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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충격적인 폭행... 더 놀라운 건

[하성태의 사이드뷰] <셜록> 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폭행 전말 1탄의 무게감

18.10.30 19:21최종업데이트18.10.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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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와 셜록이 공개한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 뉴스타파X셜록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유발한다. 따귀를 맞는 얼굴에서 "짝짝"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저 영상만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리는 자는 위세가 등등한 반면, 맞는 이는 죄인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다. 시뻘건 상처가 남은 것으로 모자라, 굴욕적인 사과 강요가 뒤따랐다.
 
"너 살려면 똑바로 사과해. XX새끼, 네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지. 내가 사과할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부한 거야. 그럼 뒤져(죽어). 이 XX놈아."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폭행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접한 이들은 "내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며 하나 같이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영상 속 가해자인 양진호 회장은 즉각 포털 검색어 1위에 등극하는 호사(?)를 누렸다. 폭행 영상을 공개한 <뉴스타파> 역시 "믿을 수 없는 인권침해와 폭행 영상을 공개한다"며 "다소 자극적인 장면인 만큼 시청에 유의해달라"고 주의를 줄 정도였다.
 
30일 오후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동취재한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속 직원 폭행 영상은 충격을 넘어 조폭 영화의 액션 장면을 방불케 했다. 영상 속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정도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진가의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이나 최근 교촌치킨 불매 운동을 불러일으킨 권아무개 상무의 '폭행갑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셜록>과 <뉴스타파>가 이날 전한 단독보도의 파장은 거기서 그칠 수준이 아니었다.
 

<뉴스타파>와 셜록이 공개한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 뉴스타파X셜록

  
고작 댓글 5개 때문에... 
 
"사무실로 찾아갔는데, 무릎을 꿇린 채 갑자기 폭행과 폭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나에게 도전하는 거면 도전을 받아주겠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자기 힘을 과시하며 사실상 협박을 가했습니다."
 
피해자가 밝힌 양진호 회장의 폭행 내용이다. 폭행 이유는 인터넷 게시판에 단 댓글 5개. <셜록>과 <뉴스타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월 8일 새벽 위디스크 전직 개발자인 피해자는 '위디스크' 인터넷 사이트 고객게시판에 '양진호1'이라는 아이디로 "매사에 성실히 임하면 연봉 팍팍 올려주겠다"거나 "지금도 불철주야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 낮과 밤이 바뀌면서 일하지만 어디가도 이만큼 돈 못 받는다"는 내용의 댓글을 장난삼아 달았다고 한다.
 
댓글 작성 후, 피해자는 양진호 회장 측으로부터 "회사로 찾아와 사과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사과를 위해 회사 사무실을 찾은 직후 영상 속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 피해자는 "별 생각없이 장난삼아 올린 글이었다. 그 댓글이 그렇게 맞을 일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폭행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피해자는 양 회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기도 했지만, 양 회장의 폭행은 계속됐다. 피해자가 심각한 폭행 피해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도 양 회장의 가혹 행위를 제지한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평소 회사 직원들이 느끼는 양 회장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도, 별다른 항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이 IT업계의 갑이었고, 돈도 많아 맞서면 본인만 손해라는 생각에서였다. 인터뷰에서 나선 피해자는 역시나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양 회장은 돈이 많기 때문에 도와줄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사 양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더라도 약자인 내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양 회장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소송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웹하드 업체와 양진호 회장
 

<뉴스타파>와 셜록이 공개한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 뉴스타파X셜록

  
지난 7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은 목숨까지 버릴 만큼 한 인간의, 수많은 여성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끔찍한 생명력과 그를 지탱하는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동영상을 '만드는 놈', '올리는 놈', 그리고 '방조하는 놈'이 수익을 거두는, 짐작했겠지만 그 생명력의 원천은 물론 "돈의 문제"였다.
 
"(웹하드 업체 상사가) 다른 대형 웹하드 사이트 보니까 성인물이 정말 끝도 없이 계속 올라가더라. 이런 식으로 해야 된다, 그런 식으로 해야 우리가 초반에 수익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직원들 모두한테 직접적으로 하시고."
 
