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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첫 완봉승' 브리검, 대체선수서 에이스 되기까지

[KBO리그] 16일 롯데전 9이닝 9K 무실점 완봉승... 넥센 2-0 승리

18.09.17 09:27최종업데이트18.09.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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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이 롯데를 8연패의 수렁에 빠트리며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16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5안타를 때려내며 2-0으로 승리했다. 롯데와의 원정 2연전을 모두 가져간 넥센은 이날 한화 이글스에게 1-5로 패한 5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66승 63패).

사실 이날 넥센은 5개의 안타 숫자가 말해주듯 다소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이날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제리 샌즈, 박병호, 김하성으로 구성된 중심타선도 11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넥센에게는 많은 점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시즌 9번째 승리를 KBO리그 첫 완봉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대체 외인 투수로 와 10승 올린 복덩이
 

▲ 브리검 완봉 역투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기록한 넥센 브리검이 역투하고 있다. 2018.9.16 ⓒ 연합뉴스

 
넥센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을 110만 달러(한화 약 12억 3천만 원)를 주고 영입했다. 넥센은 빅리그 7년 경력의 오설리반이 터줏대감 앤디 밴 헤켄, 신인왕 신재영과 함께 든든한 선발 트로이카를 이룰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13이닝 1자책점 1승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했던 오설리반은 시즌 개막과 함께 3경기에서 2패 ERA 15.75로 무너지고 조기 퇴출됐다.

어렵게 선택한 오설리반 카드가 대실패로 돌아간 넥센은 작년 5월 4일 새 외국인 투수 브리검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브리검은 지난 201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해 12경기 출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우완 투수다. 2016 시즌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 이글스에서 활약하며 11경기에서 3패 ERA 5.24를 기록한 바 있다.

일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방출된 브리검은 2016년 12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마이너 계약을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다시 방출됐고 넥센과 계약할 때까지 실전 등판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무리 시즌 중반에 영입한 것이라곤 하지만 빅리그 경험이 있는 20대 투수의 몸값이 왜 45만 달러에 불과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브리검은 작년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144이닝을 던지며 10승 6패 ERA 4.3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브리검은 11승의 최원태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올리며 밴 헤켄(대만 퉁이 라이온스) 다음으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넥센 선발진을 이끌었다. 시즌 중반에 합류하면서 큰 기대를 받지 못한 대체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브리검의 활약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브리검은 넥센 입단 첫 해 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65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넥센도 작년 시즌을 끝으로 밴 헤켄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브리검은 넥센의 에이스로 2018 시즌을 시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브리검이 올 시즌 넥센의 개막전 선발 투수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넥센이 올 시즌을 앞두고 에스밀 로저스를 150만 달러를 주고 영입했기 때문이다.

176이닝 QS 17회, 빛나는 브리검의 가치

브리검은 로저스와 최원태에 이어 넥센의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프로 4년 차 영건 최원태는 4월까지 2승 4패에 그쳤지만 5월부터 빠른 속도로 승리를 쌓아나가며 넥센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로저스 역시 한화에서 활약하던 2015년 후반기 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13경기에서 한 번의 완투를 포함해 5승 4패 ERA 3.80으로 선전했다.

그렇게 로저스, 최원태, 브리검으로 이어지는 안정된 선발 트로이카를 운영하던 넥센은 지난 6월 3일 LG전에서 로저스가 손가락 인대 분쇄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큰 악재를 맞았다. 결국 넥센은 6월 18일 NC다이노스에서 5년 동안 56승을 따냈던 에릭 해커와 계약하면서 로저스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1선발 역할을 해주던 로저스가 이탈하면서 부담이 커진 투수는 브리검이었다.

하지만 브리검은 에이스라는 중책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고 있다. 브리검은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구위를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올 시즌 27번의 선발 등판 중 단 한 번도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없다. 평균자책점 1위 조쉬 린드블럼이나 다승 1위 세스 후랭코프(이상 두산 베어스)도 조기강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브리검의 꾸준함과 안정감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브리검은 LG에게 1경기 차이로 추격을 허용하며 4위 자리가 위태로웠던 16일 롯데전에서 드디어 '영웅들의 에이스'다운 투구를 펼쳤다. 9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진 브리검은 롯데 타선을 3안타 1볼넷 9삼진으로 틀어 막으며 KBO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연속된 접전으로 인한 잦은 등판으로 지쳐 있던 불펜 투수들에게 귀중한 휴식을 준 믿음직한 투구였다.

현재 넥센은 팀 내 최다승 투수(13승) 최원태가 팔꿈치 통증으로 아시안게임 이후 아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사이드암 신재영 역시 15일 경기에서 고질적인 손가락 물집으로 1.1이닝 만에 조기 강판됐다. 이렇게 여러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넥센은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서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리그 이닝 2위(176이닝), 퀄리티 스타트 공동 4위(17회)에 빛나는 외국인 에이스 브리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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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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