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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나타난 연쇄살인범... 할머니가 가족을 지켰다

[리뷰] 영화 <할로윈>, 3대가 함께 실행한 통쾌한 복수

18.11.04 15:19최종업데이트18.11.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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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할로윈> 포스터 ⓒ UPI 코리아

 
폭행이나 살인 피해자들은 대부분 트라우마를 겪는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는 그 사건에서 벗어나고자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남은 삶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렇게 큰 일을 겪고 정상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보통은 치료를 받거나 그저 조용히 세상의 언저리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영화<할로윈>은 1978년 개봉했던 <할로윈> 1편과 직접 이어지는 속편이다. 새롭게 개봉하는 <할로윈>의 제작사인 블룸하우스는 오랜 시간 동안 제작되었던 이후의 할로윈 시리즈를 모두 무시하고 정통 슬래셔 무비였던 1편을 기점으로 40년이 지난 현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할로윈> 장면 ⓒ UPI 코리아

 
원작 40년 후 어두운 로리의 삶

40년 전 마이클 마이어스 연쇄 살인의 피해자였던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사건 이후 한적한 곳에 숨어서 혼자 생활한다. 그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공포심, 그리고 분노를 적절히 관리해왔지만 딸 캐런(주디 그리어)에 대한 과잉보호로 딸과의 관계는 깨져 버렸다. 영화 속 백발의 로리가 첫 등장할 때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복수심이 같이 보인다. 뚜렷하고 강인한 인상의 그녀는 여전히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를 공포스러워 하지만 직접 복수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사실 새롭게 만들어진 <할로윈>은 1편 이후 이어지는 시리즈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큰 기대작이 아니었다. 여전히 할로윈 시즌이 되면 이 시리즈의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고 잔인한 공포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인데,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철저히 여주인공 로리의 관점으로 진행된다.

즉 피해자의 관점에서, 그가 지난 4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과거의 끔찍했던 큰 사건이 그의 성격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 역시 잔인한 슬래셔 장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로리와 그의 가족들이 벌이는 복수극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영화 <할로윈> 장면 ⓒ UPI 코리아

 

특히 로리, 로리의 딸 그리고 손녀 비키(버지니아 가드너)의 삶까지 영향을 주는 40년 전의 사건이 현재 상황과 만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더욱더 고조된다. 세 가족이 모두 마이클 마이어스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악전고투 속에서 세 인물이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고스란히 묘사된다. 로리가 영화 후반부에  마이클 마이어스를 다시 대면하는 순간, 과거의 트라우마와 복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동시에 강력하게 발현된다. 그리고 딸은 여덟 살 때부터 엄마 로리에게 훈련받은 그대로 침착하게 살인마에게 총질을 한다. 그리고 손녀는 그저 순수한 공포심만을 드러낸다. 

할머니와 손녀가 동시에 하는 복수극

여기서 손녀는 과거 40년 전 로리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되며, 로리와 딸 캐런은 공포심보다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복수를 진행한다. 이 세 캐릭터의 반응을 전혀 다르게 묘사함으로써 로리의 개인적인 복수극은 가족 전체의 복수극으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이 복수를 통해 로리의 가족은 40년 전의 악몽을 극복하고 조금은 나은 가족 관계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할로윈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빌런, 마이클 마이어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절대 악으로 그려진다. 말이 전혀 없고 죽이는 이유도 따로 설명하지 않으며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엄청난 힘으로 단번에 여러 명의 인물을 난도질한다. 그저 조용히 죽일 인물을 바라보고 천천히 다가가 살인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위압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절대적인 살인마와 나이 든 할머니의 대결을 통해 힘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아 보이는 이질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영화는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영화 <할로윈> 장면 ⓒ UPI 코리아

 
이 영화는 여느 할리우드 슬래셔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시간 끌기가 전혀 없다. 마이클의 살인은 망설임이 없다. 그래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감을 높이며 살인마가 로리의 집으로 간 이후부터는 매우 긴박하게 진행된다.

영화 <할로윈> 은 1편의 정통을 그대로 이어 많은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대로 나이가 들어서 등장한다. 무엇보다 로리가 보다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그만의 복수를 완성해 가는 모습을 탁월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오리지널의 속성을 잘 응용한 성공적인 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공포 효과는 매우 깔끔하다. 잔인하지만 피가 넘치지 않는다. 영화 속 악당은 강력하며, 그에 맞선 주인공의 활약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작의 주제가가 영화에서 배경음악으로 들려올 때, 원작의 팬이라면 가슴이 더욱 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할로윈 공포 마이클마이어스 슬래셔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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