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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의 당부, 왜 영화 다시 보라 했을까

[현장]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기자회견

18.10.07 12:07최종업데이트18.10.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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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 스카이홀에서 진행된 영화 <안녕, 티라노 : 영원히 함께> 기자회견. (왼쪽부터)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 시즈노 코분 감독, 에구치 마리스케 작화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6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 스카이홀에서 한중일 3국 합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작품을 연출한 시즈노 코분 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 에구치 마리스케 작화감독,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가 함께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5일, 야외 상영으로 첫 상영을 진행한 이번 작품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는 일본 동화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티라노사우루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지상낙원을 찾아 나선 덩치는 크지만 상처를 간직한 공룡 티라노와 부모를 잃은 아기 공룡 푸논의 모험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우정을 쌓아가는 두 공룡의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수 많은 취재진과 팬들. 그 속에서 진행된 영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기자회견 내용을 요약해 전한다.

- 5일 오픈 시네마에서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님은 인사말로 이번 작품의 경우 작화만 받고 음악 작업을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새로운 도전이나 시도, 긍정적인 자극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작업은 어땠는지 또 야외 상영을 통해 처음으로 그 결과물을 확인했는데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 "5일 상영에서 색이 입혀지고 대사가 들어가고,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완성된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음악을 만들 때 선이 움직이는 것만 보고 대사도 없는 상황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이 애니메이션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 모든 것을 상상하며 작업해야 했기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작품이기 때문에 어린이를 포함해서 어린이의 부모들까지 굉장히 폭넓은 세대들이 이 작품을 접하게 된다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들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저로서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기자회견에서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한국과 일본과 중국 3국이 공동제작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국가의 협력이 상당히 매력 있다고 생각했고 참가할 의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나서는 여기 있는 강상욱 프로듀서의 열정이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특별히 찾아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영화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면 애니메이션이건 실사 작품이건 가리지 않고 보고 있는 편이고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시즈노 코분 감독 "사카모토 감독님께 음악을 부탁 드려볼까 한다는 말씀을 테즈카 프로덕션으로부터 먼저 들었습니다. 테즈카 프로덕션이 이제까지 사카모토 감독님과 연이 있어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사실 감독님께서 애니메이션 작품을 맡으시는 걸 본 적도 없고, 일본 작품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아서 안 해주시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계시는 강정식 프로듀서님께서 정식으로 사카모토 감독님께 제안을 하실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분이 진지하게 작품을 만들며 영상뿐만이 아니라 음악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이 작품이 한중일 공동 제작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느낀다는 말은, 예술이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장래에 이런 작업들을 통해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지, 이 세상에 예술을 통해 어떤 것들을 남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 "저는 사실 제 음악이나 제가 하는 행동을 통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려고는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제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어떤 일에 국경 같은 것을 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가 하는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지 제가 하는 행동과 저의 실천을 남이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흥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영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기자회견에서 시즈노 코분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 안에서 주인공들이 결핍이나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데 서로를 이해하면서 모험을 떠나는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사회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감독님께서 연출하실 때 어떤 의미를 담고자 노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즈노 코분 감독 "이번 작품의 내용에는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싸움이 자주 나옵니다. 종족간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애정과 같은 것들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분쟁과 다툼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우리들도 머물러 있지 말고 이 영화 속 프논과 티라노처럼 스스로 무언가 행동함으로써 그런 문제들을 잘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많은 분들이 어떤 차이나 문제점을 무시하지 말고 직접 행동함으로써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최근에 참여하시는 작품들을 보면 웅장하고 비장한 음악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선택하는 작품의 분위기 때문이겠지만, 이번 애니메이션 음악을 편성하실 때 과거와 차별을 두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 "연출이나 작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음악 작업도 개인이 하는 것이기에 개인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싶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다 많은 관객층이 작품을 접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제게는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가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 심각한 실사 영화의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번과 같은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느낍니다. 지금까지는 꽤 오랫동안 이러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피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피하지 못하고 그 높은 허들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작화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구치 마리스케 작화감독 "저도 조금 전 사카모토 선생님이 하신 말씀과 거의 같은 생각입니다. 이번 작품을 함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대사를 쓸 때도 닭살이 돋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사들도 아무렇지 않게 써넣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작업 다음 날 스스로 다시 생각할 때 너무나 낯뜨거운 경험을 한 날들이 많았는데, 그런 작업들을 잘해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고, 일본의 경우에는 성숙도가 상당히 높고, 중국은 국가 정책적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3개국이 어떤 형태로 결합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궁금합니다.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 "간단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재미도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작품을 원했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의 시스템만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작자나 스텝에게는 각자의 국적이 있지만, 영화가 전파될 때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었던 것 같습니다."

- 중국은 어떤 식으로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 "중국 쪽은 일단 자본의 참여가 있었고, 이야기 자체가 너무 한 쪽 나라의 로컬에 치우치지 않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개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다듬고 고치는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또한, 일본이 아무래도 2D 시장이 크다고 할지라도 일본에서 다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배경이라던가 채색이라던가 원화와 같은 지점의 상당 부분을 중국 쪽에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두 가지는 작화와 음악입니다. 그런데 어제 태풍의 영향으로 야외에서 열린 첫 상영 환경이 너무 좋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오는 9일 부산국제영화제의 하늘연 극장에서 상영되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상영을 다시 한 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 "그때는 음악도 조금 더 잘 들릴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 안녕티라노 부산국제영화제 류이치사카모토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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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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