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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도 하는데... 왜 이런 프레임은 변하지도 않나

[리뷰] 영화 <디트로이트>와 <공작>의 공통점, 시대는 바뀌었지만

18.09.18 17:38최종업데이트18.09.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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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트로이트>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이 영화는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얼마나 바뀌지 않았는지 질문을 던질 기회였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과 제작진이 밝힌 <디트로이트>의 제작 의도는 사회의 변화가 지닌 속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학기술의 진보로 세상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지만 이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상은 더디게 바뀌어간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었던 디트로이트 폭동을 다루고 있다. 1967년 흑백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폭동은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이런 폭동의 현장에서 의문의 총성이 들리고 경찰들은 알제 모텔에 묵고 있던 흑인 청년들과 백인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조사한다. 백인 경찰 필립은 흑인 청년을 죽인 건 물론 폭력적인 조사 방법으로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어 관객으로 하여금 폐쇄공포증을 유발한다. 무죄를 주장해도 가해지는 끊임없는 폭력 앞에서 탈출할 수 없는 답답함이 유발된다. 이런 답답한 장면의 의도는 시대가 지나도 바뀌지 않는 프레임에 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한 인종차별 프레임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영화는 도입부에서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이 애니메이션은 노예무역부터 시작된 미국 사회에서의 흑인의 역사를 다루며 그들에게 제대로 된 시민권을 부여한 적이 없음을 강조한다. 그들은 미국 땅에 정착할 때부터 차별의 대상이었으며 이 프레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인 경찰들의 발포는 흑인들이 대상이며 이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1960년대 세 명의 흑인들이 죽은 디트로이트 사건과 현재의 미국이 바뀌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2008년 12월 31일, 새로운 삶을 꿈꾸다 경찰의 총에 목숨을 잃은 오스카 그랜트의 이야기를 다룬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약 40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한 미국 내 흑인에 대한 차별을 보여준다. 경찰은 흑인의 행동을 오해해 발포를 하고 흑인 청년은 죽고 만다. 그리고 사고를 낸 백인 경찰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들에게 씌워진 프레임과 연관되어 있다.
 
흑인은 과격하다, 흑인은 약물에 쩔어 있다, 흑인은 범죄를 자주 일으킨다는 편견이 그들을 향한 폭력과 혐오를 정당화한다. <디트로이트>가 보여준 폐쇄공포증을 유발하는 연출의 포인트는 이 지점에 있다. 꽉 막힌 프레임에 갇힌 사회는 두려움을 유발한다. 공포 속에서 상대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자극시킨다. 그 혐오와 불신의 대상은 이유 없는 폭력 앞에 좌절을 겪게 된다.
 
<공작>을 향한 터무니 없는 비판... 이들은 왜
 

영화 <공작>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프레임'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프레임을 꼽자면 '종북'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작>은 총풍사건(1998년 김대중 정부 초창기에 이슈가 된 사건으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관계자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측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제 사건을 다루었음에도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특히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은 북한에 대한 미화와 정치색을 근거로 든다. "어디까지 실화 기반이고, 허구인지 명확하게 구분을 안 해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보수정당과 국가기관에 책임을 돌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당시 야당은 남북의 평화를 위했다는 전형적인 좌편향 미화 영화(prim****)"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이념 편향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이런 시선 때문에 남북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총풍사건의 경우 이미 판결과 증언이 존재하는 사건인 데도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일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공작> 역시나 시대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얼마나 바뀌지 않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영화는 남한간첩 흑금성과 북한 고위층 간부 리명운의 우정을 다룰 만큼, 그리고 북한이 남한에 광고 사업을 개방할 만큼 변화했다는 걸 보여준다. 동시에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점, 체제에 약간의 반기라도 들면 숙청당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변하지 않은 지점도 있다는 걸 강조한다. 이는 현재 사회의 모습에 그대로 반영된다.
 
북한과 관련된 예민한 문제를 영화화 할 만큼 시대는 이념편향에서 빠져나왔지만, 동시에 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여전할 만큼 변하지 않았다. 프레임은 시대에 따라 생성되지만 동시에 시대가 프레임의 영향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강력한 프레임의 경우 시간이 흘러도 지워낼 수 없는 편견과 증오를 심어준다. <디트로이트>와 <공작>은 시대의 변화 속 변하지 않는 프레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루나글로벌스타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레임 공작 디트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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