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구교육청, 26일 싱가포르서 'IB 한글화' 최종협상

IB의 국내 공교육 도입 위한 선결조치… 성사 땐 타시도 교육청 확산 전망

등록 2018.09.22 19:35수정 2018.09.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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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아래 IB)의 한글화 여부가 빠르면 26일 최종 확정된다.

IB 교육과정의 공교육 도입을 선언한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은 26일 낮 11시(한국시각) 싱가포르에 있는 IB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IB 한글화' 등의 안건을 놓고 IB 본부 회장단과 협상을 벌인다. 두 교육청은 지난 3월 26일 첫 협상 이후 6개월간 'IB 한글화' 협상을 위한 사전 조율작업을 진행해 왔다.

IB를 국내 공교육에 도입하려면 일본처럼 IB 프로그램을 자국어로 번역하는 일이 선결과제다.
  

지난 3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IB 심포지움에서 제주도교육청 및 충남교육청과 IB 본부가 IB의 한국 공교육 도입을 놓고 처음으로 협상하는 장면. ⓒ 제주도교육청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이석문 교육감 등 6명, 대구시교육청에서는 강은희 교육감 등 4명이 참석한다. IBO 회장단에서는 시바 쿠마리 IBO 회장(Dr.Siva Kumari, Director General Of IBO), 아시시 트리베디 싱가폴 IB 아태지역 본부 IB 월드스쿨 책임자(Mr.Ashish Trivedi, Head of IB World Schools) 등을 비롯한 회장단과 실무팀이 참석한다.

'IB 한글화'란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에 맞춰 대학입시를 엄정하게 한글로 치르고 채점할 수 있는 생태계 시스템 구축을 말한다. 이날 협상에서 'IB 한글화'가 확정되면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 이외의 나머지 시도 교육청에서도 IB를 공교육 시범학교로 운영하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IB 본부는 두 교육청을 통해 한국의 주요 10여 개 대학에서 IB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을 기존 대입전형 속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이미 타진한 바 있다.
 
[IB란 무엇인가] 146개국서 채택한 국제공인 논술형 교육과정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이다. 전 세계 146개국에서 채택하고 75개국 2,000여 개 대학이 인정하는 국제적인 프로그램이다. 주입식 교육 대신 토론과 논술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며 '전인교육'을 교육이념으로 하고 있다. 초등교육 프로그램(PYP), 중학교육 프로그램(MYP), 고등부 프로그램(DP)을 거쳐 '탐구하는 인간', '지식이 있는 인간', '생각할 수 있는 인간' 등의 10가지 학습자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교육청, 제주도교육청, 충남도교육청은 IB를 국내 공교육에 도입할 수 있는 교육정책 방안을 연구해 왔다. 그 실행방안으로 IB를 국내 공교육의 일부 학교에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다. 그 뒤 10년 계획으로 한국형 바칼로레아(가칭 KB)를 만들어 수능과 내신을 선진화하자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를 설립할 때 벤츠 승용차를 몇 대 들여와서 해체 분석해 봤듯이, 수능과 내신을 선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만들려면 해체 분석해볼 '본보기 교육과정'이 필요한데 국내 교육청들은 IB를 참고하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IB를 공교육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IB 학교 인증과정은 교원연수 등을 포함하여 2~3년이 걸리는데, 2018년 8월 현재 84개교(초등 28, 중학 17, 고교 39;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있는 경우 한 학교로 세면 59개교)가 IB 학교로 인증을 완료했고, 140여 개교가 인증 대기 중이다. 인증 대기 중인 학교도 이미 IB 교육체제로 바뀐 수업을 하고 있다.
 


 

IB 교사 연수 격려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IB 교육과정연구 세미나에 참석한 교사들을 격려하는 장면. ⓒ 신향식

  
서울시교육청, 제주도교육청, 대구시교육청, 충남도교육청의 'IB 교육과정 공교육 도입방안' 연구책임자인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가 한글화되어 공교육에 시범도입된다는 것은, 시범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이 정해진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구현하면서 이런 교육방식으로 대학입시까지 치른다는 점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는 개별 교사나 학교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해도 대학입시에 막혀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IB는 대입 시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소장은 "IB 한글화의 가장 큰 의의는, 집어넣는 교육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꺼내는 교육을 구현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교육의 구도를 전환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IB 도입을 검토 및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바칼로레아의 한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본다.

