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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축구' 논란 날린 황의조, 2018 주인공은 '나야 나'?

김영권·조현우·황의조, 반전의 역사 쓴 축구 대표팀...

18.11.23 17:49최종업데이트18.11.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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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반전'이다. 우울했던 전망과 달리 한국 축구는 2018년 막바지로 갈수록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았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것이 반전의 시작이었다. '카잔의 기적'에 이어 어린 태극전사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축구 열기가 뜨거워졌다. 새롭게 성인 대표팀의 수장으로 임명된 파울로 벤투 감독은 확실한 축구 철학과 전술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명에서 전국구 스타로 혹은 '밉상'에서 '믿을맨'으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선수가 여럿 있다. 이 선수들에게도 2018년은 반전 그 자체였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자신의 해로 만든 선수를 살펴본다.

김영권 - 이란전 말실수를 넘어 '킹(King)영권'으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김영권 등 선수들이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은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한다. ⓒ 연합뉴스

 
지난해는 김영권은 큰 실수를 범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 안방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실언을 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 때문에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발언은 큰 질타를 받았다. 경기 중 잦은 실책으로 김영권을 향한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에 인터뷰의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김영권은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지난 3월에 있었던 유럽 원정 평가전에 함께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행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부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김영권은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행 티켓을 잡았다.

러시아에서 김영권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그동안의 불안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영권은 안정적인 수비로 한국 수비 라인을 이끌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적극성으로 상대 공격을 미리 저지했고, 위급 상황에서는 정밀한 태클로 위기를 차단했다. 정확한 왼발 킥은 덤이었다.

완벽한 수비력을 뽐낸 김영권은 독일과 경기에서는 선제 결승골 넣으며 포효했다. 단단한 수비를 넘어 득점까지 기록한 김영권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월드컵 3경기를 치러낸 후 김영권은 한국 수비진의 '킹(King)'이 됐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도 김영권의 입지는 확고했다. 이적 문제로 현재 소속팀 리그 경기에 나서고 있지 못하는 김영권이지만 월드컵의 기세를 유지하며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 수비진에 대형 수비수가 탄생했다.

조현우 - 무명의 NO.3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골키퍼로
 

19일 호주 브리즈번 페리 공원에서 한국축구대표팀 조현우가 훈련하고 있다. 호주와의 평가전을 무승부로 마친 대표팀은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한다. 골키퍼는 호주전 김승규에 이어 조현우가 출전한다. 2018.11.19 ⓒ 연합뉴스

 
조현우는 작년 여름까지 무명의 골키퍼였다. 국가대표팀에 간혹 차출됐지만 NO.3 골키퍼인 조현우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비교적 언론의 관심도가 적은 대구FC 소속인 점도 조현우에게는 불리했다.

김승규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기에 조현우가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조현우를 믿었다. 작년 11월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는 지속적으로 출전 시간을 보장받았다. 결국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골키퍼 장갑을 낀 선수는 김승규가 아닌 조현우였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의 활약은 경이로웠다. A매치를 10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라는게 믿기지 않을 여유로움이 몸에서 흘러나왔다. 패널티 박스 안은 조현우의 세상이었다. 대부분의 공중볼을 차지했고 웬만한 슈팅은 가볍게 잡아냈다.

독일과 경기는 조현우 선방쇼의 하이라이트였다. 레온 고레츠카와 마리오 고메즈의 폭발적인 헤더는 조현우의 방어 범위를 넘지 못했다. 토니 크로스와 율리안 브란트의 기습적인 슈팅도 무의미했다. 조현우의 선방은 전율을 자아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의 퍼포먼스는 '월드클래스'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적을 실점(3실점)을 기록한 조현우는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나선 아시안게임까지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불안한 송범근(전북 현대)과 달리 조현우는 듬직하게 골문을 지켰다. 아시안게임 우승에 조현우의 공로는 확실했다. 2018년 조현우는 대표팀 3순위 골키퍼에서 이운재를 이을 차세대 수문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황의조 - 드디어 등장한 확실한 골잡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호주, 우즈베크와 평가전을 마친 뒤 21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황의조가 인터뷰를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21 ⓒ 연합뉴스

  
황의조는 한동안 한국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공격수다. 2017년 전반기를 성남FC 소속으로 K리그2에서 보낸 황의조는 그 해 여름 J리그의 감바 오사카로 떠났다. 뚜렷한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한 황의조는 팬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 황의조를 U-23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아시안게임 와일드 카드로 선발하자 논란이 일었다. 황의조가 과거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의 애제자였다는 사실을 근거로 '인맥 축구' 논란이 불거졌다. K리그에서 뛸 당시 사생활 논란도 있었던 황의조였기에 대중들은 그를 따가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러나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을 지배하며 자신의 능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첫 경기 바레인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한 황의조는 16강까지 5골을 잡아냈다. 백미는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이었다.

절정의 감각으로 황의조가 선제골과 추가골을 잡아내며 한국이 2-1로 앞선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허나 생각보다 우즈베키스탄의 반격은 거셌다. 수비 실책이 겹치며 후반 10분 한국은 3-2로 역전을 허용했다. 김학범호 앞에 먹구름이 가득찼다.

위기의 순간에 황의조가 또 다시 일을 냈다. 후반 30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미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는 연장전 후반 종료 직전에는 패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날의 황의조는 존재만으로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에게 공포였다.

아시안게임에서만 9골을 폭발시킨 황의조는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J리그 강등권의 감바 오사카는 황의조 덕에 잔류에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성인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했고, 황의조는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응답했다. 황선홍 은퇴 이후 등장하지 않았던 확실한 골잡이의 탄생에 한국 축구가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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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 2018년 김영권 조현우 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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