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만월대 발굴에 왜 우리 돈 써?" 고고학자의 답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재개... "우리가 안 하면 다른 나라가 한다"

등록 2018.11.14 10:28수정 2018.11.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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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가 답변하고 있다. ⓒ 문화재청

 
남북한의 교류협력사업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늘 분분하기 마련이다. 이달 초 북한 개성 만월대 제8차 남북 공동발굴조사사업이 재개됐으나 왜 남한 재원으로 북한 유적을 발굴하냐고 묻는 이들도 많다.  

박성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지난 13일 문화재청이 공개한 "북한갈 때 여권이 있어야 되나요?" 동영상에 출연해 "왜 굳이 북한까지 가서 발굴하냐, 우리 돈 갖고 왜 북쪽 가서 일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고 운을 뗐다.  


"같은 민족끼리 같은 유산 조사하는 건 당연"

박성진 연구사는 이에 대해 "만약 지금 우리가 안 하면 다른 나라가 와서 북쪽과 협력해서 그들 방식으로 정리를 하게 된다"면서 "우리가 먼저 북한과 만나서 우리 기준으로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 문화를 우리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동의 민족적 가치와 자산을 가진 한민족이 문화유산을 같이 조사연구해서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체제가 다르고 국가가 달라도 같은 민족 입장에서 같은 유산을 같이 조사하고 연구하자고 뜻을 모으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 연구사는 60여 명 규모의 남북공동발굴조사단에 속해 개성 만월대 유적을 발굴 중이다. 만월대는 400여 년간 고려 황제가 정무를 펼치던 정궁이다. 자연 지세를 살린 독특한 건물 배치를 이뤘으나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박 연구사를 포함해 남측 연구원 7명이 북한 단원들과 함께 발굴조사 중이다. 

남북은 지난 9월 초, 만월대 공동발굴 재개에 합의하고 9월 말 착수식을 하기로 했으나 발굴 인력 부족 등 북측 사정으로 3차례 연기 끝에 이달 초 발굴을 재개했다. 해당 발굴은 2007~2015까지 7차례 시행됐으나 이후 중단됐다. 3년 만에 올해 8차 조사가 재개돼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된다.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째 되는 해로, 그동안 공동발굴을 통해 약 40여 동의 건물터를 확인하고, 금속활자·청자·도자기 등 약 1만6500여 점의 유물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개성 만월대 중심 전각인 회경전 계단 ⓒ 문화재청

 
박 연구사는 "(북한에 갈 때) 여권은 없고, 통일부에서 발급한 일종의 비자인 방북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맛본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엔 가물치회를 꼽았다. 그는 "디스토마가 많다고 하지만 약 먹으면 된다. 가물치회가 맛있었다"고 전했다. 또 "(개성에서) 남한 TV(티비), 종편, 케이블이 빠짐없이 다 나온다"고 했다.  


만월대 발굴에 함께 참여한 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고려청자 생산지는 전남 강진이나 전북 부안 같은 남쪽이지만 주 수요지는 개성"이라며 "출토된 유물의 가치나 출토 맥락은 남한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런 걸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박지영 연구사는 "발굴 현장과 출토 유물을 통해 고려시대의 귀족적이고, 화려하며, 국제적인 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은 한반도 중세문화의 성격과 특징을 규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유적이지만, 다른 왕조의 수도에 견줘 남아 있는 유적이나 유물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려 문화 연구에 그간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번 공동 유적 조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도 '도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이나 민간인으로 이뤄진 도굴조직이 도굴한 문화재를 중국 브로커에 팔아넘기는 일이 많지만, 북한 당국은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남북한은 이번 만월대 유적조사를 계기로 향후 평양 고구려고분 공동조사, 비무장지대(DMZ) 내 궁예의 태봉국 철원성 유적 공동조사, 씨름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인류무형유산 공동 등재,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재개 등 비경제 분야의 교류협력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2014년 남북공동조사단이 개성 만월대 유적조사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 문화재청

#발굴 #유적 #도굴 #만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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