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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 남자에게 사기 친 여자... 이게 로맨스?

[미리보는 영화] <샘>이 보인 상상력... 배우들은 한껏 놀았다

18.11.20 13:59최종업데이트18.11.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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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샘>의 포스터. ⓒ 모토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남자와 그런 그의 곁을 맴돌며 다른 사람인 척하는 여자. 두 사람의 관계가 좀 수상하다. 분명 여자는 같은 얼굴인데 매번 정체를 바꾸며 남자에게 말을 걸거나 골려 먹거나 때론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남자가 사고로 안면인식장애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남자의 목표는 단 하나, 자신의 첫사랑을 찾는 것. 그걸 위해 서울에 왔건만 번번이 이 여자가 중간에서 훼방을 놓는다.

영화 <샘>은 우연한 요소에 기대 배우들이 한껏 뛰놀게 한 작품이다. 두상(최준영)이 찾고자 하는 첫사랑의 이름이 바로 샘. 동시에 영화엔 마르셸 뒤샹의 작품인 샘(fountain)이 잠깐 등장한다. 이 중의성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이자 동력이기도 하다. 

퇴원 이후부터 웬 낯선 여자(류아벨)에게 뺑소니를 당하더니 서울 친구네 집에 묵게 되면서도 그 낯선 여자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와 계속 얽힌다. 영화는 마치 3인칭처럼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상 주변에 나타나는 여자만큼은 같은 얼굴의 사람으로 설정해 그의 시점을 곳곳에 녹여놨다. 첫사랑을 열망하는 두상의 바람에 관객 역시 급격히 궁금증을 가지며 녹아 들어가기 쉬운 것.

상상력과 구성력이 돋보인다. 이런 설정으로 배우 류아벨은 사고 가해자가 됐다가 두상의 동거인이 됐다가 일본 여성이 되기도 하고, 샘이가 되기도 한다. 톤과 태도를 달리하는 배우의 능력에 기대서 영화는 서사적 타당성을 확보해 간다. 류아벨의 연기를 받는 최준혁 역시 특유의 어눌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일종의 동정심마저 일으키게끔 한다. 현장 대사 일부는 배우들의 즉흥 연기로 채웠다는 후문이다.
 

영화 <샘>의 한 장면. ⓒ 모토

 
이 때문에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키득거리면서 동시에 애잔하게 각 캐릭터를 바라보게 된다. 여러모로 이 영화로 첫 장편 데뷔를 하게 된 황규일 감독의 기지가 엿보인다. 

다만 이런 설정과 구성의 매력 외에 왜 이 인물이 첫사랑을 찾았어야 했는지, 혹은 이런 이야기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어떤 보편성을 갖는지 그런 면에선 물음표를 남긴다. 감독의 기발함과 배우의 순발력이라는 미덕 외에 이야기의 당위성과 보편성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한 줄 평 : 아이디어와 연기만으로 볼 이유가 된다
평점 : ★★★☆(3.5/5) 

 
영화 <샘> 관련 정보

각본 및 연출 : 황규일
제작 : 모토
출연 : 최준영, 류아벨, 조재영
제공 및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 107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1월 29일
 
류아벨 최준영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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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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