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채널A "외교적 악재"

등록 2018.11.06 17:31수정 2018.11.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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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운택씨 등 4명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강제징용 손배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반드시 짚었어야 할 점 

강제징용 손배 대법원 판결의 의미

2005년,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1‧2심 재판부는 일본의 재판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죠. 2013년 서울고등법원이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이뤄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신일철주금 측이 불복해 재상고를 하면서, 이 재판은 다시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했는데요. 마지막 대법원 판결은 무려 5년이나 걸렸습니다. 이렇게 길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애초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 중 세분이 돌아가셔서 생존자는 이춘식 옹 한분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 마디와 대법원의 재판거래가 지연시킨 5년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05년부터 13년여 간의 법정공방 끝에 일제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그야말로 중대한 뉴스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보도하는데 더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은 최근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의 이면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거래가 있었음이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동아일보 <단독/징용소송 진행 보고받은 박근혜 "큰일 나겠다, 잘 대처하라" 지시>(8/17 https://goo.gl/PBMnUL)에 따르면 검찰은 2013년 11월 말 청와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진행 상황을 당시 대통령이던 박근혜 씨에게 보고했고, 박근혜 씨는 "(판결이 확정되면) 큰일 나겠다. 합리적으로 잘 대처하라"는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심지어 며칠 뒤인 12월 1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이 비서실장 공관에서 모였고, 판결 확정에 따른 문제점, 외교적 파장,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 법무부가 총동원되어 '피해 배상 확정 판결'을 막으려 시도한 것이죠.

이에 대법원은 청와대 의중을 살피는 동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설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 판결의 지연을 '거래 대상'으로 사용했습니다. 결국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씨가 탄핵되고 나서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김앤장‧외교부‧법원행정처의 합작

이뿐만이 아닙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은 일본 기업의 대리인 법무법인 김앤장과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2년 김앤장은 대법원의 판결이후 '강제징용 재판 대응 TF'를 만들었습니다. 이 TF에 소속되었던 당시 윤병세 김앤장 고문은 1년 뒤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소송 과정에서도 김앤장과 외교부는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2014년 김앤장은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고 2년 뒤 2016년에는 외교부가 강제징용 재판에 대한 의견서에서 "손해배상 시 한국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김앤장의 상고이유서와 유사한 논조를 펼쳤습니다.

외교부와 대법원의 실무자 사이에 있었던 접촉 정황도 밝혀졌습니다. JTBC <청와대에 7차례 '수상한 출입' 있었던 임종헌>(8/3 https://bit.ly/2OeDsJ2)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7차례 출입했"고 "임 전 차장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에게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JTBC는 임 전 차장이 "일본 기업이 소송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시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직후"에 외교부를 찾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임 전 차장과 외교부의 접촉은 의견서 작성의 배경이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단독/'강제징용 재판' 외교부 의견서도 임종헌 작품>(10/23 https://bit.ly/2PjyhvL)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행정처가 일본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외교부 의견서를 사전에 감수하고 편집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은 2016년 가을 이민걸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낼 외교부 의견서 초안을 받았"고 "대법원 '입맛'에 맞는 형태와 내용으로 수정한 뒤 외교부에 돌려"줬습니다. 이어 "외교부는 임 전 차장이 수정한 내용이 반영된 의견서를 행정처 심의관(판사)과 이메일로 주고받으며 재검토까지 거쳤"고 "행정처 엘리트 판사들의 감수를 거친 외교부 의견서는 그해 11월 대법원에 제출됐"습니다.

