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방탄소년단 격려 "세계에 우리 말글 알려"

서울시 주최로 한글날 서울시청에서 ‘세종대왕 납시오!’ 행사 열려

등록 2018.10.10 16:51수정 2018.10.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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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문화훈장을 받는 우리말 노래꾼 '방탄소년단'을 칭찬했다. 또, 세종대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글이름짓기연구소가 선물한) 한글 이름을 많이 써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 주최로 '세종대왕 납시오' 행사가 열린 9일 오후 서울시민청. 시대를 뛰어넘어 서울시청에 나타난 '세종대왕'이 시민의 질문에 대답하는 소통 대담놀이가 열렸다.


세종대왕 역할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의 이대로 공동대표가 맡고, 사회는 방송인 정재환씨와 시인 강순예씨가 담당했다. 외국말 홍수에 맞서 한글을 좀 더 사랑해 달라는 세종대왕의 당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한글을 잘 지켜 주시오" '세종대왕납시오' 행사가 한글날인 9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 서울시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정부 중앙부처 이름에 '벤처'란 외국말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니 참으로 안타깝도다. 이 모두 영어 조기교육에서 온 폐단인데 거기다가 새 교육부장관이 유치원에서까지 영어 교육을 한다고 하니 더 걱정되노라."

세종대왕은 정부가 우리말 우리글을 살리는 일에 노력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어린이들이 보내온 질문을 귀기울여 경청했다.

"세종대왕님은 언제 태어나셨나요?"

"생일이 언제인가요? 몇 살이세요?"

"세종시에서 태어나셨나요?"


"세종대왕님 이름은 세종이에요?"


쏟아지는 질문에 세종대왕은 웃으며 답변했다.

"1397년 경복궁 옆 세종마을 준수방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따지면 육백 스물 두 살(622살)인가, 그렇습니다. 천 살이 되지 않았으니 아직 젊지 않습니까? 세종대왕을 알고, 내 이름은 모르는 어린이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내 이름은 '이도'입니다."
 

"방탄소년단 자랑스럽다" '세종대왕납시오' 행사가 9일 한글날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 서울시

 
세종대왕은 "요즘 줄임말, 은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어린이의 질문에 "너무 지나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니 이상한 말을 많이 쓰더군요. 말은 서로 알아들을 수 있을 때 그 기능과 가치가 사는데 줄임말과 은어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그 말의 기능을 다 못하게 됩니다. 지나치면 좋지 않아요."

세종대왕은 이어서 어린이들보다도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어른들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훈련 차원에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친구들끼리 쓴다면, 줄임말과 은어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요즘 정부기관까지 영어와 한자를 마구 섞어쓴 펼침막을 거리에 내걸던데 이건 매우 잘못된 겁니다. 우리 겨레의 말글살이를 뒤흔들고 짓밟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 순간, 영어를 뒤섞은 행정안전부의 알림글이 버스 광고문을 배경으로 나타났다.
  

"세종대왕 납시오!" '세종대왕 납시오!'가 9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 서울시

 
"세종대왕님, 노래방에 가시면 무슨 노래를 부르실 건가요?"
 

강원도 강릉시 율곡초등학교 노현정 어린이의 질문이 나왔다.

"우리 말글을 어지럽히고 온통 영어를 앞세워 쓰는 방송사들, 공공기관을 생각해 보면, 가수 남진 씨가 부르는 '가슴 아프게'와 이남이 씨의 '울고 싶어라'가 생각납니다.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노래입니다."

세종대왕은 "지난해보다 영어 간판이 더 늘어나고 일부 방송국 이름은 영문으로만 된 것을 보니 서글프다"고 지적했다. 화면의 왼쪽엔 한글을 위에 쓴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간판이 나타났다. 오른쪽엔 영어가 판치는 서울 명동 간판이 등장했다.

"조선족 동포들은 중국에 살면서도 우리 말글을 아주 끔찍하게 사랑합니다. 참 잘하는 일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연변 동포들에게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세종대왕은 "이번에 서울에 와보니 서글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글로 이름을 짓는 운동에 격려를 했다. 무료로 한글이름을 상담해 주는 한글이름짓기연구소에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밝은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새벽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트인별'이란 한글이름을 선사한 바 있다.
  

"세종대왕 납시오!" '세종대왕 납시오' 행사 안내 벽보. ⓒ 서울시

 
"내가 한글을 만들었지만 그땐 한글로 이름을 짓고 쓸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자는 운동을 하는 이들이 있고, 미국과 한국, 북한 정상들에게도 한글이름을 선물하니 기쁘고 흐뭇합니다. 나도 하늘에서 밀어줄 터이니 부디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세종대왕은 이어 우리말 노래꾼 '방탄소년단'을 격려했다.

"요즘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젊은 가수들, 방탄소년단이 참으로 대견스럽습니다. 한글 가사로 노래를 불러 전세계에 우리 말글을 알리고 있어 기쁩니다. 참으로 기특합니다."

'세종대왕 납시오' 행사는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단체장들과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시민축제로 진행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한국지역산업문화협회, 세종대왕납시오! 운영위윈회가 주관했다. 이날 세계어린이한글손글씨대회와 세종음악회도 열렸다.
 

"세종대왕과 어린이들" '세종대왕 납시오!' 행사를 참관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 ⓒ 서울시

 

 
덧붙이는 글 인터뷰365에도 송고 예정입니다.
#세종대왕 #한글날 #언어순화 #우리말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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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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