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더 양극화된 미 의회, 평화에 재 뿌린다고?

하원 민주당, 상원 공화당...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영향

등록 2018.12.05 17:20수정 2018.12.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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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펜스, 플로리다 주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 11월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플로리다 주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 연합뉴스

2018년 미국 중간선거는 민주당이 하원의 234석을, 공화당이 198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직 3개 선거구 개표결과 미확정, 참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53석을 확보하면서, 이번 선거를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라고 부르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4명의 여성 당선자를 비롯해 다양한 그룹에서 초선 의원이 배출되며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렇게 승리를 거둔 후보들은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65세 이상 국민 대상 의료보험), 무상 대학교육,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등과 같은 급진적 개혁안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하원에서 민주당은 예산, 조세제도 개혁 등과 같은 국내 문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만, 외교 정책은 대체로 대통령과 국무부가 주도한다. 그리고 상원이 모든 조약을 감독하고 승인하기 때문에, 중간선거 결과가 북미 평화협정을 위협하지는 못한다. 물론 하원이 해외 원조, 무역 및 통상과 관련한 조치를 감독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를 대가로 원조를 요구할 경우에는 하원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평화협정 옹호자' 역할할 젊은 얼굴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원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하원의장을 맡았으며, 이번에 다시 하원의장에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의장 당선 여부는 내년 1월 결정된다. 펠로시 의원은 초당적 협력의 길[1]을 추구했지만, 이것이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 간의 협상을 지지하는 것으로까지 확대될까?

일부 민주당 의원은 미 정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전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에 공공연한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다. 펠로시 의원도 지난 6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성급한 양보"를 했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반대로, 하원의장에 도전하는 바바라 리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전적으로 지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가와 협력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화를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차기 하원의장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펠로시 의원은 벌써부터 신자유주의 독트린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의 현실에 기반한 의제를 추구하도록 민주당을 견인하는 새로운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당선자는 그린 뉴딜[2] 법안을 촉구하기 위해 중간선거 6일 후 펠로시 의원실 앞에서 벌어진 연좌시위에 참여했다. 일한 오마르, 라시다 틀레입, 뎁 할랜드 등의 신예 의원도 이 법안을 지지했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의 지지를 받고 선거에 출마한 오카시오 코르테즈와 틀레입 의원은 정의 민주당원(Justice Democrats)[3]과 함께 풀뿌리 운동을 옹호하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구에서 이념이 다르거나 자신들이 기반하고 있는 인구를 대표하지 못하는 현역 민주당 의원에 맞설 새로운 리더에게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이미 민주당 내에서 일부 동요를 일으키고 있지만[4], 이들 초선 의원은 무력보다는 외교를 지지하기 때문에 평화 프로세스를 훼방 놓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반트럼프 정치에 갇혀버린 의원과 대비되어 평화협정의 옹호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된다.

'얻은 것 없이 양보만...' 비판적 목소리 내는 하원

평화협정이 하원에서 청문회를 거치게 되는 것은 협정 내에 무역, 해외 원조, 또는 이민 등의 이슈가 포함되었을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협정은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처리가 된다.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양보를 얻지 못했다고 비난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북한과의 외교 전략을 지지한다.

엥겔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능력의 기준을 정하는 법안(북한 핵 기준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핵무기가 해제되었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와 함께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원 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간사인 브래드 셔먼 의원도 성명서에서 엥겔 의원의 말을 되풀이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이 북한으로부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약속이 포함되지 않는 평화협정을 규탄할 것은 자명하며, 그러한 약속이 빠진 원조나 무역 협상에 동의할 가능성도 낮다.

의회가 어떻게 이러한 협상을 저지할 수 있는지를 보려면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맺었던 제네바 합의를 생각해보면 된다. 당시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북한의 핵발전 시설 가동 중지에 대한 대가로 중유를 공급하기로 한 합의 내용 이행을 거부하면서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고 말았다. 오늘날 많은 수의 민주당 의원이 그랬듯, 공화당도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에게 얻은 것은 별로 없으면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했다.

최근 펠로시 의원과 마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약속도 얻어내지 못하고 휴전선 인근에서 진행되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지하는 데 합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추구하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제재 철회 이상의 것, 예를 들면 미국으로부터의 원조와 같은 것을 요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하원과의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대화에 나선 동기는 무엇일까?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합의를 뒤집은 인물이 평화를 이야기한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가 평화회담 주화를 발행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문자 그대로 상품화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존심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대화 과정이 가속화된다면, 강력한 협정이 재선에 도움이 될뿐더러 유산으로도 남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려 했을 때 공화당이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과 똑같이 민주당이 평화 협정을 지지하는 것에 주저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매우 냉소적인 발상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그가 재선에 나설 2020년에 전면적으로 펼쳐질 것이고,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해 모든 실제적인 감시를 피할 수 있다[5]. 또한, 이란 핵협상에서 발을 뺀 것에 대해 민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겠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다면 이란 핵협상 문제를 빗겨갈 수 있을 것이다.

