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 굴뚝 위로 간 차례음식, 추석이라 더 짠한 사진들

리비아 바다 위, 부산진역 앞... 지금 그들 옆엔 가족이 없습니다

등록 2018.09.24 15:43수정 2018.09.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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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아래 사진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바로 그러합니다. 지금, 그들 곁에는 가족이 없습니다.

지금도 서해 바다를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독도를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지금, 머나 먼 다른 나라 바다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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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 대원들이 추석인 24일 3008함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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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4일 대한민국 동쪽 끝 독도에서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원들이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고 있다. (독도경비대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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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피랍국민 석방지원 및 상선보호, 연합해군훈련 등을 수행 중인 청해부대 장병들이 추석인 24일 왕건함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연합뉴스


  
분명, 누군가의 아들일 겁니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도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절하는 모습에서 왠지 '가족'이 느껴집니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고, 그들이 무탈하길 바라고,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그 마음이 사진 바깥으로도 전해지는 듯합니다.

이 어르신의 뒷모습 또한 울림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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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실향민 김경규(90)씨가 임진강 북녘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무단 접근 시 적 또는 불순분자로 오인되어 사격을 받을 수 있다"고 쓰인 경고 표지판 앞입니다. 하필 그 곳에서 올해 90세 할아버지는 북녘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반복했을까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항상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듯 합니다.

그래서 다음 사진도 오늘따라 더 짠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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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4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진역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 연합뉴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깊이 갈무리한 사람들의 행렬로 보여서입니다. 오늘(24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진역 앞모습이라고 합니다. 무료 급식소 앞 긴 줄,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고 있을 그들의 모습에서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누군가 손에 들고 있는 쇼핑 백 위로 비죽 솟아 있는 생수병 뚜껑을 보니 더욱 그러합니다. 오늘 같은 날이라, 그 밥이 더욱더 헛헛하게 씹힐 것 같기도 합니다.


이들에게도 또한 그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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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4일 오전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지난해 11월부터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온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조원들(사진 위)이 추석을 맞아 찾아온 동료들(사진 아래)의 응원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로 317일째라고 합니다. 결국, 굴뚝 위에서 추석을 맞고야 말았습니다. 그게 마음에 걸린 동료들이 현장을 찾아와 굴뚝 아래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죠. 한 사람은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 전 지회장,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박준호 노조 지회 사무장.

두 사람에게 동료들은 갖고 온 차례 음식을 75m 굴뚝 위로 올려보냈다고 합니다. 그 음식을 목으로 넘기면서 두 사람은 이런 다짐을 했을지 모릅니다. '이번 설에는 꼭...', 또 한편으로는 '이번 설에도?'란 물음도 함께 떠올랐을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그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꽤 많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편의점에서, 또 누군가는 지금 지하철에서, 추석을 보내고 있겠지요. 만나고 싶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꾹 삼키고 있는 이들은 이 사진들 바깥에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모쪼록, 내년 추석에는 올해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 하길.
#추석 #고공농성 #파인텍 #청해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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