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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취소된 행사 되살린 호소다 마모루... 관객들 환호

[BIFF 현장] <미래의 미라이> 들고 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철학

18.10.06 16:16최종업데이트18.10.0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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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태풍으로 취소된 행사장에 나타나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애초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6일 오후 12시경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오후 일부 행사가 취소됐다고 알렸다. 거기엔 오후 1시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호소다 마모루의 '아주담담' 행사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행사장에선 30분 전부터 무대가 정리되고 마이크가 올라갔다. 이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1시가 되자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괴물의 아이> 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그였기에 현장에 모인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렇게 태풍이 부는데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인사를 건넸다. 애니메이션 쇼케이스 부문에 그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가 초청돼 한국을 찾은 그는 태풍이 불고 있음에도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는 후문이다. <미래의 미라이>는 4살의 개구쟁이 아이가 미래에 살고있는 누나를 만나 함께 엄마와 증조할아버지가 살던 시대로 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어른도 성장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전작에서도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타임리프, 즉 시공간을 거스르는 설정이 눈에 띈다. 이런 판타지적 설정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존재와 비존재, 현실과 비현실의 대비가 작품 속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해줄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며 "이런 상반되는 것들의 우리가 평소에 알지 못했거나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니메이션이 특정 장르가 아닌 모두를 위한 영역이라고 본다"며 평소 자신이 품고 있던 작품론을 소개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자체를 즐기는 분도 계시지만 전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고자 한다.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시겠지만 전 성인의 이야기, 그러니까 중년과 장년의 인생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좀 더 확장하고 싶다. 

<늑대 아이>나 <괴물의 아이> 그리고 이번 작품도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아이의 성장만 아닌 어른 성장에도 관심이 크다. 인간이 어떤 계기로 변하는지 관심이 많다. 인간은 어떤 것을 굉장히 좋아하다가도 특정 계기로 관심이 식기도 한다. 그런 변화에 관심이 있다. 아이뿐만 아닌 모든 사람이 성장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실사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 <썸머 워즈>(2009) 경우 일본 영화계 거장 이타미 주조 감독의 데뷔작 <장례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썸머 워즈>가 벌써 10년 전 작품이 됐다"며 "그 작품을 만들 때 인터넷 공간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젊은이들만의 것으로 알고 있는 인터넷과 상반된 친구 개념이나 가족 개념을 넣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괴물의 아이> 작업 무렵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고, 해당 작품에 감독 자신의 깊은 고민을 담았다고 고백했다. <괴물의 아이>는 길거리를 배회하던 9살 소년이 우연히 마주친 괴물을 만나 괴물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서툰 아빠이자 스승인 쿠마테츠를 만나며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괴물의 아이>를 구상할 무렵에 제 아이가 태어났다. 어떤 아버지가 돼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쿠마테츠를 통해 제 고민을 잘 담아서 표현하고 싶었다. 쿠마테츠도 작품 속에서 좋은 아버지가 됐는데 그렇다면 여기 오신 여러분은 더욱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건 스토리로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장면을 함께 보셔야지 시나리오만 읽어서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전 그림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걸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왜 꽃이 있고, 구름을 저렇게 그렸는지 혹은 왜 저 사람은 웃는 듯 우는 건지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의미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 영화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호소다 마모루 콩레이 부산국제영화제 BIFF 미래의 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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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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