종합해보면 일본 기업의 대리인 김앤장과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외교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거래를 시도한 대법원이 힘을 합쳐 재판과정에 개입한 것이죠. 이렇게 피해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판결은 5년간 지체되었고 4명의 피해자 중 3명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최종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독일의 배상, 왜 이야기하지 않나

한겨레21 <독일은 일본처럼 하지 않았다>(2016/1/19 https://goo.gl/JXCE5r)에서는 독일이 2000년 8월2일 '기억, 책임, 미래 연방재단'을 설립한 후 강제노동에 대해 어떤 보상을 했는지 알려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기억, 책임, 미래 연방재단'은 나치 시기 강제노역에 몰렸던 사람들을 위한 물질적 보상을 위해 설립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일의 배상이 2000년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서독은 나치 독일의 점령과 범죄로 피해를 본 나라들에 수차례 배상했습니다. 1952년 9월 10일 당시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룩셈부르크협정'에 서명해 이스라엘에 30억 마르크의 현물을 배상금으로 지급하고, 유대인 희생자 단체들을 대표하는 '대독 유대인 청구권 회의'에 4억 5천만 마르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서독은 이 약속을 10여 년에 걸쳐 이행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1959년부터 1964년까지 서독은 11개 서방국가들과 각기 협정을 체결해 배상금을 지급했으며, 1975년에는 폴란드와 협약을 맺어 나치 독일에 청구권을 가진 폴란드인에 대한 연금과 사고 보험기탁금 13억 마르크를 지급했습니다. 소련은 이미 동독으로부터 전쟁배상금을 대신해 공장과 자본 설비를 이전해갔지만 통일 국면에서 독일은 다시 소련에 180억 마르크를 보상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서독에 거주하는 나치의 희생자 집단들, 특히 유대인을 비롯해 정치나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1953년 10월 1일의 연방보상법과 1956년 6월 29일의 연방보상법은 나치 독일로부터 박해를 받은 희생자에게 물질적 보상과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고 그 범위를 점차 넓혔습니다.

이와 같은 독일의 배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시와 동성애자, 탈영병, 강제노동자는 오랫동안 수혜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야 비로소 이들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증대했고 피해 보상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990년대 독일에서는 강제노동자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증대했고 물질적 보상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치 시기 강제노동자 중 대다수, 즉 열 중 아홉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1998년 가을 집권한 사회민주당(사민당)과 녹색당의 좌파 연립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에 2000년 재단 설립과 활동 방향, 보상의 기준과 규모가 정해져 2001년 6월 15일 처음으로 보상금이 지급됐고, 2007년 6월12일 공식적으로 지급 완료가 선언됐습니다. 230만 명 이상이 보상금 지급 심사를 신청했고 그 중 약 165만 명에게 지급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한겨레21에서 보도한 1999년 12월17일 당시 독일 대통령 요하네스 라우는 공식 성명을 이렇습니다. 

"재단을 발의한 독일 국가와 기업은 과거의 범죄로 인해 발생한 공동의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다할 것을 선언합니다. 노예노동과 강제노동은 단지 받아야 할 임금을 뺏긴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납치, 근거지 상실, 권리 박탈 및 잔인한 인권유린을 의미합니다. … 많은 사람들에게 돈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강제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이 고통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자신들에게 가해진 불의가 불의라고 불리기를 원합니다. 오늘 저는 독일의 지배 하에서 노예노동과 강제노동을 수행해야만 했던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며 독일 민족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지금, 우리 언론은 이런 내용을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언론은 어땠을까요?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속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보도, 무엇이 문제였나 

7개 방송사 모두 주요하게 보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10월 30일, 7개 방송사는 모두 보도를 냈고 다음날인 31일에는 TV조선‧MBN을 제외한 5개사가 후속 보도도 진행했습니다. 이틀간 KBS가 11건으로 가장 보도가 많았고 SBS‧JTBC(9건), 채널A(8건), MBC(6건), TV조선(5건), MBN(4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10/30~31) *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 민주언론시민연합

