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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영화제 주관... 영화계 부글부글

<변호인> 배제 지시했던 인사가 왜... 문체부 미온적 처리도 도마에

18.10.25 16:04최종업데이트18.10.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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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지은 사람이 더 활개치고 당당하게 다니는 꼴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자가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제의 책임자가 된 상황에 대해 영화계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외의 문화예술인들 역시 블랙리스트 관련자에 대한 문체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이런 이상하고도 우스운 상황을 초래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13회 런던한국영화제 포스터 ⓒ 런던한국문화원

 
 <변호인> 출품 배제 지시 등 블랙리스트 실행 주도
 
주영한국문화원(용호성 원장)이 개최하는 제13회 런던한국영화제가 오는 11월 1일부터 한 달간 영국 런던 10여 개의 영화관 등 영국 7개 도시에서 열리게 된다. 해외에 한국영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되는 행사로 올해 영화제에서는 인디, 여성, 고전, 예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모습의 한국영화 55편을 소개한다.
 
개막작은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2017), 폐막작은 말레네 최(Malene Choi) 감독의 <회귀>(2018)가 선정됐다. <소공녀> 전고운 감독은 올해 대종상 신인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전 감독은 오는 11월 1일 런던 픽처하우스센트럴(Picturehouse Central)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개막식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폐막작 감독과 주연배우도 14일 폐막식에 참석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들 외에 박기용 감독과 정가영 감독 등의 방문도 예정돼 있다. 영화제가 끝난 후에는 노팅엄, 셰필드, 글래스고, 맨체스터, 벨파스트, 에든버러 등 영국 6개 도시에서 순회상영에 들어간다.
 
주영한국문화원의 용호성 원장은 이번 런던한국영화제에 대해 "기획 단계부터 현지 영화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했고, 주요 상영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영화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영국 영화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중적인 흥행작만이 아니라 여성영화부터 고전영화까지 7가지 부문의 다양한 영화를 폭넓게 소개함으로써 영화를 통해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한국사회 일상 속 다양한 모습을 영국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용호성 런던한국문화원장 ⓒ MBC뉴스

 
하지만 이 영화제가 불편한 시선을 받는 이유는 용호성 주영한국문화원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자라는 점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 조사위)의 발표에 따르면 용호성 원장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 시절, 영화 <변호인>의 파리 한국영화제 출품 배제를 지시했다.
 
또 2015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으로 파견돼 박정희 풍자극을 만든 특정 연출가를 문제 삼아 배제를 지시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당시 문체부의 배제 지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기획운영단장의 주도적 판단으로 블랙리스트 작동이 행해진 특이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런던한국영화제가 현지 한국문화원의 정례적 행사이긴 하지만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계 탄압에 관여했던 인사가 행사 주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모양새가 상당히 안 좋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범죄에 무책임 뻔뻔한 태도로 일관"
 
지난 9월 13일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현재 재외 문화원장으로 해외에서 근무 중인 3명을 외교부와의 협의를 거쳐 조기에 국내로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용호성 원장도 3인에 포함돼 있다.
 
런던에서 활동 중인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전화통화에서 "죄 지은 사람이 활개치는 데, 문체부는 뭉개고 있는 것 같다"며 "여기서는 용 원장이 12월까지 업무를 다하고 가겠다고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소환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원래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인데, 이를 다 채우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주영한국문화원이 정례적으로 여는 영화제지만 블랙리스트가 실행자가 주최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문제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용호성 씨는 자신의 블랙리스트 범죄 행위에 대해 무책임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런던문화원장 직무를 즉각 중지시키고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도 "영화 배제 지시에 관여해 문화다양성을 훼손한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처벌을 받기는커녕 조사도 받지 않은 채 영화제를 주관한다는 것은 한국영화에 대한 모욕"이라며 "문체부의 안일한 태도가 이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일부에서는 "용호성 원장의 직무 배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화계가 런던한국영화제 참석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외교부와 문화원장 소환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최대한 빨리 소환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며, 들어오면 고발에 따른 검찰조사를 받게 되고 이후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늦어도 올해 안에 소환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용호성 런던한국영화제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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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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