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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역전패' 수원 삼성, 권순태 반칙 판정도 억울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 가시마 앤틀러스에 2-3 역전패

18.10.04 10:19최종업데이트18.10.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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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수원 삼성은 실력이 부족했고,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수원은 3일 오후 7시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에 위치한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 1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와 맞대결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수원은 경기 시작 10분이 채 흐르기도 전에 2골을 앞서갔지만, 급격한 체력 저하와 집중력 부족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출발은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염기훈의 코너킥 크로스가 문전 혼전을 야기했고, 가시마 수비수 우치다 아쓰토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수원은 6분 뒤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주포' 데얀이 박스 안쪽으로 치고 들어간 뒤 절묘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터진 멋진 득점이었다.
 
수원은 승리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당황한 가시마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경기 전 "수원이 리그에서 부진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ACL은 완전히 다른 대회다. 우리는 ACL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수요일 경기에 모든 것을 쏟을 예정이다"란 데얀의 말은 '진짜'였다.
  

▲ 돌파하는 데얀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수원 데얀이 돌파를 하고 있다. 2018.9.19 ⓒ 연합뉴스

 
수원은 전반 21분 장호익의 자책골로 1골을 따라 잡혔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엘비스 사리치를 중심으로 한 중원이 상대에 밀리지 않았고, 데얀과 염기훈 등 전방에 포진한 선수들의 움직임도 경쾌했다. 수원은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을 앞선 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권순태의 추태가 옐로카드로 끝?
 
전반 43분, 수원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염기훈이 장호익의 크로스를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했다.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가 실점은 막았지만,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는 못했다. 문전 혼전 상황이 야기됐고, 임상협이 재빨리 달려들어 재차 슈팅을 노렸다.
 
이 과정에서 공을 골대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임상협과 실점을 막기 위해 공을 멀리 보내려는 권순태의 팔이 뒤엉켰다. 권순태는 실점을 막았지만, 급격히 흥분했다. 임상협의 허벅지를 강하게 걷어차더니 박치기까지 시도했다.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후의 행동은 더 당황스러웠다. 권순태는 강하게 소리치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권순태의 이해하기 어려운 과격한 행동을 가시마의 일본인 동료들이 말릴 정도였다. 권순태가 전북 현대 레전드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신이란 점은 실망감을 더했다.
 
더 큰 문제는 주심의 판정이었다. 권순태의 행위는 '퇴장'이 당연해 보였고 추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만큼 비상식적이었다. 그런데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대를 걷어찬 것으로 모자라 박치기까지 하고, 반성은커녕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 남았다. 수원 입장에선 황당하고 억울한 판정이 분명했다.
 
실력에서도 밀린 수원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의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맨 왼쪽)가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수원은 수적 우위를 점할 기회를 허무하게 잃은 탓인지, 후반전의 모습은 전반과 사뭇 달랐다. 초반에는 전반전과 비슷한 활동량과 압박의 강도를 유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냈다. 이병근 감독 대행이 2-1로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한 탓인지, 소극적인 운영도 보였다.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수원이 스스로 물러서면서, 가시마가 분위기를 장악했다. 가시마는 끊임없는 공격을 퍼부었고, 수원은 막는 데 급급했다. 수원의 체력과 집중력 저하가 도드라지면서, 위험 장면도 늘었다. 특히, 전반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던 측면 수비는 더욱 헐거워진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권순태의 행동만큼이나, 1차전의 결말도 충격적이었다. 수원은 경기 종료 6분여를 남기고 연달아 2골을 헌납하며 고개를 숙였다. 후반 39분, 다이고 니시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막지 못한 것이 세르징요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우왕좌왕하는 허술한 세트피스 수비로 우치다에게 통한의 역전골까지 내줬다.
 
참으로 아쉬운 결과다. 수원은 후반전 들어 뒤로 물러서 지키는 선택을 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원의 수비는 물러설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허허벌판'이란 표현이 떠오를 만큼, 너무나도 허술했다. 가시마는 변함없이 측면만을 공략했지만, 수원은 대응하지 못했다.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 한 번에 와르르 무너졌고, 상대의 개인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올라선 상대의 뒷공간을 역으로 공략하는 수가 필요했지만, 위협적인 역습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데얀과 염기훈 등 전방에 포진한 노장 선수들의 체력이 빠르게 떨어졌고, 위력과 존재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수원은 오는 24일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시마와 ACL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원정에서 2골이나 터뜨린 만큼, 1-0 혹은 2-1로 이겨도 결승 진출이 가능하다.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친 것은 분명 아쉽지만, 빠르게 팀을 정비해 다음 맞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 수원은 지난 8월 경남 FC전 이후 6경기째 리그 승리가 없다. 지난달 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부터는 4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드러난 수비도 문제지만, 공격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공수 양면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수원은 운이 따르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실력에서도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만이 16년 만의 결승 진출을 일궈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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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VS가시마 앤틀러스 권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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