 
'손해배상 가능여부' 확인하며 '노무현 정부' 문제에 방점 찍은 TV조선

대부분의 보도가 강제징용을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고 사법적으로나마 단죄한 판결이었다고 전했지만, 일부 방송사는 엉뚱한 곳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TV조선 보도부터 보겠습니다. TV조선 <따져보니/'日 강제징용 피해' 배상 절차는?>(10/30 강동원 기자 https://bit.ly/2SzDL4x)에서는 그나마 독일 이야기를 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폴란드와 체코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려고 벤츠와 지멘스 같은 자국 기업들과 함께 우리 돈 8조원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판결이 아니라 정치로 푼 경우인데, 현재 일본 정부가 이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게 역시 한계이긴 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적절한 지적이었지만 강동원 기자의 다음 이야기는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정부 입장도 난감한 것이, 정부가 이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라고 하더니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때부터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도 함께 해결됐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한일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개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처분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까지 설치했지만, 같은 해 나온 결론은 '강제징용 배상은 해결이 끝난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처분했으니 국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보상을 했습니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후 앵커는 "우리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정의의 문제입니다만, 이 정의를 실현시키는 건 역시 어렵군요"라고 흐지부지 보도를 끝맺었습니다. 

강동원 기자 말처럼 우리 정부가 이 상황을 자초한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박정희 정부가 국민의 반대도 무릅쓰고 강행한 한일 청구권 협정이어야 합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보상을 한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강 기자의 멘트는 박정희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문제이며, 노무현 정부가 자국민의 피해를 배상해준 것은 문제라고 느껴지게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배상금 지급이 문제라 지적한 TV조선 <뉴스9>(10/30) ⓒ TV조선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외교적 대형 악재'라 평가한 채널A

채널A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채널A <뉴스분석/더 꼬인 '과거'>(10/30 하태원 기자 https://bit.ly/2OVBmD7)는 시작부터 "군 위안부 협상이 사실상 파기수순에 들어가면서 어려워진 한일관계에 외교로만 따지자면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판결 자체를 부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승련 앵커는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 환영했겠죠?"라고 묻자 "네. 일본통이죠. 이낙연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4개항의 입장을 내놨"다며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채널A가 주목한 부분은 일본과의 외교관계에 끼칠 영향이었습니다. 김 앵커는 "일본 반응이 굉장히 강경했군요?"라고 물었고 하 기자는 "우리 정부 굉장히 차분한 가운데 일본 정부 굉장히 격양돼 있구요. 아베 총리부터 먼저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화해치유재단 이미 해체 수순에 들어간 상태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위안부 협상파기까지 들어가면서 강제징용 배상문제까지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서 과거사 문제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할 깊은 수렁에 빠졌"다며 한일관계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매일, 매년 한일 정상이 했던 셔틀외교마저도 상당히 불투명해 보이고 거기에 북핵 공조 역시 굉장히 중요한데 한미일 북핵공조 역시 상당히 삐걱거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며 강제징용 판결이 북한의 비핵화에도 악영향이라 분석했습니다.

채널A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로 인해 경제타격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김승련 앵커는 "안보뿐만이 아니고 사드문제 때문에 우리가 중국과 불편했을 때 거기는 보복을 했잖아요. 일본이 그럴 가능성 그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하 기자는 "'한국 때문에 정말 피곤하다' 이렇게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이번 문제로 혐한 감정 고조될 가능성 높아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라더니 "IMF 때 기억하실텐데요. 일본이 우리한테 잘 협조적이지 않고 돈 안빌려주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한 다음에 서로 돈 있으면 빌려주는 통화스와프 연장 역시 하지 않았던 그런 전례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일본 정부가 우리에게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또 다른 주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 역시 문재인 정부가 관리해야 될 리스크"라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 두려워한 채널A <뉴스A>(10/30) ⓒ 채널A