▲IB 한글화 의미=IB 초등학교 및 중학교 프로그램은 교육과정이 아니라 틀(프레임워크)이므로 각국의 교육과정을 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어느 언어로든 적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고등학교 프로그램(IBDP)은 대입 시험이 있기 때문에 교과과정이 정해져 있고 대학입시를 치르는 언어가 제한돼 있다. 현재 IB 대입시험이 가능한 공식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다.

▲일본은 어떻게 했나=외국어로서 대입시험이 가능하며 IB 디플로마를 수여할 수 있는 최초의 언어는 일본어다. 중국어, 아랍어, 독일어로도 교사용 지도안이 일부 번역돼 있기는 하지만 'IB 디플로마' 수여가 가능한 언어는 아니다. 일본은 IB 본부와 제휴를 맺고 2013년에 'IB 일본어화'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IB 과목은 매우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전과목을 다 번역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본도 초기에 몇 과목으로 시작했고 점차 일본어로 시험을 치르고 채점 가능한 과목을 확대하는 중이다.
  

IB 수업 장면 공교육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수업 장면. ⓒ 신향식

 
▲IB 한글화 범위='한국어판 IB를 운영한다', 혹은 'IB를 한글화한다'의 의미는, 초등학교(PYP)-중학교(MYP) 프로그램의 교사용 안내서를 번역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고등학교 프로그램에서 대입 시험을 한국어로 치르고 채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의미한다. IB 고등학교 프로그램을 한글화한다는 일은, ①교사용 안내서와 평가기준 등 각종 지침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②대학입학 시험문제를 한글로 번역하고 ③대입시험의 답안과 내신과제를 한글로 제출할 수 있게 하고 ④한글 답안 채점이 가능하도록 채점관을 양성하고 ⑤한국어로 교원연수를 진행하는 일을 포함한다.

▲IB 교원연수=교원연수는 처음에는 통역을 활용할 수 있다. 연수를 받은 국내 교사들 중 연수 강사로 활약할 수 있는 인력이 배출되면 궁극적으로 한국어로 교원연수가 가능하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프로그램은 대학입시와 같은 표준화된 시험이 없기 때문에 교사 지침서를 번역하고 한국어로 교원연수를 받을 수 있으면 된다. 경북대 사범대를 비롯한 국내의 몇몇 국립대 사범대에서 IB 교원연수 과정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

▲IB 채점관 양성=채점관은 보통 현직 교사들 중에서 선발하여 훈련을 거쳐 활동한다. 한글화 초기에 국내에 IB 현직 교사가 없기 때문에, 사범대 교과교육전공 교수 중에서 영어로 된 채점기준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으면서 교사경력이 있는 인력이 맡으면 된다. 현재 경북대 사범대에서 채점관 양성 계획을 마련 중이다.

▲향후 교과서 선택=교과서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번역할 필요가 없다. 일본도 국정, 검인정 교과서를 그대로 다 사용한다. 다만 하나의 교과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교재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시험이 한 교과서를 얼마나 잘 외웠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교과에서 IB 평가기준이 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기를 수만 있다면 다양한 교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IB 한글화 의의=IB는 영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핵심이다. IB 교원연수에서는 깊이 있는 사고력은 모국어로 배울 때 가장 잘 기를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리하여 IB 프로그램 중 모국어 과목과 외국어 과목이 있는데, IB 본부에서는 비영어권 학생들에게는 영어를 모국어 과목(그룹 1)이 아닌 외국어 과목(그룹 2)으로 수강하고 모국어를 그룹 1로 선택할 것을 권한다.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해서는 언어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모국어로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IB 프로그램은 모두 영어판으로만 운영되어서 영어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대다수의 공교육 제도권에는 제한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토 안에 12개의 IB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교육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경기외고에는 IB반과 수능반이 병존하여 운영되고 있었음에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 한글화의 더 큰 의의는, 이것이 시범도입되지 않는 다른 일반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면서 "IB 시범학교에서 '한글 IB'로 수업하기 시작하면, 일반학교 교사들은 새로운 종류의 평가, 수업, 교수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범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학생과 학부모들도 같은 공립학교를 다니는 옆집 아이가 다른 종류의 숙제를 하고 다른 종류의 시험을 보는데도 국내 대학에 잘 입학할 수 있다는 사례를 지켜보면 수능과 같은 객관식 상대평가만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바칼로레아 #IB #제주교육청 #대구교육청 #IB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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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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