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맺은 위안부합의 재앙, 아베의 큰소리는 계속된다

[광화문 인사이드] 독단적 대일외교의 후과는 참담하다

등록 2018.11.22 19:20수정 2018.11.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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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통일부·외교부·국방부·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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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나눔의 집 그리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일방적인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한국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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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사진 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일본에 대해 '위안부 문제 대응에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다 해결된 문제"라는 주장을 펴는 일본 정부가 가장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다.

UN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산하 강제적 실종위원회(The Committe on Enforced Disappearances)는 지난 19일 일본의 '강제적 실종으로부터 모든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 보호협약) 준수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냈다. 여기에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 대목이 나온다(문서번호 : CED/C/JPN/CO/1). 이 보고서 5쪽에 나온 위안부 문제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위 '위안부'라는 강제적 실종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서.

협약 8조와 12조, 24조를 상기시키면서, 위원회는 강제적 실종 범죄가 지속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해자가 공정히 대우받을 권리, 배상을 받을 권리, 또 강제적 실종이 일어나게 된 주변 상황에 대한 진실을 알고, 조사의 진행과 결과, 실종된 사람의 운명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이는 강제적 실종 범죄가 언제 일어났는지와 상관없다.

이런 관점에서 위원회는 소위 위안부라 불리는, 강제적 실종을 당한 이들의 숫자에 대한 통계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조사가 없다는 점, 이런 범죄의 가해자들에 대한 기소와 유죄선고가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 같은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아동을 빼앗아(removal) 갔다는 보고와 당사국이 이 같은 범죄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당사국이 소위 위안부 이슈에 관련된 사실과 자료를 밝혀내는 데에 실패하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는 데에 여전히 우려를 표시한다. 피해자에게 협약 24조에 따른 적절한 배상이 부족하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고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당사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 이는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 상황을 영구화하고, 피해자가 진실을 알고 정의와 배상, 재발방지 보장을 요구할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판단은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이 사안을 다루는 기본적인 태도가 틀렸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 결과나 통계도 제출하지 못하고, 가해자를 처벌한 사례도 없으니, 재발방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하는 것은 그저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것으로, 유감 표시까지 했다. 

일본 인권대사 "한일 합의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
  

2018년 11월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고등판무관실 강제적 실종위원회와 일본 정부 대표 면담에서 오카무라 요시후미 인권대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2015년 12월에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도달한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주장했다. ⓒ UN OHCHR CED

 
당초 일본 정부는 2016년 8월 25일 강제실종 보호협약 준수·이행 상황을 보고하면서 위안부 관련 내용은 아예 넣지도 않았다. 하지만 위원회는 지난 6월 협약 준수 여부를 판단할 쟁점을 제시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아직도 실종 상태인 소위 위안부의 숫자를 국적별로 구분하여 보고하고, 이와 관련해 고충접수를 한 적이 있는지 명확히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강제실종 보호 협약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28일 제출한 답변서에서 "강제실종 국제협약은 가입이 발효되기(2010년) 전에 일어난 어떠한 일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지 않으므로, 일본 정부는 국가의 협약 이행과 관련한 정부 보고에 위안부 문제를 조사 대상으로 포함시킨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고충을 접수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 소명하고 나섰는데, 이 자리에서 2015년 12월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적극 활용했다.

일본 정부 대표단의 오카무라 요시후미 인권대사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1965년에 재산 및 관련 분쟁에 대한 남아 있는 모든 문제들을 정리한 경제협력합의에 서명했다"라면서 "게다가 2015년 12월에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도달한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finally and irreversibly)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속죄금(atonement money)을 주고 의료·복지지원을 해왔다는 등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준 것처럼 말한 오카무라 인권대사는 "'성 노예'(sexual slavery)라는 용어는 그 문제와 상관이 없고 2015년 (한일) 합의에도 쓰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본질을 덮는 데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또다시 활용한 것이다.

일본 대표단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적극 활용해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 했지만, 위원들로부터 지적만 받은 채 면담을 마쳤다. 결국 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돼도 합의는 아직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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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8일, 위안부 지원 재단인 화해 ·치유재단 현판 제막식. 당시 김태현 이사장(오른쪽 세 번째) 윤병세(왼쪽 세 번째) 외교부 장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보인다. ⓒ 사진공동취재

 
국제사회의 이 같은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월 UN인권고등판무관실 산하 여성차별철폐위원회(Committ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의 심사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제기됐고,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이미 다 해결 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의 증언을 사실로 받아들여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조사하고, 가해자 처벌 등 정의를 추구하고,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완전히 적용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도 않고 가해자 처벌도 없이 위안부 문제가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 가장 큰 주장근거를 제공한 게 아직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한국의 정부라는 점은 한국인으로선 가슴을 칠 일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결' 주장을 계속 이어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 정부 결정으로 이 합의의 핵심인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돼도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자체가 파기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합의가 여전히 살아있는 한 일본 정부가 같은 주장을 반복해도 한국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한국 정부가 국제적 인권 상식에도 어긋나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를 선언하면 이 재앙같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상처만 더할 뿐인 상황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 간의 합의를 깬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전 정권이 맺은 외교 합의를 깬다면,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미국처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하자 즉각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계속 큰소리를 쳐도 우리는 대응할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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