 
책임과 사과를 물어야할 대상은 누구인가

TV조선과 채널A가 한 말 전체가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거나, 일본의 입장을 전해주는 것 자체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 언론으로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짚고, 관련되어 비판해야 할 사람들은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JTBC는 이번 판결의 결과를 통해 일본 기업뿐만 일본의 입장을 옹호했던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JTBC <앵커브리핑/'반도인 도망 방지를 위해 철조망을 신축하라'>(10/30 손석희 앵커 https://bit.ly/2EZTmaZ)에서 손석희 앵커는 먼저 일본 미쓰비시사가 "징용피해자들은 강제노역을 했으며 과정은 혹독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미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900명에게 사과한 사례와 "인권을 침해하고 노동을 강요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중국인 피해자 3700명에게 사과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손 앵커는 이 사례들을 "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를 태운 전투기, 제로센을 비롯해서 각종 군함과 어뢰 등 폭발물을 대거 납품했던 기업. 그곳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징용피해자는 약 10만여 명. '황국신민의 영예로운 산업전사'라는 호칭이 붙었지만 그들은 강제로 끌려간 조선의 노동자였"다며 우리나라의 피해자들과 비교했습니다. 또한 "'반도인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신축하라' 즉, 조선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m 넘는 철조망을 설치했다는 일본 전범기업들의 자료는 그들이 강제로 끌려간 것임을 선명하게 말해주고 있지만, 그 기업들은 우리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일본 기업들의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이어 "13년하고도 8개월을 끌어온 강제징용 재판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명료했습니다. 결론이 늦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며 "'큰일 나겠다. 합리적으로 잘 대처하라' 피해자들보다 한·일관계를 먼저 걱정했다는 탄핵된 전직 대통령과, 정부와 거래하기 위해 재판을 고의적으로 미뤘다는 의혹을 받는 우리의 대법원"이라며 청와대와 대법원의 재판 지연 시도를 지적했습니다.

손 앵커는 "오늘 나 혼자 나와서 마음이 슬프고 눈물이 많이 납니다"라는 생존자 이춘식 씨의 발언을 보여주며 "아흔을 훌쩍 넘겨 홀로 남은 피해자의 슬픔은 누구도 아닌 자신의 조국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평을 마치며 "중국과 미국에는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우리에겐 사과하지 않은 일본의 전범기업들.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어준 것은 누구도 아닌 피해자들의 조국이었고… 당시의 위정자들 역시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과 일본 기업 측을 옹호한 이들을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대법원의 '사법농단' 지적한 MBC‧SBS‧JTBC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은 대법원이 지난 5년간 판결을 미뤄온 것입니다. 또한 이 배경에는 청와대의 지시를 비롯해 김앤장‧외교부‧대법원의 재판개입과 사법농단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보도하며 재판개입과 사법농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전했을까요? 아래 표와 같이 TV조선‧채널A‧MBN의 는 '재판거래 의혹'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간단한 언급하는 수준이었고요. MBC‧SBS‧JTBC는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검찰 수사과정을 설명하며 청와대와 대법원의 재판거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비교(10/30~31) ⓒ 민주언론시민연합

 
유일하게 '김앤장' 문제 언급한 KBS

KBS는 박근혜 정부와 대법원의 사법농단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바로 KBS <5년 넘게 걸린 선고…배후에 '김앤장'>(10/30 정성호 기자 https://bit.ly/2DbWoqT)를 통해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김앤장의 개입 문제를 짚은 것입니다. 김철민 앵커는 "그동안 일본 전범기업 편에 서서 우리 사법부와 행정부를 쥐락펴락했던 법률 대리인은 바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KBS는 2014년 김앤장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와 2016년 외교부가 제출한 의견서가 상당수 일치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KBS에 따르면 "(두 문건이) 근거로 제시한 논문이나, 동일한 미국 법원 판례,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신문 칼럼까지 그대로"였습니다. KBS는 그 배경을 "당시 외교부 수장은 윤병세 장관, 장관이 되기 직전까지 김앤장의 고문이었"다며 윤 전 장관의 김앤장 출신 이력으로 추측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교부 의견서를 김앤장을 통해 법원에 전달하자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지난 2월 김앤장에 취업했"고 "양승태 사법부가 청와대에 추천한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법무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통해 "사법부와 외교부를 뒤에서 쥐락펴락 한 게 김앤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KBS는 보도 말미에 "국내에서 진행되는 강제징용 소송 15건 가운데 김앤장은 공식적으로 10건을 대리하고 있"고 "물론 일본 전범기업 편"이라며 보도를 마무리 했습니다. KBS의 보도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지연된 원인 중 숨겨진 1인치를 찾아낸 보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김앤장의 판결 개입 지적한 KBS <뉴스9>(10/30) ⓒ KBS

 
덧붙이는 글 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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