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노원역 사거리에 마이크가 등장한 까닭

21일 '양승태 구속수사 촉구 자유발언대'가 등장했다

등록 2018.09.22 20:28수정 2018.09.22 21:24
0
원고료로 응원
"월계동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노원구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 14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자유발언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강여울

  
지난 21일 저녁, 퇴근 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7호선 노원역 사거리에 마이크가 등장했다. 그리고 한 명씩 마이크 앞에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들이 마이크를 잡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와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거래가 속속히 드러났던 지난 몇 개월. 충격적이게도 청와대 국정운영에 협조한 사례 문건에는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한 판결이 나왔던 재판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피해자 소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 'KTX 승무원 해고무효소송'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소송'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국민들은 분노했고 양승태 구속과 사법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원역 사거리에서 주민들이 용기를 내 마이크를 잡은 것도 이때문이었다.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주민 ⓒ 강여울

   
"수많은 재판들이 거래되었습니다. 법만은 그래선 안 됐습니다. 최순실이 비선실세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와중에 그리고 이재용이 부를 위해서 뇌물을 줬더라도 법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는데…아니었습니다. 이 재판거래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겼습니다." -월계동 주민, 류지연씨

"저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웬만한 범죄자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수사를 받는데 법원에 계신 분들은 안그러더라고요. 제 식구 감싸기 이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케이블 설치기사, 이세윤씨

양승태 사법농단에 분노한 노원구 주민들은 양승태 구속과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1000인 선언운동을 진행하였다. 노원구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하여 선언운동에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속속히 증거가 나오고 있지만 '어떻게 법관이 재판에 개입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하는 양승태의 모습. 91%에 달하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중요한 증거를 인멸한 유해용에 대한 첫 구속영장 기각까지. 시민들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갔다.

선언운동에 동참하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 
  

'양승태 구속! 사법적폐 청산! 을 요구하는 1천인 선언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주민들 ⓒ 강여울

    
"10년을 망쳤어, 10년을. 생각만 하면 아주 이가 갈려!"
"구속!"
 

행동에 참가한 주민들이 자유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 강여울

 

시민재판관 인스타그램 '법스타그램' 인증샷을 찍고 있는 주민 ⓒ 강여울

  
주민들의 자유발언을 듣고 선언운동 서명에 동참하던 주민들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사법농단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하고 나눌 공간이 생기니 좋다는 주민들.


그리고 당사자의 이야기

여러 주민들의 자유발언 중 특별한 발언이 있었다.
 

전교조 중등북부지회 조성신 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강여울

 
"전교조 내에 해직된 조합원이 9명 있었어요. 노동자가 아니다 교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법적공방이 벌어지게 됩니다. 법외노조를 취소하라는 소송과 법외노조 취소를 인용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하였습니다. 이 소송 중에 세 번을 저희가 이기고 세 번을 저희가 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벌어지게 됩니다." -전교조 중등북부지회 조성신 지회장
 
재판거래의 당사자인 전교조 중등북부지회장도 마이크 앞에 섰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취소, 해고자 원상복직, 노동3권 쟁취의 요구를 담아 철야농성을 100일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못한다면 다시 촛불이 회초리를 들어야죠!"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주민 ⓒ 강여울


   
"참 답답합니다. 압수수색 영장도 구속영장도 연일 기각되고 있다는 뉴스기사만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들 법대 나온 사람들 아니라 법학 지식, 법학 용어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습니다. 뉴스를 듣다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사법부가 그들을 심판하지 못하겠다면 지금의 정치가 그들을 심판하지 못하겠다면 다시 촛불이 회초리 들어야죠. 저는 그런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월계동 주민, 최나영씨
 
1시간동안 9명의 주민들이 자신의 언어로 사법농단에 분노한 이유들을 이야기했다.

각자의 분노의 시작은 달랐지만 이 사법농단을 뿌리 뽑고 주범인 양승태를 구속해야한다는 마음은 다 같았다.

그리고 제안했다.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서명에 참여하는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도 해보자고, 우리의 분노를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더 목소리 내자고. 2년 전 촛불을 들었을 때처럼 우리가 나서야 할 수 있다고. 이번 시민행동에 참여한 주민들은 추석 이후 더 많은 주민들과 함께 분노의 목소리를 내자고 다음을 약속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양승태구속 #사법적폐청산 #노원시민행동 #노원구민자유발언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