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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케이윌의 변신 "살아남고 싶어서"

[인터뷰] 4집으로 돌아온 케이윌 "본의 아니게 가을 가요대전에 합류"

18.11.06 10:10최종업데이트18.11.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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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윌 4번째 정규앨범 파트2 '상상; 무드 인디고' 사진 ⓒ 스타십엔터테인먼트

 
가수 케이윌은 인터뷰 내내 "지금은 보컬리스트의 시대가 아니라 싱어송라이터의 시대", "사람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 "리듬과 톤의 시대" 같은 말을 사용했다. 이는 케이윌이 분석한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다.

케이윌은 자신이 분석한 시대에 걸맞은 4집 앨범을 들고 나왔다. '싱어송라이터의 시대'에 맞게 단순히 가수로서만이 아닌 공동 프로듀서로서 앨범의 전면에 나섰다. 또 '사람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에 맞춰 직접 작사한 노래 4곡을 선보였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창법 대신 보다 편안한 창법을 선택했다.

5일 오후 서울 논현동 인근에서 4집 파트2 앨범 <상상; 무드 인디고>를 들고 돌아온 '발라드의 왕자' 케이윌을 만났다. 케이윌은 취재진을 맞이하며 "본의 아니게 가을 가요대전에 합류하게 됐다"고 인사를 건넸다.

"가을에 발표한 발라드 의외로 잘 안 돼"

발라드 하면 가을, 가을 하면 발라드다. 하지만 케이윌에 따르면 '케이윌표 발라드'는 가을보다 봄에 더 먹힌다고 한다.

"사실 가을 하면 발라드로 연결이 될 것 같지만 가을에 발표한 발라드가 잘 된 적이 없었다. (웃음) '눈물이 뚝뚝'도 '왼쪽 가슴'도 봄이었다.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가 가을에 나왔는데 이건 임팩트는 없지만 오래 사랑받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고 발표한 곡이었다. 그렇게 됐다. 발표를 하자마자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아 성과를 얻는 곡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마음에 들어오는 곡도 있다. 가을에 들었던 발라드가 갑자기 떠오른다든지... 그런 계절이 안겨다주는 장기적인 선물도 있지 않을까."

<상상; 무드 인디고>의 타이틀곡은 발라드곡 '그땐 그댄'이다. 공개된 '그땐 그댄'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속에는 배우 유연석이 등장한다. 케이윌은 "내가 뮤직비디오에 나오기로 잠정적으로 합의가 돼 있던 상황이었는데 유연석씨가 출연했다"면서 웃었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영향도 있느냐는 질문에 케이윌은 "드라마의 영향도 없진 않다"면서 "유연석씨와 같은 회사이고 통화를 한두 번 한 적이 있는데 너무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다. 큰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 타이틀곡 '그땐 그댄'이 공개됐다. 노래를 듣다보면 이 곡이 '케이윌표 발라드'라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케이윌은 "이 곡 외에 이번 앨범에서 '케이윌표 발라드'는 없다. '그땐 그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다른 색깔을 표현하려고 했다. 지금은 가창력을 뽐내는 시대가 아니다.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리듬과 톤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원하는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발라드를 한다면 이게 답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연스럽게 나왔다. 예전에는 고음역대의 곡을 많이 부르고 '더 질러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굳이 사족을 붙이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싱어송라이터 원하는 시대, 케이윌 담으려 노력"
 

5일 진행한 케이윌 4번째 정규앨범 파트2 '상상; 무드 인디고' 라운드 인터뷰 사진 ⓒ 스타십엔터테인먼트


4집에서는 보다 뚜렷하게 케이윌의 인장이 들어간다. 4집 앨범은 케이윌이 '공동 프로듀싱'을 한 첫 앨범이다. 김이나 작사가와 함께 가사를 쓴 '그땐 그댄'을 제외하고 'melody' 'delete' 'wake' 같은 곡은 케이윌이 혼자 가사를 썼다고 한다.

케이윌은 "보컬리스트 시대를 지나 프로듀싱이나 싱어송라이터를 원하는 시대다. 후크송으로 대변된 귀에 넣어주는 달달한 음악이 아니라 사람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서 내가 발표하는 음악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10년 동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바쁘지 않았던 때는 없었지만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더라. 그만큼 더 깊은 애정을 갖고 밀도 있게 만들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이번 앨범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았다.

케이윌은 '변화'를 말했다. 사람들이 놀랄 만한 변화가 아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변화 말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면서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할까를 지난 10년 동안 고민했다. 시대에 순응하려는 의지도 있고 변화하려는 의지도 있지만 힙합이 대세라고 내가 갑자기 랩을 할 수는 없다.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가 아니다. 예측을 하고 준비해서 신선한 변화를 보여드리고 싶다. 다만 그동안 많은 장르의 음악을 했기 때문에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어색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혹여나 내가 몇 년 후에 트로트 앨범을 갖고 나온다고 해도 재밌게 받아들여주실 것 같다.

만일 기대하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싫어하신다면 다음 앨범이나 행보에는 수정이 될 것이다. 변신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실패한 변신이라고 본다. 들으시는 분들도 내 변화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케이윌은 음악을 패션에 비유하면서 "예전 유행이 돌기도 하고 약간의 변화를 거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음악이나 패션이나 비슷비슷하다. 약간의 변화를 거치면서 예전 유행이 돌기도 하고 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제 이런 음악도 듣는구나' '이런 곡이 차트에 있네' '이런 음악이 많아지네' 하면서 변한다.

노래를 잘 하는 것보다 들었을 때 좋은 것이 더 중요하다. 노래는 부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이 말에 점점 더 마음이 간다. 예전에 보컬이면 좀 더 무겁게 소리를 내고 호흡을 실었다면 지금은 리듬을 살릴 수 있는 톤이라면 된다. 옛날에 무겁게 소리를 냈던 분들도 가볍게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생일에도 공연... 못하면 슬플 것 같아"
 

5일 진행한 케이윌 4번째 정규앨범 파트2 '상상; 무드 인디고' 라운드 인터뷰 사진 ⓒ 스타십엔터테인먼트


올해도 어김없이 케이윌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계속 된다. 올해는 케이윌이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케이윌은 "12월 30일이 생일이다. 10년 동안 방송 출연이나 콘서트 때문에 한 번도 개인적으로 생일을 챙기지 못했다"며 "한 번은 난 생일에도 못 노느냐고 회사에 푸념을 한 적이 있는데 회사에서 '넌 네 공연 하지 않느냐. 직원들은 너 때문에 10년 동안 크리스마스가 없다'고 하시더라"라면서 웃었다.

이어 그는 "내가 못할 소리를 했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내가 언젠가 공연을 자의든 타의든 못할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는 너무 슬플 것 같더라. 그 상황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앞으로 공연이 아닌 뮤지컬 무대에 서는 케이윌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다. 케이윌은 얼마 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토로 분했다. 케이윌은 "10년 동안 솔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다른 가수가 연습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뮤지컬 연습을 하면 성악 전공자분도 계시고 뮤지컬 학과를 나온 분도 계신다. 그들이 내는 소리를 따라해보고 구경하고 같이 연습을 하고 합을 맞춘다는 게 내게는 너무 즐겁고 재밌는 작업"이라고 뮤지컬의 매력을 소개했다.

"굉장히 과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는데 '내가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재밌다. 그 사이에 마이크를 들고 '케이윌입니다'라면서 무대에 서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뮤지컬은 가수로서도 환기가 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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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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