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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에 고교생 보내 위문공연? 정말 너무한다

[주장] SBS, 공연전문고교 관련 의혹 제기... 학대행위나 다름 없다

18.10.15 15:28최종업데이트18.10.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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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영된 SBS 8시 뉴스의 한 장면. 서울의 한 유명 공연 전문 고교가 학생들을 부적절한 외부 행사 및 공연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SBS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밖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해 공연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SBS <뉴스8>은 <학교 밖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 공연 전문 고교 감사 착수>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명 아이돌을 여럿 배출한 서울의 한 공연 전문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학교 밖 어른들 행사에 동원해 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들어갔다"라며 "군부대 위문 공연은 물론이고 학교장의 사적 모임에도 동원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2014년 이후 재학생들을 동원해 국내외에서 수십여 차례 공연을 해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행사 중에 술판이 벌어지는 등 미성년자를 참석시켜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자리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장의 사적 모임에까지 학생들을 불러 공연을 벌이는가 하면 공연 사례금에 대한 회계 처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생들의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한 교육적 목적"이었다고 해명하면서, 금전 관련 의혹 등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청소년들이 부적절한 자리에 동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예계 스타 배출의 산실... 매년 높은 입시 경쟁률
 

지난 14일 방영된 SBS 8시 뉴스의 한 장면. 서울의 한 유명 공연 전문 고교가 학생들을 부적절한 외부 행사 및 공연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SBS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만 하더라도 멤버 상당수가 이들 학교를 졸업했거나 현재 재학중일 만큼, 국내의 상당수 공연 전문 고교는 어느덧 연예계 스타 배출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덕분에 케이팝을 사랑하는 해외팬들이 관광차 한국을 방문할 때 해당 학교들을 찾는 등 이젠 외국에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클래식 음악이나 국악, 발레 등을 가르치던 전통적 형태의 예술고교와 다른 실용음악/무용, 연기 등을 다루는 대중 문화 예술 중심의 공연 전문 고등학교들이 부쩍 늘어났다.

편의상 '예고'로 통칭하는 이들 학교는 대개 과거 상업계, 정보계열 고교가 '공연예술계 특수목적고'로 개편되어 지금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일부 학교 중엔 정식 학교가 아닌 '학력인정고'로 개설된 사례도 있다).

서울시내 기준 일반 인문계 고교가 1년 152만 원대의 등록금(2017년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실 배포자료)이 드는데 반해 이들 학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00만 원대의 학비를 내야 한다. 그만큼 학부형 입장에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높은 입시 경쟁률을 기록한다. 이는 그만큼 가수, 배우 등 연예계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술자리 공연이 교육의 일환이라고요?
   

지난 14일 방영된 SBS 8시 뉴스의 한 장면. 서울의 한 유명 공연 전문 고교가 학생들을 부적절한 외부 행사 및 공연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SBS

   
이날 보도 영상에서 외부 행사 공연을 그저 "교육적 목적"이라고 강변하는 학교장의 답변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정말 학생들의 실력 향상이 목적이라면 해당 지역 교육청 혹은 지자체와 손잡고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는 건전한 공연을 마련하는 게 먼저여야 했다.

실용음악과 등 학급 특성상 많은 공연 경험이 학생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행사에나 해당되는 사항이다.  

교복입은 10대 청소년들을 술자리에 불러 노래와 춤을 추라고 시킨다면 이는 이유 불문하고 청소년에 대한 학대 행위다. 그리고 외부 공연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이 발생했다면 이것 또한 학교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 SBS와 인터뷰한 한 여학생은 "선물도 직접 저희가 여학생들이 손에 들고 군부대에 계신 군인한테 드리는 거 사진도 찍게 하고, 남자분들이 조금 아이들 터치라든가…"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말하던 학교장은 한술 더 떠서 "학생들한테 돈을 주는 것은 아동청소년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출연료조차도 학생들에겐 돌아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연 준비 과정에서 각종 경비를 학생들이 각출해서 마련한다는 보도 내용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상식 밖 처사 근절 시켜야... 철저한 감사 및 처벌 필요
   

지난 14일 방영된 SBS 8시 뉴스의 한 장면. 서울의 한 유명 공연 전문 고교가 학생들을 부적절한 외부 행사 및 공연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SBS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공연 전문 고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중요하다. 과거엔 연예인 및 관련 산업에 대해 '딴따라'라고 폄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엔 다르다. 가수나 배우 등 스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제도권 교육 테두리에서 체계적인 학업 과정으로 다루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 학교들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학교들은 예비 스타가 될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적절한 장소에 학생들을 내모는 학교의 처사는 도저히 교육기관의 올바른 자세라고 볼 수 없다. 미래의 훌륭한 가수, 배우가 되려는 학생들의 순수한 꿈을 이런 식으로 악용해서야 되겠는가? 

뒤늦게나마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섰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철저한 진상 조사 후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징계 및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청소년 SBS8시뉴스 공연전문고교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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