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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성폭력 고소했다가 포기해야 했던 감독, 영화가 되다

[리뷰]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폐막작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

18.09.17 18:16최종업데이트18.09.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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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2회 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 한국여성의 전화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가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 동안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총 51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개막작은 가정폭력을 다룬 <밤이 오면>(Night Comes On), 폐막작은 성폭력과 남성중심 사회 구조의 문제를 다룬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Catching Sight of Thema & Louise)였다.

영화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 1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에 대한 인식의 괴리,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구조와 현실'을 탐구했다.

섹션2는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 자신의 삶 자체로 권위, 역사, 사회와 통념에 맞섰던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섹션3는 '그대 마음과 만나, 피움'으로 연대와 소통을 통해 치유하고 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담았다. 피움 줌인, 피움 줌아웃, 피움 초이스로 나뉜다.

또 감독과 관객이 던져진 질문에 답하는 시간인 피움 톡톡이라는 시간이 마련되어 관객과의 소통을 꾀했다. 여든이 넘은 제니퍼 타운젠드 감독도 한국을 찾았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 '델마와 루이스' 다시보기 25년 전 영화의 관객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 여성인권영화제

 
폐막작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는 제니퍼 타운젠드 감독의 첫 장편이다.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는 199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영화 <델마와 루이스> 팬들을 찾아가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변했나요?"

제니퍼 타운젠드는 일흔 한 살에 <집에 있는 노인들> 이라는 단편을 촬영하고 편집하며 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는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상영되었고 그녀에게 수많은 상을 안겼다.
 
처음에는 설문을 모아 글을 쓸 생각이었다고 한다. 팬들에게 25년 전 영화에 대한 소감을 묻자 25년이 지났지만 여성을 대하는 사회문화적 방식이나 가부장적 사고는 변한 것이 없다는 수많은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감독은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려주기 위해 글 대신 영화를 선택했다.

1991년 칸 영화제의 폐막 초대작인 <델마와 루이스>는 아내를 종속물로 여기고 통제하는 남편을 둔 델마와 레스토랑 웨이트리스인 루이스, 두 여성이 여행을 떠나서 겪는 사건을 다뤘다. 남성의 폭력성에 대해 역할을 뒤바꿈으로써 여성의 저항을 드러내 여성들이 접하는 성폭력의 위험, 사회적 인식과 태도에 드러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인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에는 심리학자, 교수, 변호사, 수화통역사, 목사, 영화 편집을 담당했던 편집자, 트럭 운전사 역을 연기했던 배우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든 그녀들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깔린 차별과 남성의 일상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변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감독이 <델마와 루이스>가 25년이 흐른 시점에 새롭게 다가오는지 묻자 응답자들은 여전히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경찰이나 검사, 여성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대신 침묵하는 것 등은 관객에게 아픔과 고통으로 다가온다.
 

▲ 영화에서 기억되는 장면 장면 기억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이가 드러난다. ⓒ 여성인권영화제

 
영화를 보고 기억하는 부분도 남성과 여성에게서 차이가 난다. 남성은 폭력적이고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대형 트럭, 헬리콥터, 트레일러 등을 기억하는 반면, 여성은 루이스가 립스틱을 차창 밖으로 던져버리며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여성성을 거부하는 장면을 기억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니퍼 타운젠드도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친여동생의 성폭력 사실을 알고 고소했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과거를 고백한다. 델마와 루이스가 부딪혔던 현실의 장벽은 여전히 이 시대의 델마와 루이스들에게 단단한 벽으로 남아있다. 델마와 루이스는 다시 남성들이 만든 종속의 감옥으로 돌아가는 대신 자유를 향한 날갯짓으로 절벽을 향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는 방법을 선택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결말에 아쉬움을 지녔던 팬은 25년 후에 비로소 델마와 루이스가 선택한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유나 종속이냐. 인간으로 살기를 원하는 델마와 루이스는 가부장 남성 사회가 만든 모든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남성중심 사회 규범에 반기를 들어 여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변했나요?"가 아닌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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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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