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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연기 훌륭했지만... '출국' 속 이런 설정은 위험

[미리보는 영화] 냉전 시대 말기 부성애 그리려 했지만... 영화 완성도 '미흡'

18.11.08 16:22최종업데이트18.11.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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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국>의 포스터. ⓒ 디씨드

  
화려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모처럼 잔잔한 스파이 장르물을 표방한 작품이 나왔다. 배우 이범수, 연우진 등이 전면에 나선 영화 <출국>은 표면적으로는 장르물이고, 이야기 대부분이 이념 갈등의 희생자가 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아버지이자 경제학자 오영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난 5일 개봉에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연출을 맡은 노규엽 감독은 <출국>을 두고 "차가운 첩보물에 가족을 찾기 위해 뜨겁게 움직이던 아버지 이야기를 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스파이물에 부성애를 얹어 상업영화로서 구색을 갖추겠다는 의미다(관련 기사 : 박근혜 시절 화이트리스트 논란 '출국', 감독-이범수 입 열다 http://omn.kr/1cg77). 

몇 가지 우려들

<출국>이 지난 정권 상업영화 모태펀드 지원작에 선정됐고, 여타 영화들에 비해 두세배 많은 투자를 받는 등 특혜를 입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논란은 일단 차치하자. 물론 <택시운전사> <판도라> <일급기밀> 등 규모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영화들은 모태펀드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점을 들면 수상한 흐름이긴 했다. 하지만 <출국> 제작사에서 적극 해명하면서 논란 자체는 일단 지나가는 모양새다.

제작비 조성과는 별개로 영화가 완성돼 개봉을 앞둔 이상 이젠 관객의 평가가 성패에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적 완성도, 재미를 고려했을 때 과연 <출국>의 만듦새가 훌륭하냐는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 <출국>의 한 장면. ⓒ 디씨드

 
영화의 주 시선은 가족의 가장이자 한 딸의 아버지다. 입국 심사대에서부터 북한 요원과 독일 요원에 의해 생이별하는 장면을 등장시키며 극적 갈등을 제시한 뒤 영화는 영민이 아내와 아이를 찾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을 열거한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차분한 톤을 유지하며 이 아버지가 처한 비극적 상황에 몰입하게 할 여러 요소를 던지려 하지만, 그것이 크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감독 스스로 밝혔듯 영화의 영감이 된 오길남 박사의 논픽션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의 한계, 그리고 해당 시대와 인물을 대하는 감독의 안일한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경제학자로 월북했다가 가족과 떨어진 채 혼자 북한을 탈출한 오길남 박사의 사연은 주로 보수 원로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해왔는데, 윤이상 작곡가가 월북을 권했다는 오 박사의 1993년 당시 주장 등을 미루어 볼 때 여전히 그 신빙성이 의심된다. 

영화에선 영감을 얻어 새롭게 각색했다고 하지만 극중 영민에게 월북을 종용하는 원로 경제 학자(전무송), 그리고 영민 자체가 해외에서 독재에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해왔다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설정, 영민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이가 안기부 직원이라는 묘사 등은 관객에게 당시 시대를 왜곡해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니까 '민주화 운동 인사는 곧 빨갱이'라는 수구 인사들의 주장을 영화로 녹인 셈이 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들
     

영화 <출국>의 한 장면. ⓒ 디씨드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는 1980년대 동독과 서독으로 나뉜 독일을 주 배경으로 가족을 구하고자 한 한 아버지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캐릭터들이 위기에 빠지는 주요 이유가 시대적 비극 때문이고, 영민 역시 분투함에도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가 냉전 시대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런 시대성을 희석한 채 부성애 전달에만 집중한 모양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여러 명작 스파이물 혹은 첩보물을 가장한 드라마들은 시대적 배경과 주변 사건, 그리고 거기서 분열을 겪는 개인을 제시하며 설득력을 담보해 나갔다. 가족과 헤어지는 설정만으로는 관객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 더욱이 부성애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면 굳이 시대적 배경이 냉전 시대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선에서>라는 제목에서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고 내용이 각색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하향 평준화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여한 배우들이 훌륭히 연기했음에도 영화적 한계로 빛이 바랬다.

한 줄 평 : 시대와 어우러지지 못한 드라마
평점 : ★★☆(2.5/5)

 
영화 <출국> 관련 정보

연출 : 노규엽
출연 : 이범수, 연우진, 박혁권, 박주미, 이현정, 이종혁
제작 : 디씨드
러닝타임 : 105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1월 14일
출국 이범수 연우진 이종혁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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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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