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보고 13년 전 결심을 떠올린 이 사람

[재외동포 한인 활동가 릴레이 인터뷰 ⑦] 샌프란시스코 공감 김낙경 활동가

등록 2018.11.22 17:22수정 2018.11.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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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 700만의 재외동포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챙겨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곳곳에는 국내외 이슈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 활동 단체들이 있습니다. 활동 성격과 방향은 다양합니다. 같은 주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곳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세계의 한인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는 사회 약자를 대변하고 공감하는 재외동포 한인 시민 사회 참여 단체 '샌프란시스코 공감(아래 공감)'이 있습니다. 2014년 5월 샌프란시스코 공감이 처음 모일 때부터 활동한 김낙경 활동가를 지난 20~22일 이메일,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침몰 이후 약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미국의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씨(Missy) USA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지역별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깊은 슬픔과 충격을 느낀 김낙경씨는 자신이 살던 지역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집회가 열리는지 문의하는 댓글을 남겼다가 샌프란시스코 지역 집회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집회'를 처음 계획해본 김낙경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2014년 미국 어머니의 날(5월 둘째주 일요일)에 첫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김낙경 활동가는 공감 활동 이전에는 미국 내 한인 사회와 거리를 두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학생 시절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한인 사회와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를 경험한 김낙경씨는 건물이 무너질 줄 알고도 사람을 구하려 건물로 들어간 구조대원들을 보며 '목숨을 걸고 개인의 안전을 지키는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김낙경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13년 전 자신의 결심이 떠올랐습니다. 김씨는 세월호가 기우는 동안 해경 등 구조 인력은 세월호의 승객을 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고 분노를 느꼈습니다. '나부터 나서서 안전사회를 위한 요구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2001년 911테러를 보며 한 다짐과 정반대의 다짐이었습니다.

김낙경씨가 제안한 샌프란시스코 세월호 첫 추모집회에는 약 200명이 모였고, 두 번째 집회에서는 약 300명이 모이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해 김낙경씨와 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계속해서 집회를 이어오던 이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활동 주제를 확장해가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감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집회 ⓒ 박준영

공감은 현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활동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 한반도 평화 활동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감은 2017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사회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관련 내용이 실리는 것을 반대하는 우익 단체에 맞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공감의 구체적 활동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g/1heart4justice)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상 제막식에 참석한 김낙경 활동가 ⓒ 박준영

샌프란시스코 공감은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로부터 '생활 밀착형 활동'을 가장 잘 실현하는 단체로 평가받습니다. 공감은 활동 자금과 기부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창고 물품 판매(Garage sale : 사용하지 않는 중고 물품을 주택 창고에서 판매하는 일)를 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공감은 고구마, 귤, 참기름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품질 좋은 식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하여 지역 사회에 판매하며 기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공감이 기금 마련을 위해 지역 사회에 판매하는 귤 ⓒ 박준영

공감의 활동 자금 및 기부금 마련 이외에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품을 공급하고 판매하며 세월호 참사 등 자신들의 활동 주제까지 알리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련한 기금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일본군 '위안부' 활동, 독립 언론 등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감이 활동한지 약 4년 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김낙경씨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 반 동안 열성적으로 활동한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고민해도 아직 뚜렷한 해답을 얻진 못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지역 활동가들과 연대하며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느낀 슬픔과 분노를 생활밀착형 활동으로 녹여낸 김낙경 활동가와 공감 구성원들의 새로운 고민이 만들어 낼 결과에 벌써부터 큰 기대가 됩니다.
#샌프란시스코 공감 #공감 #샌프란시스코 #김낙경 #S.P.RING세계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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