방송에 출연한 전직 웹하드 업체 직원의 말이다.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형 웹하드 업체가 불법촬영물의 게시를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헤비 업로더들과 결탁하는 한편 디지털 장의 업체와의 유착까지 벌인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물론 그 중심엔 대형 웹하드 업체가 있었다. 방송 이후 여성단체와 혜화역 시위 중심으로 이들 대형 웹하드 업체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들의 불법·위법 사안들에 대한 항의, 법적 대응 역시 공론화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올 한 해 수차례 "불법 촬영물 유포 같은,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셜록>과 <뉴스타파>에 보도 직후, 양진호 회장에 대한 공분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양진호 회장이 국내 웹하드 업계 1, 2위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이자 최근 디지털성범죄 사건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년 간 양 회장을 취재했다는 <설록>의 박상규 기자는 폭행 영상 공개 직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양진호 회장님에게'라는 제목의 편지 형식의 글을 남겼다. 박 기자는 "당신을 꼭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후속보도를 응원하는 이유
  

<뉴스타파>와 셜록이 공개한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 뉴스타파X셜록

  
"지난 2년간 양 회장님을 취재했습니다. 회장님, 정말 보통이 아니더군요. 당신같은 또라이는 처음입니다. 단연 베스트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무섭기도 했습니다.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회장님. 성범죄, 성폭력 영상으로 1000억 원대 재산을 모으셨더군요. 그 힘으로 사람도 여러 명 때리셨구요. 당신이 타고 다니는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구경 잘했습니다.
 
몰카, 성범죄 영상, 포르노, 음란물로 만든 제국에서 당신은 황제였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신을 부러워할 듯합니다. 자기는 늘 감시받는데, 양진호 회장님은 아무런 견제 없이 지금까지 질주했으니까요. 회장님의 폭주는 여기까지일 겁니다. 당신을 꼭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습니다. 그게 요즘 제 꿈입니다."

2년 전 한 제보자에게 USB 하나와 서류 뭉치를 받았다는 박 기자는 "오늘 기사는 시작에 불과합니다"며 "당신의 모든 걸 세상에 공개하겠습니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이게 실화인가 싶은, 그 모든 이야기를 말입니다. 각오하십시오"라고 덧붙이면서 후속 보도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뉴스타파> 역시 "내일(10월 31일) 오전 8시 양진호 회장의 또 다른 엽기 행각이 담긴 '공포의 워크숍' 편을 보도할 예정"이라며 후속 보도를 약속했다.
 
<뉴스타파>는 앞서 "양 회장에게 연락, 전직 직원 폭행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도 했다. 반면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위디스크' 운영사인 이지원인터넷서비스(이하 이지원)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근무했던 피해자는 폭행 피해 이후 IT업계를 완전히 떠났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양 회장이 폭행 영상 촬영을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위디스크 관계자는 "회사 임원 중 카메라맨이 있는데 양 회장이 그 카메라맨에게 시켜 폭행 영상을 찍었다. 양 회장은 이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했다"고 밝혔다. 폭행 영상 촬영을 직접 지시하고 그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했던 양 회장. 위디스크를 넘어 그의 IT 업계 내 위세는 과연 어느 정도였던 걸까.

"(양 회장이 피해자 A씨 공개 폭행을) 회사 직원의 관리,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을 수 있다. 일부러 보란 듯이 '너희도 까불면 죽는다' 이런 의도를 갖고, 누구 한 사람 거역할 수 없게 만든 걸로 보인다. 웹하드 사업이란 것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사업이다보니 직원들을 강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불법적인 조직을 느슨하게 관리한다면 '내부 고발자'가 넘쳐날 것 아닌가."
 
<뉴스타파>는 폭행 영상을 접한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원장의 소감을 전했다. 이 원장의 말마따나, 이 보도 이후 그러한 '내부 고발자'가 넘쳐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미 웹하드 업체의 불법영상물로 인해 양산된 피해자들이 부지기수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셜록>과 <뉴스타파>의 후속 보도를 응원한다.
양진호 위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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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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