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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광저우 구단에 발목 잡혀 경기 못 뛰고 이적도 어려워

1월에 팀 옮길 수 있지만... 아시안컵 전까지 실전감각 못 쌓으면 '난감'

18.09.17 17:50최종업데이트18.09.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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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권, 결정적인 골!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김영권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손흥민-조현우 등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통틀어 가장 빛났던 선수중 한 명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적인 수비로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은 팬들의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영권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유럽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호평을 내렸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난 지금 김영권의 입지는 오히려 불투명하다.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 소속이지만 정작 경기장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수 없다. 광저우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에 굴라트, 알란, 파울리뉴, 탈리스카를 등록하며 4명을 모두 채운 상황이다. 별도의 아시아쿼터가 없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유럽과 남미의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린 김영권은 후반기 광저우의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시아쿼터가 적용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광저우가 16강에서 조기탈락하며 김영권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월드컵 이후 김영권이 실전경기에 나선 것은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칠레와의 A매치 친선 2연전뿐이다. 이대로라면 김영권은 올해까지 '무적 아닌 무적 선수 신분'이 될 처지다. 내년 6월로 광저우와 계약이 만료되는 김영권은 1월부터 보스만 룰에 따라 자유롭게 타 구단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반 년 이상 실전경험 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될 처지가 되면 이적 협상에 나서더라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리그 떠나지 못하는 김영권, 구단의 높은 이적료 책정에 발목 잡혀

김영권은 월드컵 일정을 마친 후 오랜 꿈이었던 유럽 이적을 타진했다. 이미 중국 리그에서 각종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룬 데다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그동안 터키나 영국행 가능성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유럽 여름 이적시장이 마감하던 순간까지 협상이 제대로 진전된 것은 없었다.

사실상 지나치게 높은 이적료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광저우는 김영권의 이적료로 약 300만 달러(33억)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출신의 중앙수비수가 유럽 무대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았던 경우는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튼), 홍정호(전북)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김영권은 빅리그나 빅클럽보다는 유럽 중소리그를 노려야 하는데, 공격수도 아닌 수비수에게 투자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더구나 유럽 구단들은 기왕이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는 김영권은 유럽 구단들의 입장에서는 비싼 비용을 치르고 영입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는 선수였다. 아무리 아시아 정상급 수비수로서 지난 몇 년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아시아 축구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 유럽 측에서는 현지 적응 문제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할 때 어디까지나 아직 검증이 안 된 선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광저우의 행보다. 광저우는 이미 내년 6월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영권을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한 지 오래다. 이미 팀에서 마음이 떠난 외국인 선수를 고액의 연봉까지 지급해가며 붙들고 있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손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구단으로 꼽히는 광저우는 어차피 이적표가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광저우는 선수를 이적시킬 때도 헐값에 내보내지 않고 최대한 이적료를 회수하는 것을 구단의 방침으로 삼고 있다. 김영권에게 책정된 이적료도 그의 이적을 막겠다기보다는 구단에 불리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이 지난 5월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공개훈련을 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김영권이 광저우에 보여준 기여도나 헌신을 고려하면 구단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김영권 같이 팀에 오랫동안 기여한 선수라면 오히려 구단이 나서서 이적료를 낮춰주거나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여 조건 없이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

자국리그의 일방적인 외국인 선수 정책 변경으로 김영권 같은 한국 선수들이 사실상 중국 슈퍼리그에서 더 이상 뛰기 어렵게 되는 피해를 받은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6년 넘게 팀에 헌신하며 광저우의 전성기를 함께한 김영권이지만 결국 떠나는 순간까지 '용병'으로밖에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다.

1월에 팀 옮길 수 있지만... 아시안컵 전에 실전감각 못 쌓아 어쩌나

김영권은 지난 몇 년간 국가대표 수비수들을 둘러싼 '중국화' 논란의 마지막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홍정호, 장현수 등 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황사머니' 열풍을 등에 업고 높은 연봉과 대우를 보장받는 중국무대에 진출하는 붐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출전 기회 감소, 기량 하락 등의 부침을 겪다가 결국 초라하게 리그를 떠나야 했다. 유망주들에게 중국행은 축구 커리어에서 좋은 조건을 쫓다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사례로도 남았다.

김영권은 중국무대에서 진출했던 수많은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성공사례이자 가장 큰 성과를 남긴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인한 병역혜택, 브라질 월드컵 출전 등으로 수비수로서 한창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중국무대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한 감이 있다. 결과적으로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유럽진출의 적기를 놓쳐버렸고, 30대를 앞둔 시점에서 보여준 러시아 월드컵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광저우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으로 이어졌다.
 

김영권(자료사진) ⓒ 연합뉴스


국가대표팀에게도 김영권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은 큰 악재다. 김영권은 벤투호 출범 이후 첫 2연전에서 모두 주전 수비수로 나섰다. 경험 많은 베테랑 수비수가 많지 않은 대표팀에서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본선 출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멤버이기도 한 김영권의 경험은 대체불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김영권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펼쳐질 아시안컵 이전까지 A매치 친선전을 제외하고는 실전에 나설 기회가 거의 없다. 벤투 감독이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라도 자신의 축구철학에 맞으면 기용할 수 있다고 선언하기는 했지만, 실전감각 저하가 주는 부담은 무시할 수 없다. 들어가기는 쉬워도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중국화'의 늪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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