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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 승' 맨유, 시원시원한 경기력은 언제쯤?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맨유, 왓포드에 2-1 승리

18.09.16 10:37최종업데이트18.09.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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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가 4연승으로 공동 선두를 내달리던 왓포드를 잡았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맨유 팬들은 언제쯤 승리에 걸맞은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을까.
 
맨유가 16일 오전 1시 30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왓포드와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맨유는 2연패 뒤 2연승을 내달리며 선두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답답한 경기력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반전은 원정팀 맨유가 압도했다. 폴 포그바와 네마냐 마티치, 마루앙 펠라이니가 중원을 장악하면서, 맨유의 공세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짧고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한 아기자기한 매력은 없었지만, 힘과 높이를 앞세워 2골을 연달아 터뜨렸다. 전반 35분 로멜루 루카쿠가 배로 선제골을 뽑았고, 3분 뒤 크리스 스몰링이 멋진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상승세를 보인 왓포드를 맞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지만, 맨유가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는 듯했다. '중원 사령관' 포그바가 노련한 경기 운영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스를 연달아 선보였고, 루카쿠와 펠라이니의 높이도 어느 때보다 위력적이었다. '골이다' 싶은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는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존재도 든든했다.
 
그런데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전반전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 전개됐다. 맨유는 왓포드의 강한 압박에 막혀 전진하지 못했고,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맨유의 볼 소유 시간은 줄어들었고, 왓포드의 공세는 더욱 불을 뿜었다. 후반 19분에는 안드레 그레이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경기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맨유는 우왕좌왕했다. 전방으로 나아가는 패스는 계속 끊겼고, 롱 볼을 활용한 단조로운 공격에 의존했다. 전방에 포진한 루카쿠와 알렉시스 산체스, 제시 린가드의 호흡은 '최악'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앤서니 마샬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아무런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맨유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진은 없었고, 물러서는 모습만 가득했다. 후반 막판에는 마티치의 경고누적 퇴장이란 악재와 실점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나왔다. 크리스티앙 카바셀레의 헤더가 맨유의 골망을 가르는 듯했지만, 데 헤아 골키퍼의 믿기 힘든 반사 신경이 실점을 막았다. 이 선방 하나가 승점 3점을 지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크랙 실종' 맨유, 시원시원한 경기력은 언제쯤?
 
참으로 답답하다. 맨유는 손쉬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포그바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고, 마티치와 펠라이니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전반전에만 2골을 몰아치며 승리에 가까이 다가섰고, 추가 득점 기회도 상당했다.
 
그런데 가까스로 이겼다. 데 헤아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흐름이 넘어갔고, 변화는 없었다. 분위기 반전 카드로 선택된 마샬은 실망스러운 움직임과 결정력을 선보이며 한숨을 자아냈고, 중원의 핵심 마티치의 퇴장은 다음 경기에 대한 불안감까지 가중시켰다.
 
전방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산체스는 이날도 존재감이 없었다. 성실히 공수를 오가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지만, 맨유가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니다. 상대 수비의 균열을 불러오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슈퍼 크랙'의 역할이다.
 
'전성기가 지난 것'이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생긴다. 맨유에 합류한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알던 산체스는 보이지 않는다. 수비수 2~3명을 손쉽게 따돌리고, 폭발적인 스피드로 뒷공간을 허문 뒤 골망을 가르는 모습은 없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패스도 자취를 감췄다.
 
이날도 그랬다. 전반 31분,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였다. 후반 32분에는 빠른 침투로 벤 포스터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수비수 태클에 막혔다. 전방에 포진한 루카쿠, 린가드와 호흡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누빈 84분 내내 외로웠고, '무색무취'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산체스가 부진하다면, 다른 이가 기대를 충족시키면 된다. 그러나 현재의 맨유에는 투박한 선수들만 가득하다.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크랙'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비수와 일대일 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개인기가 전무하며, 측면에서의 크로스와 힘과 높이를 앞세운 헤더가 공격의 전부다.
 
포그바와 마티치가 중원을 장악하고, 날카로운 패스로 기회를 선물해도 득점까지 연결되기 어렵다. 산체스와 린가드, 마샬 등 모두가 하나같이 아쉽다. 맨유가 답답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시원시원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내는 날은 오지 않는 것일까. 이겼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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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VS왓포드 알렉시스 산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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