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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에이스 한채진, 데뷔 15년 만에 '인생경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17일 신한은행전 프로 데뷔 최다 26득점 폭발

18.11.18 10:56최종업데이트18.11.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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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이 신한은행을 제물로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정상일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 읏샷은 17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홈경기에서 70-67로 승리했다. WKBL 위탁운영구단으로 시즌을 맞을 뻔 하다가 개막 직전 네이밍 스폰서를 구한 OK저축은행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에이스 김단비가 31득점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지만 첫 선을 보인 외국인 선수 자신타 먼로가 6득점5리바운드에 머문 채 5반칙으로 물러났다. 반면에 OK저축은행은 다미리스 단타스가 18득점5리바운드5어시스트2스틸로 맹활약했고 빅맨 김소담도 12득점9리바운드를 적립했다. 하지만 이날 OK저축은행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6개의 3점슛을 모두 적중시키며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26점)을 갈아치운 한채진이었다.

강 팀의 안락한 벤치 대신 중위권 팀의 주전을 선택한 한채진
 

한채진은 지난 6시즌 동안 KDB생명이 치른 210경기 중 208경기에 출전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성덕여상 출신의 한채진은 지난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5순위로 신한은행의 전신 현대 하이페리온에 지명됐다. 당시엔 최대어 곽주영(신한은행)을 비롯해 대형가드 김지현, 빅맨 양지희 등 유망주군이 풍부해 어중간한 사이즈의 스윙맨 한채진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한채진은 현대에서 보낸 세 시즌 동안 단 1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승부가 결정된 후에 출전했던 '가비지 타임'에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5년 신한은행이 구단을 인수한 후에도 한채진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채진의 포지션에는 진미정,선수민,이연화 같은 경험 많은 선배들이 즐비했고 밑으로는 청소년 대표 출신의 슈터 김연주가 한채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결국 한채진은 '레알 신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7-200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금호생명 레드윙스로 이적했다.

사실 최강전력을 자랑하는 신한은행에 잔류했다면 한채진은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우승반지를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채진은 강 팀의 벤치에 앉아 언니들을 응원하는 역할보다는 중위권 팀에서 주전으로 더 많은 출전시간을 갖길 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 시절 출전시간이 10분 내외에 불과하던 한채진은 금호생명 이적 후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하며 첫 시즌부터 26분29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한채진 이적 후 신정자,이경은(신한은행),정미란(KB스타즈) 등을 앞세워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던 금호생명은 KDB생명으로 팀명이 바뀐 2010-2011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2010-2011 시즌 23승12패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삼성생명을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꺾고 챔프전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당시 삼성생명에는 박정은,이종애,이미선 등 포지션별로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했다).

한채진은 2011-2012 시즌 14.08득점4.3리바운드2.08어시스트2.2스틸 3점슛성공률38.8%를 기록하며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윙맨으로 떠올랐다. 비록 신장(174cm)은 썩 크지 않지만 코트 위에서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한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루트에서 득점을 올렸고 순박한 인상과 달리 허슬플레이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한채진은 포인트가드 이경은과 함께 KDB생명을 이끄는 간판 선수로 자리 잡았다.

3점슛 6개 포함 프로 데뷔 후 최다 26득점, 게임 리딩도 척척
 

한채진은 17일 신한은행전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26점)을 세웠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KDB생명은 2007-2008 시즌부터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만년 하위였던 우리은행 위비가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강 팀으로 도약하면서 공교롭게도 KDB생명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한채진이 14.86득점5.66리바운드2.8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2012-2013 시즌 6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한 KDB생명은 지난 시즌까지 세 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채진은 KDB생명이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여섯 시즌 동안 단 2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 출전하며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농구는 5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하는 스포츠로 한채진 혼자만의 투혼으로는 KDB생명의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모기업인 KDB생명은 2017-2018 시즌 4승31패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여자 농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한채진은 연봉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팀에 잔류했지만 시즌 직후 발목 수술을 받으면서 쉽지 않은 2018-2019 시즌을 예고했다. 한채진도 어느덧 한국나이로 30대 중반의 노장이 됐기 때문이다. 한채진은 시즌 개막에 맞춰 팀에 복귀했지만 개막 후 4경기에서 6득점 4.25리바운드2.75어시스트에 그치며 기대한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노련한 한채진은 17일 '친정'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한채진다운'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40분을 쉼 없이 출전한 한채진은 6개의 3점슛을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는 등 26득점8리바운드5어시스트2스틸1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기록한 26점은 한채진의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한채진은 이날 슈터뿐 아니라 게임리딩 역할까지 소화하며 전천후 포워드로서의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개막전 승리 후 3연패를 당한 OK저축은행은 신한은행전 승리로 1라운드를 2승3패로 마쳤다. 여전히 6개 구단 중 4위로 갈 길이 멀지만 불과 수개월 전까지 공중분해 위기에 놓여 있던 팀 사정을 생각하면 썩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시즌 종료 후 다시 인수구단을 찾아야 할 OK저축은행 선수들은 그 어떤 구단보다 절실하게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든든한 에이스 한채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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