상원, '평화협정 반대' 존재하나 실질적 위협 안 돼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평화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별 문제가 아니다. 공화당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일명 오바마 케어 법안)의 개정을 가결시키지 못했지만, 법인세를 대폭 감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한 조세법안을 통과시켰고, 논란이 많았던 대통령 몫의 브렛 캐버너 연방 대법관 지명자의 임명을 확정했다. 이와 비슷하게 상원 외교위원회도 당론에 입각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밥 코커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구체적인 성격의 것이 무엇인지 규정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코커 의원은 내년에 116대 의회가 개원하면 외교위원장 직책에서 물러난다. 코커 위원장을 빼더라도 상원의 공화당 의원이 52명인 상황에서 2표가 이탈한다 해도 (북미) 평화협정은 통과될 수 있다(가부 동수시 부통령이 1표 행사)[6].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은 비핵화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에드 마키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와 리차드 블루멘털 의원은 평화협정에 상당히 반대하고 있다. 마키 의원은 "협정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그 사이로 핵 미사일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블루멘털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위험한 주술적 사고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에 주술을 걸었다"고 말했다[7]. 이들 의원은 자신의 비판적 견해를 더욱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지만, 자신이 반대하는 안을 거부하기 위한 표결에서 다수를 점하지 않는 한 결과에 실질적인 위협은 되지 못할 것이다.

9월 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어떻게 공화당이 연방 법원을 보수 판사들로 채웠는지 자랑했고, 트럼프 정부와 함께 일한 것이 상원 의원을 지낸 34년 간 가장 좋은 시기였다며 떠벌렸다. 이에 반해 2016년 버니 샌더스 돌풍을 일으켰던 진보적 아이디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새로운 좌파 후보들은 11월 초에 의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좌파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이 새로운 강령을 옹호하도록 촉구하는 운동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0 대선을 앞두고 미국 선거 정치판은 더욱 양극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많은 외교정책 이니셔티브에서 백지수표를 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 프로세스 이니셔티브를 계속 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성실하게 북한과의 협정을 지속하기랄 바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최근 국무부는 남북한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작업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평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재를 뿌릴 가능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미국이 정치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동안, 평화에 참여하는 지도자들로부터 한반도가 수혜를 받길.
 
각주

[1] 펠로시 의원이 하원의장이었던 2007년에서 2011년 사이에 이라크 전쟁이 있었는데, 당시 대중은 군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이라크전을 종식하는 것을 지지했으나 군 예산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2006년 선거 당시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점령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걸고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 의석을 확보했지만, 전쟁은 2011년 말까지 계속되었다.

[2] 2008년 미국 금융 시장 붕괴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신재생 에너지 산업 같은 환경 산업에 대한 대규모 공공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당시 시위에서는 100% 재생 에너지 사용 의제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3] 정의 민주당원과 우리의 혁명(Our Revolution)은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버니 샌더스 캠프에서 활동했던 매니저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풀뿌리 단체로, 새로운 후보가 진보적 강령을 기반으로 출마할 것을 촉구한다.

[4] 자유주의적 언론인과 민주당원 일부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의 선동에 우려를 표한바 있다.

[5] 오바마 대통령도 이란과의 협정을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이라는 이름을 붙여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공식적인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의회는 2015년에 이란 핵협상 승인법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60명의 반대가 필요했지만, 표결 결과 찬성 98표로 통과되었다.

[6] 미국 상원의 정원은 100명이다. 표결 결과 찬성과 반대가 동수(50대 50)일 경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원 의장으로써 표결에 참여하는데, 이럴 경우 거의 대통령의 안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

[7] 블루멘털 의원은 2018년 6월 14일에 팟캐스트 싱킹 캡(Thinking CAP)에 출연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싱킹 캡은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CAP)의 공식 팟캐스트이다. 미국진보센터는 진보적 싱크 탱크로, 시티그룹, 웰스파고, 방산업체 노스롭 그러먼, UAE 대사관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제전략센터 교열팀에 활동 중인 제시 에드워드가 작성하고 심태은 한글 편집장이 번역했습니다. 이 글은 센터 홈페이지(goisc.org)에도 게시되었습니다.
#미중간선거 #한반도평화 #민주당 #평화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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