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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양의지의 가치... 구단들, 치열한 눈치 싸움 시작

[KBO리그] FA 최대어의 등장... 두산 4년 연속 KS 진출 일등공신

18.11.24 10:22최종업데이트18.11.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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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 8회말 1사 주자 1, 3루 때 두산 양의지가 1타점 외야 희생플라이를 친 뒤 더그 아웃에 들어오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1일 FA 시장이 개장했으나 계약 소식은 아직 한 차례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어급 FA가 많지 않고, 준척급 FA들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많은 선수들이 구단과 긴 시간 동안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FA 최대어' 양의지의 행선지에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소속구단 두산 베어스와 그를 노리는 나머지 구단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줄곧 두산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팀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또한 강민호의 뒤를 이어 대표팀의 안방을 책임지고 있는 리그 최정상급 포수다. 뛰어난 포수를 찾기 어려운 KBO리그 상황에서 양의지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포수 기근에 시달리는 팀들에게 이번 FA 시장에서 양의지만큼 관심을 가질만한 선수는 없을 것이다.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제도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선수 입장에서는 전혀 급할 게 없다. 원소속구단이 제시한 조건도 들어보고, 영입을 원하는 팀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해도 된다. 입지가 확실하지 않은 선수라면 원소속구단과 재계약을 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지만, 양의지는 전자에 좀 더 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 11월 내로 행선지가 결정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체 불가능한 포수, 치솟는 양의지의 가치

2006년 2차 8라운드 5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경찰청에서 돌아온 이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0년, 곧바로 주전 기회를 잡았고 20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신인상을 탔다. 양의지는 홍성흔 이후 마땅한 주전 포수가 나오지 않았던 두산의 안방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줬다. 이듬해부터 2013년까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좀 더 정교한 타격, 견고한 수비력를 갖추는 데에 노력하면서 조금씩 완성형에 다가갔다.

팀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2015년, 그의 존재감이 더욱 빛났다. 타율 0.326 20홈런 93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경신했고, 안정감 있는 리드로 투수들을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기적같은 업셋 우승을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 양의지의 역할은 매우 컸다. 대역전극을 일궈낸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승부를 뒤집는 결승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양의지의 주가는 점점 올라갔고, FA를 앞둔 올 시즌에 정점을 찍었다. 타율 0.358 23홈런 77타점으로, 또 한 번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시즌이었다. 또한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양의지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6.42로 2010년대 이후 다른 포수들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이다.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릴 준비는 모두 마친 셈이 됐다.
 

2010년대 이후 포수 WAR 순위. 2018년 양의지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 스탯티즈


'포수 왕국'으로 알려진 두산이라도 양의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박세혁, 이흥련, 장승현, 박유연 등 자원은 충분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그나마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선 박세혁이 있지만, 양의지의 공백을 100% 메울 순 없다. 특히 우타 거포가 부족한 타선에서 그의 존재 여부는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온다. 양의지를 대체 불가능한 포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민병헌, 김현수 등 여태껏 FA 선수들이 시장에 나갔을 때 두산의 판단은 매우 냉정했다. 거액을 투자할 정도로 팀에 필요하지 않다면 무리하게 재계약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양의지와의 재계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민병헌 등이 빠졌을 땐 이들을 대체할 선수들이 곧바로 나타났으나 양의지가 이탈할 경우를 완벽하게 대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액 투자 꺼리는 분위기...영입전에서 승리할 구단은?

양의지와 함께 FA 시장에 나온 또 한 명의 포수, SK 와이번스 이재원의 거취도 확실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 이재원은 올 시즌 팀 전력의 중심에 있던 주전 포수로서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이재원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모양새다. 허도환, 이성우 등 백업 포수들이 있더라도 원소속구단 SK 와이번스는 이재원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올 시즌 1, 2위 팀 주전 포수가 나란히 FA 시장에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개인 성적과 관계 없이 주전 포수였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양의지가 조금 부담스러운 팀의 경우 이재원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가 활발하지 않고, 육성에 기조를 맞춘 구단들이 적지 않은 만큼 양의지와 이재원 모두 어느 팀에서 2019시즌을 맞이할지 확실하지 않다.

이미 FA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구단도 있고, 거액 투자를 꺼리는 구단도 존재한다.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의 폐지로 선수가 갖는 선택권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할 구단이 얼마나 있을지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결국, 선수와 구단 양 쪽이 모두 만족할 만한 조건이 확실하게 나왔을 때 계약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이후, 혹은 좀 더 길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양의지의 가치가 천정부지에 달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거액을 투자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영입전에서 승리한다면 그만큼 팀 전력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발생한다. 리그 최정상급 포수는 다시 한 번 두산 유니폼을 입을까, 아니면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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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출처=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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