군 졸업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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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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