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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의 가야금병창단, 슬픔과 역경 건넌 소리의 길

[공연리뷰] <현의 노래>, 올해의 마지막 야외 공연 치러

18.10.12 15:47최종업데이트18.10.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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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병창의 하선영 명인 제자들과 함께 공연하는 하선영 명인 ⓒ 신남영

 
무대에서 관객과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예인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가인이다. 연주자가 악기를 하루라도 놓으면 악기가 먼저 알고 관객들도 알아본다고 한다. 어떤 예술이든 최선의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서 지난한 고행이 있으리라는 것은 익히 짐작되는 일이지 않을까.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루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가야금병창단 <현의 노래>를 창단한 이후 지금까지 현장에서 직접 공연을 이끌어 온 명인 하선영은 바로 그런 예인이라 할 수 있으리라.

지난 10월 9일 광주 예술의 거리 '속삭이는 마당'에서 <현의 노래> 올해의 마지막 야외공연이 막을 올렸다. 본 공연에 앞서 하선영씨의 제자들이 3인 음악회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는데 이들 또한 그들의 선배들이 이런 마당 공연을 통해 성장해 왔듯이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되는 소리와 연주를 들려주었다. 예술이란 이렇게 스승이란 큰 나무 아래서 서로 이끌어주며 각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본다.
 

▲ 하선영 명인과 제자들 배유경, 노아연, 정윤정, 최미나, 김유운, 김지원, 조가완(장구) ⓒ 신남영

 
하선영 명인은 제자들과 함께 '사랑가', '육자배기', '흥타령, 새타령', '동부민요' 등을 차례로 들려주었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과 호흡하면서 생동감 있는 무대를 완성해 보였다. 특히 남도 소리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육자배기'와 '흥타령, 새타령'의 연곡 무대는 일품이었다.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상의 소리를 찾아가는 그녀의 소리길은 고단하겠지만 오히려 그 길이 자신의 슬픔과 역경에서 걸어나오는 연화도량이 될 것이다. 충장축제의 축포소리에도 끝까지 흔들림 없이 앵콜곡 '인연'을 온 마음을 다해 들려준 것처럼.

좋은 공연이란 연주자와 관객들이 서로 상승의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인데 이날 공연 역시 자유로우면서도 격조 있고 깊이 있는 가야금병창의 진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늘 관객과 소통하려는 <현의 노래>는 지난 해에도 창단 10주년 정기연주회로 절정의 공연을 선보였는데 앞으로도 더 좋은 기획으로 가야금병창의 꽃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 <현의 노래> 단원들 감나무가 있는 '속삭이는 마당' (위) 노아연, 김유운, 김지원, 최미나, 배유경, 정윤정 (아래) 안민아, 임도화, 이유리, 조가완(장구) ⓒ 신남영

 
* 출연: 하선영, 배유경, 노아연, 정윤정, 최미나, 김유운, 김지원, 조가완(장구)

* 공연 정보
가야금병창단, <현의 노래> 기획공연
'2018 속삭이는 마당' 
광주 예술의거리
2018.10.09.
  
* 하선영
- 전남대학교 국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음악학 박사
- 국립민속국악원 상임단원 역임
- 전남대학교, 우석대학교 강사
-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
-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 대표
하선영 현의 노래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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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명왕성 소녀>(2023),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논어>(2018),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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