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와 슬레이트 지붕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4]

등록 2018.09.27 07:45수정 2018.09.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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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8일부터 4월 15일까지 서울 덕수초등학교는 임시방학을 했습니다. 겨울방학 중 진행한 석면 해체 공사 이후에도 석면잔재물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2018년 4월2일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의 개학식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학교보다 한달 늦게 개학을 한 것은 일부 교실에서 석면이 검출돼 임시휴교에 들어갔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12월에 발표된 환경부의 슬레이트 건축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40만채의 슬레이트 건축물이 있다고 합니다. (슬레이트 건축물 실태조사)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설치된 건축물이 160만 동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건물의 18%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160만 동 중 농어촌 지방에 120만 동 정도가 몰려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은 석면 지붕 비율이 1% 미만인데 반해 전남, 경남, 경북 등 농어촌 지역은 석면 지붕 비율이 15%를 넘었다." (프레시안 2013.10.25. 기사 중에서)

"정부는 석면 지붕 철거 계획을 세웠는데 10년에 20만 동 씩 철거한다고 한다.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은 2070년." (프레시안 2013.10.25. 기사 중에서)

2018년 5월 17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최근의 라돈침대 사건과 관련해 "'준국가재난 사태'로 보고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2018년 9월 18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에넥스 매트리스 및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을 초과하여 해당 업체에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1급 발암물질을 대하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느껴지나요?

2000년 겨울. 단양으로 귀농한 제가 살고 있는 집은 나지막한 동산을 끼고 있는 집입니다. 앞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10년이 넘는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이고, 옆집과 뒷집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함석을 얹은 집입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에 포위되어 살고 있는 셈입니다.
 

마을 충북단양군어상천면석교리 ⓒ 다음지도

 
위 항공사진에 나오는 주택과 창고 등 건축물은 대략 60채 정도입니다. 그중 15채를 제외한 건축물이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거나 슬레이트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함석을 얹은 건축물입니다. 마을 건축물의 70% 이상이 슬레이트 지붕인 것입니다.

사진 속 마을은 박근혜 정부 때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인 새뜰마을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저와 마을 사람 모두 슬레이트 지붕 철거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갑자기 사업 대상지에서 탈락되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탈락 이유는 사진 속 마을 모습이 알록달록 멋있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읍내의 아파트나 도시에서 살고 있는 공무원들과 교수들 눈에는 길가 담벼락에 부서진 채로 방치된 슬레이트 조각이나 허물어지기 직전의 슬레이트 지붕들조차 농촌의 정겨운 풍경으로 느껴지는가 봅니다.
 

슬레이트 방치 ⓒ 정화려

 

붕괴 직전의 슬레이트 지붕 ⓒ 정화려

  
예산을 핑계로 2070년까지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마치겠다는 환경부의 대책은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환경부가 의지만 있다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슬레이트 지붕과 양립할 수 없는 농촌 체험, 농촌 어매니티, 귀농·귀촌 등 농촌 마을의 청정한 환경을 전제로 한 모든 정책과 사업들에 대한 예산을 동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재지주와 업자들만 배불리고 산림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파괴하는 현재의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140만 채가 넘는 슬레이트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빠른 시간 내에 제거하기 위해서는 예산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정부의 의지가 우선입니다.

아이를 발암물질에 노출 시켰다는 죄책감에 울면서 방송 인터뷰를 하는 젊은 아이엄마와 슬레이트 지붕을 한 마을창고 앞 공터에서 세 살배기 아이와 웃으며 놀고 있는 베트남 새댁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농민이 건강하지 않으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석면 #슬레이트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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